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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사랑과 안정의 꿈하나, 만을 향하는 문당연한 전제우리의 영원한 울타리재고 탈출하기안정들결혼식어떤 장면 1: 가족에 관하여가정을 꾸린다둘, 만의 타원본능과 문명남자라는 유령, 혹은 제리코의 벽편안한 무감각타원: 기생을 절단하기어떤 장면 2: 어른에 관하여1인분평범한 삶환멸셋, 세면 고개를 돌려결혼 이야기당연한 다른 전제쌍곡선: 공생을 향해 질문하기등을 기대기역할의 분리믿음접촉을 지지하기어떤 장면 3: 두 사람에 관하여책임과 쾌락측면집문턱에서 | 이상한 사랑에 관하여나가며 | 순환의 바깥감사의 글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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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찾고 싶은 안정이 무엇이었는지 알았다” _하미나 작가 “안희제 작가는 각자 다른 삶을 가진 이들이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유한다” _김만권 정치철학자 선택 이데올로기에서 퇴장해 가족 이데올로기로‘가정’이라는 영원한 나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 책은 결혼이라는 문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출발해 결혼이라는 틀 바깥으로 빠져나와 시선을 넓힌다. 첫 번째 파트 ‘하나, 만을 향하는 문’에서는 사랑과 안정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이 어떻게 ‘가정’이라는 하나의 형태와 결혼이라는 생애기획으로 수렴되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인터뷰이 대다수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로 사랑이나 행복보다 ‘안정’을 꼽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언제든 더 나은 선택지로 대체될 수 있는 연애와 달리, 결혼은 영원한(혹은 무한한, 무조건적인)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라 감각했다. 이를테면 ‘편안한 공동체’ ‘소속’ ‘안정적인 주거’ ‘경제적 결합’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돼도 쉽게 떠나지 않는 관계’는 결혼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는 오늘날 청년들에게 결혼이 일종의 삶의 ‘최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관계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것, 혼자 쓸쓸하게 죽지 않는 것이라는 최소한의 욕망이 결혼이라는 효율적인 제도를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이 하는 일은 사랑을 지키는 것보다 안정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 인터뷰이들이 말한 것들은 모두 이 ‘최저선’을 향하고 있었다. 경제적 불안정, 관계적 불안정, 그것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정. 안정이 이렇게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은 불안정이 그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집을 잃을 수 있다는 것, 관계에서 이탈될 수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하자 있는 존재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혼은 불안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안정은 그 탈출의 목적지다. ‘아직 때가 아니다’ ‘결혼하면 당연히 포기해야지’…결혼이 심은 환상과 복잡한 현실 사이 두 번째 파트 ‘둘, 만의 타원’에서는 사회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본능’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결혼을 다시 쓴다. 가정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와 집안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이들에게 보살핌을 받는 자녀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남자(남편·아버지)’ 구실과 ‘여자(아내·어머니)’ 구실이 마치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인터뷰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믿음에서 압박과 좌절을 느끼면서도,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그 규범을 따르려는 모습을 보인다.저자는 결혼을 원하면서도 스스로 전통적 가부장의 기준을 세워 “나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남성 인터뷰이들과, 결혼 이후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자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을 헤아리는 여성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이 두 감각은 여전히 공고한 가부장적 결혼의 질서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처럼 결혼이 심어주는 사랑과 안정이라는 꿈과 현실이 상충하고 어긋나는 장면들을 드러낸다. 결혼이 약속한 사랑과 안정은 과연 우리 자신이 바라는 것인지, 결혼은 정말 우리가 바라던 안정을 줄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에 도취되어,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벽 앞에 서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반문한다. 그것이 정말 우리 모두를 지켜주는 벽이라면, 왜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체념하고 한숨을 쉬게 되는 걸까? 무너뜨릴 수 있지만 무너뜨릴 수 없다고 포기하게 되는 장면은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들을 상기한다.“나는 여기서 출발하는 질문들이 살 만한 세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사랑과 안정을 새롭게 그리는 관계의 기하학 마지막 파트인 ‘셋, 세면 고개를 돌려’에서는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결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안정과 믿음의 자리를 찾아 나선다. 앞서 결혼으로 수렴하는 청년들의 불안과 생의 경로를 좇은 저자는 결혼이 심어준 꿈을 해체한다. 결혼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자산을 모으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외모와 나이를 관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청년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단지 ‘결혼적령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결혼이라는 문을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영원하고 완전한 사랑과 안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결혼에 ‘실패’하는 것은 제도적·경제적·심리적·관계적 안정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처럼 여겨진다.그러나 인터뷰이들의 삶에는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와 무관하게 서로에게 등을 기댈 수 있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삶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버팀목’ 같은 관계들이 존재했다. 저자는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말해온 욕망을 세세하게 나누고, 우리가 무엇을 안정이라 불러왔는지 다시 묻는다. 결혼이라는 제도 혹은 의례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감추어져 있던 전제들과 그것을 다른 언어로 드러낼 틀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사랑과 안정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이들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책임과 돌봄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며, 조금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에 대한 힌트를 공유하고 싶다. 결혼은 좋은 관계와 안정을 보증하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 쌓아온 좋은 관계도 역할과 책임만 남은 ‘죽은 결혼’이 되는 순간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반면, 결혼 제도 밖에서도 서로를 지지하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는 존재한다. 오히려 결혼이 특정한 형태의 관계만을 안정적인 것으로 승인할 때, 이미 존재하던 관계의 안정은 평가절하되고 더 나은 관계를 상상할 가능성마저 가려질 수 있다. 경제적·제도적·사회적으로 안정돼 보이는 결혼이라 하더라도 관계적 안정이 없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안정이라 말할 수 없다.저자는 연애와 결혼, 책임과 쾌락, 남자와 여자, 공과 사, 자유와 강제처럼 결혼 제도를 지탱해온 이분법적 구획을 하나씩 흐트러뜨리며, 결혼이 차단한 사랑과 안정에 관한 진정한 대화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하미나 작가가 추천사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책이 “공동체의 자원이 되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훌쩍 넓혀”주기를, 막연한 ‘좋은 삶’이나 ‘평범한 삶’ 같은 환상이 아닌, 다른 살 만한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문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릴 때, 이미 우리 곁에 존재했던 사랑과 안정의 다른 자리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아직 없는 상상을 발명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측면들을 발견한다.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그래 왔고, 그럴 수밖에 없다. 대안을 상상하지 마라. 고개를 돌리고 삶을 비틀어 바라보라.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것들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거기에 바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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