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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계간) : Vol.36 [2026]
침묵과 소음의 인문학
편집부 저
바다출판사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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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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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News from Nowhere
Intro _ 경험을 부수는 소음 _ 잔 보그
Nature _ 굉음조차 묻어버린 일상의 소리 _ 패트릭 스톡스
Philosophy _ 공허함에 소란으로 도피한다면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Comic _ 캔디랜드와 부조리의 본질 _ 코리 몰러
Society _ 위험해서 매력적인 군중의 공명 _ 티파니 젠킨스
Listening _ ‘경청’이라는 급진적 공감 _ 마리나 벤저민
Information _ 오늘은 몇 번의 잡음을 걸러냈나요? _ 톰 챗필드
Silence _ 침묵을 연주하는 사람들 _ 나이젤 워버튼
Interview _ 박자와 비트가 뇌와 동기화될 때 _ 대니얼 레비틴
Ontology _ 정보와 노이즈의 불가피한 공존 _ 그렉 헤인지
Artist _ 예술의 재료가 된 노이즈 _ 루이지 루솔로
Interview _ 보이는 세계에서 들리는 세계로 _ 살로메 뵈겔린
Politics _ 소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_ 앙드레 다오
Classic _ 사색의 순간을 빼앗는 죄 _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Interview _ 어느 철학자의 유쾌한 토요일 _ 이지애
사소한 것들의 철학 _ 물: 냉수 마시고 속 차릴 인간들을 위한 이중성의 철학 _ 이진민
Essay _ 선을 그으며 사는 유목민처럼 _ 유정은
앎과 삶 _ AI는 공공지능이다 _ 황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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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80*245*20mm
ISBN13
9772586476005

책 속으로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잔잔하게 깔리는 배경음보다 예측을 빗나가는 방해 소음이 뇌의 각성과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시스템을 더 많이 활성화한다. 인간의 마음은 알림 소리를 예상하도록 조건화되면 침묵 속에서도 계속 그 소리를 듣게 된다. 알림 소리는 무난하고 쉽게 잊히도록 설계되지만, 작은 소리인 게 무색할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해 감정을 유발할 때가 많다.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의 풍요가 주의의 빈곤을 만든다”라고 했다. 어쩌면 오늘날 수많은 알림 소리가 그와 같은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 News from nowhere
---p.11

자기 자신에게 질려본 적이 있는가? 현관마다 가면을 걸 수 있는 고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가짜 얼굴을 코트 걸듯 걸어놓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는가? 나는 인간이 걸어 다니는 상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픈 곳을 감추고 다닐까? 나는 슬픔에 잠긴 눈을 잘 알아보는 편이지만 굳이 알은척하지는 않는다. 그걸 남이 알아차리는 건 눈의 주인이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현대 철학자인 나는 인간이 겁먹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화내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한, 죽은 실존주의자들의 탑 위에 서 있다
·공허함에 소란으로 도피한다면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p.27

사회과학자 로버트 퍼트넘의 사회자본 연구는, 사회를 결속하는 유대감이 평범한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동호회나 사적 모임은 물론, 탕비실에서 동료들과 가볍게 나누는 수다, 또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대기 줄에서나 버스에서 주고받는 대화, 혹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퍼트넘이 말하는 사회자본을 잇는 ‘가교’, 즉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고리는 미리 계획하거나 의식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우연히 만나는 상황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 위험해서 매력적인 군중의 공명 _ 티파니 젠킨스
---p.38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대화가 오가는 파티장에서 어떻게 그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상대방의 말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까? 또 저 반대편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말하는 걸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바로 주의력 필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뇌는 무의식중에 들어오는 정보를 파악하여 어떤 정보를 의식의 전면으로 떠올릴지 결정한다.
· 박자와 비트가 뇌와 동기화될 때 _ 대니얼 레비틴
---p.71

