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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사윤수
시인동네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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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고 해야 할까·13/웃는 먼지·14/속도의 후예·16/밤 강물 흘러가는 소리·19/내일은 말이 없고·20/없는 바깥·22/폭우·24/폐가의 노래·26/수보리·28/까몽이스 광장·30/호카곶·32/시가 너에게·34/종이의 노래·36

제2부
검은 두부·39/고독한 대출·40/버즘나무 아래서·42/단골과 목어·44/슬픔 한 포대·45/장면들·46/고요를 연주하다·48/식용의 시·50/참꽃의 까닭·51/숯을 굽다·52/이희(李喜)·54/11월의 /감주나무·56/옹기를 굽다·58

제3부
담쟁이는 동물성일까·61/프리지어 해변·62/연경 추성부(硏經秋聲賦)·64/새가 돌아오다·66/흰무늬애저녁나방·68/밤이면 소리 내어 우는 물고기·70/구월의 새·72/숙다방·73/한 소솜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며 지나가는 밤·76/흔들 그네·78/인간의 강·80/사람의 시절·82/꽃의 행로·83/등대·84

제4부
태초의 봄날·87/불로고분군(不老古墳群)·88/자작나무의 세계·90/자두나무 빨래판·92/이별에 대하여·94/겨울은 상여처럼·95/바깥이 밤의 안쪽을 흔들어·96/부처는 이모의 장례를 치르고·98/반가사유 토르소·100/비의 계절·102/해·104/봄의 증명서·106

해설 장정일(시인)·107

저자 소개1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파온』이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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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0g | 125*204*7mm
ISBN13
9791158967376

책 속으로

현무암 담장 곁에 만발한 파도는 수국(水國)에서 수국(水菊)으로 건너온 유월이다 오면서 흩어지고 남은 꽃잎의 안팎을 누구의 눈매라고 해야 할까 수국은 나비의 씨앗까지 품고 있었는지 저리 흰나비 떼 피웠다 그리고도 오종종 쑤국쑤국 부풀어 제주어를 발음하고 저희들끼리 둥근 귓속말을 한다 꽃도 무거울 땐 휘어져, 흰 꽃숭어리들은 순한 개가 새끼를 낳은 거 같고 몽실몽실 흰둥이 열댓 마리쯤 낳은 거 같고 수국은 젖이 퉁퉁 불은 포유류 같다 다정히 안아보려 하자 나비 떼 화르르르 날아오르는데 내게 잠시 맺혔다 떠난 일들은 모두 수국(水國)에서 온 꿈결이라, 수국(水菊)은 질 때 거품처럼 사라지곤 했다
-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고 해야 할까」 전문

바깥은 언제나 나가야 하는 곳인 줄 알았지
안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러고 보니 바깥에 나가 다닌 지도 꽤 오래되었군

저토록 크고 넓은 바깥은 누구를 안아주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가져오지 못한 날
때로는 바깥에서 겨우 빠져나오기도 해

바깥에서는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비용이 들 때가 있어
어느 바깥도 공짜는 없지
한껏 치장을 하고 나가서는 들이받히고 넘어지곤
부서진 심장,

심장의 위치에서는 손가락도 바깥

바깥이 따라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어

창밖을 보다가 김치찌개를 태웠지
단풍이 끓어 넘쳐 검붉은 단풍이 한 냄비야
숯검정이 된 계절

바깥의 바깥에 바깥이 쏟아진다
떼어낼 수, 없는 바깥
바꿀 수 없는 먼 길이 생겼다
- 「없는 바깥」 전문

검은 두부가 온다 밤마다 온다 검은 두부를 베어 먹고 뜯어 먹고 어떤 이는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도록 움켜쥔다 검은 두부는 다음 날 아침이 올 때 사라진다 그것은 재고가 없다 해가 뜨고 기우는 동안 어디선가 검은 두부는 다시 생겨난다 누가 검은 두부를 만드는지 낳는지, 어디서 검은 두부가 자라는지 누구도 모를 일 검은 두부는 또 베어 먹히고 뜯어 먹힌다 누구든 검은 두부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잠든 것들의 눈으로 콧구멍 속으로 검은 두부가 들어간다 죽은 것들의 입속에도 검은 두부가 가득 차 있다 누가 적게 먹든 많이 먹든 검은 두부는 남거나 모자라는 일이 없다 아무도 자기가 검은 두부를 먹은 줄 모르고, 서로 묻지 않는다 감은 눈 위로 흙바람이 불 때 검은 눈물이 맺히는, 잊지 못할 누구를, 찾아야 할 무엇이 있어 검은 두부는 오는 걸까

당신은 이곳에서 검은 두부를 사거나 팔 수 있습니까
- 「검은 두부」 전문

미지의 동굴에 눈먼 고요가 산다
한 마리 고요가 비늘을 반짝이며 천천히 헤엄쳐 온다

하얀 건반 위로
검은 반음들 사이로

느린 고요가 낮은 고요의 돌 틈으로 높은 고요의 어깨 사이로
실낱같이 상승했다가 자분자분 하강하는 고요

지느러미를 흔들며 건너다닌다 고요의 움직임은 뼈가 보일 듯 맑고 야위었다

거기,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어린 고요 하나, 먼지가 풀풀 날리는 오래된 고요
모래시계처럼 내려 쌓이는,
흑백이고 무성음이고 흐린 화면이다

