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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았던 순간들 맷돌 한 바퀴, 큰엄마의 오른손살고 싶다는 마음의 모양싸움의 기술사랑을 쓰려거든 콩으로 쓰세요오래, 조용히, 그대로우두둑, 괜찮지 않은 밤 나의 얼굴 붉게 물드니 캔디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라도 내겐 한없이 어려운 그 녀석 아버지가 반짝이던 날두 사람만 아는 것 짧은 손톱의 승리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마당에서 각오 단단히 해두고 있어!신인류가 밀레니얼을 거쳐 MZ가 되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우리 안의 소리 실패를 공유하는 사이콩이 달라졌어도, 콩은 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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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 Tae-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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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도 괜찮아.” 단정하고 담백한 얼굴로 조용히 그 자리에 있는 콩처럼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았던 순간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던 고등학생 봉태규는 소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이른 나이에 계획에 없던 배우 데뷔를 하게 되면서,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낯선 세계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배우로 살아가는 일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새롭고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방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변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정작 자기 자신을 놓치고 있다는 혼란도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다. 스스로를 예민하고 부족하다고 여기며 뾰족하게 날을 세운 채 자신을 괴롭히던 한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콩처럼 둥글고 유연하며 살뜰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 숙성과 발효의 시간은 조금 투박하고 향기롭지 않았을지라도, 마침내 그는 자신과 타인을 너그럽게 품을 줄 아는 사람으로 익어가는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언제나 주인공일 때도, 주인공이 아닐 때도, “오래, 조용히,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며 자기 몫의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인 셈이다. 콩이라는 식재료는 얼핏 호불호가 심할 것 같지만, 의외로 우리 곁에 늘 항상 존재하는 친숙하고 푸근한 존재다. 대한민국 국민 반찬 검은콩자반, 그리고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부, 된장, 청국장, 낫토 등은 물론이고, 두유, 콩국수처럼 콩의 형태는 남아 있지 않더라도 콩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음식까지. 하다못해 어느 유명 햄버거 체인점 매장에는 껍질째 구운 땅콩을 심지어 무제한으로 담아 먹을 수 있도록 박스째 산처럼 쌓여 있지 않은가. 배우 봉태규가 살아오면서 받은 사랑, 주는 사랑, 스스로를 돌보는 사랑, 그렇게 함께 써내려가는 많은 사랑에 콩이 있었다. 콩으로 쓰여진 사랑은 모난 마음도 둥글게 끌어안고, 괜찮다고 위로하며, 각자의 감정과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 사랑은 콩이 자라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함께 자라났다. 봉태규는 그 사랑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 책 안에 차곡차곡 옮겨 담았다. “아빠, 콩 한 쪽을 어떻게 나눠 먹어?”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마음을 발견하며 서로를 살뜰히 돌보고 함께 자라나는 배우 봉태규와 가족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 젓가락질을 못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아버지께 혼이 나던 어린이는 자라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건강한 채소를 먹이려 갖은 노력을 다하는 아빠가 되었다. 친구의 도시락통에 가지런히 담긴 완두콩밥을 부러워하며 “한 입만.” 하던 소년은 훗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전빵과 함께 나온 마스카포네 치즈에 박한 서리태의 식감을 음미하는 미식가가 되었다. 처음 초청받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른들을 따라간 횟집의 낯선 음식들 사이 그나마 익숙한 자숙콩 밑반찬에 안도하던 풋내기 배우는 어느덧 가족을 위해 회를 주문하고 새로운 음식에도 척척 도전할 줄 아는 노련한 어른이 되었다. 동화책을 보다가 “아빠, 콩 한 쪽을 어떻게 나눠 먹어? 우리는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는 공룡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수박보다 더 큰 콩이 있을 수도 있잖아.” 하고 묻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사뭇 진지해져버린 아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멋진 캔디 스트라이프 셔츠의 소매를 둘둘 걷어 올린 채 아내와 두 아이와 햇살을 만끽하며 야외 식사를 즐기는 제법 성공한 연예인. 이제는 혼이 나고 싶어도 아버지는 곁에 계시지 않고, 아버지의 탈모를 닮을까 염려하던 중년의 남성은 어느새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게 한 개인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장하는 과정과, 가족의 사랑을 통해 그의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특별하지 않지만 없으면 무척 아쉬운 콩이라는 음식을 매개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매일 한 뼘씩 자란다. 작은 콩 한 알은 어느새 흩어진 가족의 시간을 한데 모으고,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단단한 씨앗이 된다. 평범한 일상의 편린도 ‘콩’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가족 모두의 취향을 한껏 품은 아름다운 집에서 네 가족이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각자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 메뉴가 카펠리니 면으로 끓인 콩국수일 때도, 매콤하게 볶은 두부김치일 때도, 후무스 잔뜩 바른 샌드위치일 때도 있을 것이지만, 사실 메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먼저 읽고 추천한 고명재 시인의 “콩은 근본적으로 ‘씨앗’”이며 “푸르게 자랄 사랑의 미래”라는 말에 절로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무심히 건넨 작은 마음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서 얼마나 크고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비록 한 알은 작지만 수박처럼 큰 사랑을 품은 콩처럼, 이 책에 심어진 다정한 이야기들 또한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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