“특정 철학자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그 철학자의 사상을 전공했다고 해서 그의 눈으로만 철학과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라 여기는 경우를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대화로서 이어지는 거예요. 어떤 철학자, 어떤 사상은 하나의 소스 정도로만 적용할 뿐 그것이 메인이 되면 안 됩니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도, 혼자서 철학을 완성해 갈 순 없어요. 철학자는 외골수처럼 자기 생각에만 빠져 살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기, 그리고 함께 생각하기. 이 두 가지가 밸런스 있게 공존해야만 진짜 ‘철학 함’이에요.”
· 어느 철학자의 유쾌한 토요일 _ 이지애 인터뷰
---p.151

물이 모양을 바꾸며 흐르는 성질은 오랫동안 유연성과 지혜, 그리고 정체하지 않는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이는 ‘액체 현대Liquid Modernity’의 그늘을 말한다. 이리저리 흐르고 잘 휘발되는 시대, 두꺼운 껍질과 고정된 가치가 사라진 시대의 개인은 불안하고 고독하기 때문이다. ……칼로 물을 벨 수는 없지만, 그 물은 어딘가로 흘러가버릴 수도 있고 그냥 두면 서서히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물처럼 유연히 흐른다는 건 자유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결속을 잃어버린 불안일 수도 있다.
· 물: 냉수 마시고 속 차릴 인간들을 위한 이중성의 철학 _ 이진민
---p.157

출판사 리뷰

문제는 소음일까, 아니면 소음이라는 판단일까?
_ 일상의 노이즈를 대하는 자세

철학자들이 소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문헌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소음의 문제가 감각으로 전달되는 현실의 문제이지, 철학적 탐구를 요하는 관념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청각과 듣기의 문제로 확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호에서는 ‘듣기’에 있어 상반된 두 개념, 즉 침묵과 소음에 대해 다양한 포커스를 옮겨가며 다뤄본다. 특히 이번 주제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음’의 정체를 규정하기란 너무나 복잡하고 난해하다. 소음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가? 소음은 나쁘고, 고요와 침묵은 좋은 것인가? 누군가 신나게 듣고 있는 음악이 다른 누군가에겐 듣고 싶지 않은 소음으로 들리고, 홀로 있는 텅 빈 집에서 적막한 침묵이 싫어 시청하지도 않는 TV를 일부러 틀어놓기도 한다. 소리와 소음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소리는 이성의 영역을 완벽히 우회해 곧장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기분, 행동, 신념을 바꿔놓는 힘을 가진 듯했다.” 눈을 감아버리거나 먹지 않는 등 다른 감각과 달리 청각은 완벽히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원치 않는 소리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필연적 듣기 구조라면, 각 사람에게, 그리고 미래의 인류에게 소음 문제는 정형화된 규제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듯하다. 개인에 따라, 그날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그 사회의 인식과 합의에 따라, 상황의 전후 맥락에 따라 ‘그 소리’에 대한 천차만별의 해석과 받아들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청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소음의 진위가 판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음은 더 이상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지금 원치 않는 소리’로 재정의되어 간다.
하지만 소음을 인식하는 어느 정도의 주관성을 인정하더라도, 본문에 실린 쇼펜하우어의 분노의 하소연처럼 소음으로 인한 현실적 피해, 즉 생각하고 집중할 기회를 빼앗는 소음의 공격에는 분명 대비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우리를 내부가 아닌 외적 세계로 튕겨 나가게 하고, 침묵과 고요를 어색하게 느끼게 하며, 방해받지 않는 사색의 시간을 앗아가는 이 원치 않는 소리에 어떻게 무장해야 할까? 한 가지 힌트라면 “우리에게 진정한 과제는 소음을 완전히 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소음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법을 찾는 것 아닐까?”라는 한 마디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침묵은 옳고, 소음은 부정적인 것인가?
지각의 연속선상에 공존하는 침묵과 소음

