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학교
2. 몇 년 후 3. 사랑에 눈뜰 때 4. 첫사랑의 혼란 5. 약속 6. 방랑자 |
Jose Mauro de Vasconcelos
J.M. 바스콘셀로스의 다른 상품
최수연의 다른 상품
|
나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 같았다. 수산회사는 어떨까? 미래를 보장받을 만한 곳일까? 웃기는 소리. 모든 게 다 환상일 뿐이야. (중략)
나는 어떤 일, 어떤 직업이든지 간에 그 일상적인 단조로움 때문에 쉽게 싫증을 느꼈다. 벤치에 않아 있는 동안 무기력한 느낌은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더욱 커다랗게 파문을 그리며 번져 가고 있었다. 이제 머지않아 스무 살이 되는데도 할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바다 깊숙이 뛰어들어 지친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까지 헤엄치다가 죽어 버릴까? --- pp.31~32 |
|
“씰비아! 넌 악마야!”
“응?” “네가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왔잖아.” “그런 말 하지 말고 우리 다른 얘기하자.” “제기랄! 나는 너를 안으려고 일주일이나 기다렸다고!” “빨리 집에나 가, 응?” 조금 전에 서로 껴안고 입맞춤을 한 우리가 왜 이렇게 손만 잡고 걸어야 하는지……. 이래서 여자는 이상한 동물이야. 씰비아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더 있고 싶었다. 더 오랫동안 그녀와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내 팔로 그녀를 안은 채 달콤하고 환상적인 꿈속에 오래도록 가라앉고 싶었다. --- pp.76~77 |
|
“나는 네가 그 애와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 너희들은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
“그렇게 하길 원하세요, 아버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를 미워하지 마라, 얘야.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다오.” 어떤 불평도 않겠다는 약속을 한 이상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단 말인가? --- pp.114~115 |
|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게 실망을 한 게 아니었다. 이미 그는 내가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아버지에게는 나를 어디로든 멀리 보내는 방법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나에게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갑자기 겁이 났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많은 비밀이 있어서 우리 인간들이 그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불쌍한 존재 하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 p.140 |
|
도서출판 동녘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이 땅에 처음으로 소개한 출판사로, 작년(2005)부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시리즈’의 어린이판 작업을 진행해 왔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1978년 광민사(도서출판 동녘의 전신)에서 첫 선을 보인 후 50여 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중복 출판되다가, 2002년 도서출판 동녘이 저작권자와 정식으로 계약하고 새롭게 펴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실리고, 다섯 살 제제가 아이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초등학교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읽는 성장 소설의 고전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로 읽는 책들은 축약본이거나 중역한 것들이었고 번역상의 오류도 많았다. 이에 아이들이 제대로 된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과 초등학교 때 이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시리즈’의 어린이판을 내기 시작했고, 이번에 『광란자』로 어린이판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사실 『광란자』를 보고 몇몇 어린이 독자는 훌쩍 커버린 제제의 모습에 눈물 많고 여린 장난꾸러기 친구를 잃었다고 슬퍼할지도 모른다. 또한 열아홉 제제의 이야기여서 아직은 자신들이 읽은 만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제의 꼬마 시절(『나의 라임오렌지나무』)과 사춘기 시절 이야기(『햇빛사냥』)를 읽으면서 웃고 울었다면, 이제는 열아홉 제제의 모습을 통해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어린이판 『광란자』는 아이들과 열아홉 제제의 나이차에서 오는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자 어린이판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이들이 열아홉 제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문장을 최대한 다듬고 순화시켰으며,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은 서술형 문제로 만들어 사고력과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더불어 어린이판의 특성을 고려하여 판형과 본문 글씨 크기를 크게 하였고, 그림책을 보는 듯한 화려하고 표정이 풍부한 그림들은 읽는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즐기게 한다. 환상에서 현실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제제는 우리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던 꼬마 장난꾸러기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열아홉 제제는 나무나 새와 대화하지도 않고, 꾸루루 두꺼비를 가슴에 담지도, 뽀르뚜가나 모리스 아저씨 같은 상상의 아버지도 만들지 않는다. 그저 다니던 의과대학을 그만두고 나딸 시로 돌아와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 제제가 있을 뿐이다. 이 책에는 눈을 확 끌어당기는 사건도, 감정을 한껏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도 없지만, 우리가 모두 겪어봤던 그 시절의 솔직함이 한 치의 포장이나 과장도 없이 표현된다. 철저하게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온 바스콘셀로스는 열아홉 청년에게 꾸루루 두꺼비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동화적 분위기를 덧씌우기보다는 고뇌하는 한 청춘의 일상을 따라감으로써 열아홉의 혼란과 방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바스콘셀로스는 이 책에서 제제와 씰비아의 교제를 두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끊임없이 어른 세계와 부딪쳐온 제제에게 씰비아와의 교제에 대한 주변의 공격은 그의 방랑벽을 더욱더 부채질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