네 속의 고요들이 뿔뿔이 흩어져 희미하고 먼 격랑을 돌아간다 시간의 가루 속에 두 손을 묻으면 늙고 부드러운 고요가

가만히 만져진다
- 「고요를 연주하다」 전문

그 숲속을 걸어갈 때 자작자작
심장이 타들어 갔어
자작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첨탑 사원이었어
흰 종소리가 북방을 넘을 때
우리는 지도에 없으니까 나는
잔가지 많은 기도를 감싸 안았고
당신은 그 숲에 이국을 세웠지
수피를 가리키며 노출 콘크리트 기법이라고 하자, 당신은
바람을 흔드는 나무라고 했지
찬란하게 나부끼는 이파리들
봐, 눈부신 오르가슴의 순간을……
가을엔 금빛으로 전율할 거야
눈 내리는 무덤 속에서 자작나무를 태워 밥을 짓자고
그래그래, 하얀 직립의 상류를 따라
당신 이마에 오래 입 맞출 때
자작자작 타오르는 자작나무의 세계
우리의 경배가 열렬(熱烈)하고 열열(咽咽)했으므로
그건 백 년을 살고 죽는 자작나무만 안다고 해
희고 환한 세상은 저 흰 몸의 숲뿐이듯
그래, 조금만 더 걷자
아직 남아 있는 저 노을까지
- 「자작나무의 세계」 전문

[시인의 산문]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가운데 몇 구절을 다시 필사한다.

“피에르 마티외는 1610년 『서판』에 이렇게 썼다. 삶이란 여럿이 모여 노는 노름판이다. 노름꾼 넷이 보인다. 상석에 앉은 시간이 말한다. 패스! 사랑은 가진 돈을 몽땅 걸고 부들부들 떤다. 인간은 포커페이스를 짓고 있고, 죽음이 판돈을 몽땅 쓸어 담는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창가에 책걸상을 바짝 붙여놓았다. 저만치 야산과 동화천 풍경을 보기 위해서이다. 천변에는 가끔 고라니 소리 울리고 새들이 날아와 노닌다. 에돌며 많은 것을 지불하고 겨우 얻은 한 뼘 창가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비극을 생각하면 한 뼘조차 써늘하니, 그저 모든 것 시의 손길에 맡긴다.

2026년 1월
사윤수

해설 엿보기

시인들은 세계를 기쁨이 충만한 향연으로 느끼기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 더 기울어져 있고 거기에서 깊이를 찾는다. 기쁨을 노래하는 시인은 얕을 뿐 아니라 시인이 되어야 할 필연성이 모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은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더 예민하다. 그런 점에서 사윤수는 정통 시인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나오기도 한 「시가 너에게」에서 시인은 “눈물 석 동이가 너의 시”라고 말하기도 한 바, 그에게는 삶이 즐거움보다는 슬픔에 더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배운 것이 슬픔이고 기껏 주워온 것도 슬픔 한 포대, 어디 내다 팔 곳 없어 가슴 마루에 던져놓고는, 불쌍해 다 버리기에도 아까워 이리저리 슬픔을 흩어놓고 쓸 만한 것들을 골라보는데 그중에 귀한 슬픔, 다듬으면 더 이상 울지 않을 슬픔들은 골라 널어 말린 뒤 차곡차곡 싸서 깊이 넣어두고, 나중에는 어디에 넣어두었는지도 몰라 잊어버릴 때까지, 잊는 날도 오겠지 하면서
- 「슬픔 한 포대」 전문

시인은 슬픔을 어디론가로 치워버리고 잊고 싶어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슬픔이 먼저 출근해 복무하고 있다”(「단골과 목어」)는 시구를 보면 시인의 슬픔은 어떤 장소에 치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인을 꽉 잡고 있는 “슬픔의 황제”(「이희(李喜)」)는 녹슬지도 썩지도 않는다. 시인으로 하여금 삶을 슬픔과 뗄 수 없게 만든 체험은 무엇일까. 체험의 뿌리를 모르면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시인은 “내 고향은 경북 청도군 화양면 남성현이다.”라고 쓴 어느 에세이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는 겨울방학 때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를 왔다고 적고 있다. 남성현에서 자란 12년간의 유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첫 시집에 나온 「지붕을 잃어버리다」를 설명하면서 “명지바람 발밤발밤 지붕 위를 거니는 소리, 자드락비 떨어지는 소리, 감또개 똑또그르르 굴러 내리는 소리, 그 우주의 초침 소리가 나를 키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앞서 의태어·의성어와 동음이의어 놀이가 시인 일반에게 의미하는 바를 추측해 보기도 했는데 사윤수에게 의태어·의성어는 추억의 육화이자 고향의 재현이다. 그러나 원고지 17매 분량의 이 에세이는 매번 “불안”과 “고난이 또 업그레이드”(「내일은 말이 없고」) 된다는 시인의 비관적 세계 인식이 비롯된 체험의 뿌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 장정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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