이번 호에서는 ‘소음’을 주 키워드로 삼고 있지만, 경청의 태도와 음악의 기능, 소음의 정치학 등 ‘소리’라는 대전제 아래에 다양한 소재로 탐색해 간다. 그중 사운드 이론가이자 음향학 교수인 살로메 뵈겔린과의 대담은 침묵과 소음이라는 소리의 개념과 관계성에 대해 가장 적확하고 심도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뵈겔린 교수는 소음을 단순히 방해 요소나 불필요한 것으로 보지 않고,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달라지는 경험이자 새로운 사고를 가능케 하는 실천적 개념으로 바라본다. 시각 중심 문화에서는 사물을 명확하게 분리하거나 규정하려 하지만, 소리는 공간과 상황, 신체 상태나 감정에 따라 소음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소음과 침묵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소리가 지닌 감각의 양극단이며, 소음처럼 명확한 신호나 의미가 없는 상태는 기존의 언어와 의미 체계에서 벗어나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상상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듣기’라는 행위에 대한 가치도 언급하는데, 듣기는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자, 윤리 및 사회적 실천이라 단언한다. 주변 소리를 주의 깊게 듣거나,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나 역시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세계의 일부임을 알게 하고, 타인이나 소외된 목소리를 나와 분리된 대상이 아닌 연결된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결국 소음과 신호, 나와 타자, 침묵과 소음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뵈겔린 교수는 이야기를 맺으며, 철학 역시 추상적 이론에 머물지 말고, 세상을 분리하고 측정하려는 시각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세계를 이해할 것을 부탁한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음반 제작자인 대니얼 레비틴의 뇌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박자와 비트 이야기, 군중이 함께 만드는 소음이 한 사회의 정치적 영향력에 어떤 형태로 발현되는지, 그리고 지구가 지금처럼 시끄러워지기 이전에 자주 들렸던 자연적 발생음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위기의 생태 보고 등 소리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실려 있다.

“발표하는 수업보다 경청하는 훈련부터”
국내 철학자들의 인터뷰와 철학 에세이

『뉴필로소퍼』는 매 호마다 하나의 정해진 주제 아래 해외 철학자들의 개별적 사상과 시선을 훑어가지만, 책의 후반부는 국내 철학작가들의 철학 에세이와, 철학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전달자 역할을 맡은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고등학교 철학 교과서를 집필하고 한국 철학교육의 가장 선두에서 수십 년간 몸담은, 그리고 현재 이화토요철학교실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년의 철학 세계를 탐험하도록 도와주는 이화여대 철학과 이지애 교수를 만난다. ‘생각의 근육’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국내 아동철학의 베이스를 구축한 그는, 발표 잘하는 아이보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주고,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이전 생각을 겸허히 수정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칭찬으로 응답하는 선생님이었다.
“우리 수업의 기본은 남의 말 듣기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수업 중 몇 번이나 발표를 했는지, 주도적으로 했는지를 궁금해하지만, 말하기는 그 뒤의 일이예요. 그냥 듣기만 하는 ‘수동적 들음’이 아니라 공감과 비판을 수반하는 ‘능동적 들음’인 것인지요.”
철학작가 이진민은 우리가 ‘물’에 대해 갖는 이중적 잣대를 화두에 올린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물질이 다름 아닌 물이지만, ‘물’이라는 접두어가 너무 흔하거나 사소해서 하찮은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음도 드러낸다. “물이 갖는 이중적 성질은 우리에게 현상 너머를 볼 것을 권한다”는 말처럼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의 판단이 아닌, 그 아래의 깊은 수심과 흐름을 가늠하며 살아야 함을 말한다. 인플루언서이자 1인 기업의 대표인 유정은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점과 선’ 이론을 언급하며, 마치 선을 그으며 사는 유목민처럼, 청춘이기에 고정되지 않고 마음이 가는 공간들에 발을 디디며 사는 현재의 인생을 스스로 응원한다. 철학자 황진규는 인공지능이 지배할 미래를 염려하며, AI 기술은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한 지혜와 지식과 기술로 탄생한 것이기에 특정 기업만의 산물이 될 수 없음을 밝히고, 현 자본주의 체제로는 노동자가 부재할 미래를 버틸 수 없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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