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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4
1부 내 꿈 어디 갔어 사람들은 모두·12 잠꼬대·14 병원 가는 길·16 밥 주세요·19 나만 바라본다·21 내가 업어줄게·25 담배 피우지 마세요·26 받아쓰기·28 수학 공부·30 오늘도 한 움큼·32 학교 가는 길·35 아이의 일·38 아이가 빙글빙글 돈다·40 내 꿈 어디 갔어·41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42 가장 힘센 사람·43 병원 가는 날·45 2부 나랑 같이 놀래? 산에서 보낸 겨울·48 뜨거운 우리의 여름·50 모두 내 아이의 친구들·51 수원천·52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54 태어나 줘서 고맙다·56 베란다 텃밭·58 나랑 같이 놀래?·61 책 읽어 주는 시간·63 갯벌에서·65 오색딱따구리·67 계곡에서·69 그런 말 하지 마·72 산빛·74 산동네에 삽니다·76 폭염·80 다섯잎클로버·82 우리 집의 작은 텃밭과 정원·84 달맞이·86 곤충 호텔·88 3부 나는 살아야겠다 한 시간·92 네가 진단받던 날·94 사는 게 훨씬 낫다·95 나는 살아야겠다·97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99 다른 문·100 새로운 시작·102 보이지 않는 것들·105 자살에 관하여 1·107 자살에 관하여 2·109 자살에 관하여 3·111 달려라 어미·113 다시 살기로 결심한 날·115 기댄다는 것·118 너만은 지켜줄게·120 봄이 오면·123 햇빛 속으로·124 4부 사랑은 끝까지 사랑은 끝까지·126 애견샵을 지나다가·128 죽은 비둘기에게·130 봉제 공장·132 가난이 떠나지 않는다·135 목욕탕·138 우리 동네·140 옆집 아주머니·143 외가의 담장·145 귀뚜라미·147 손 편지·148 감나무·150 폭설에 쓰러진 나무·152 할머니와 씨감자·154 새벽이 길을 열다·156 봉숭아 꽃물·158 압해도·159 발문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피어난 희망의 시 ·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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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시끄럽게 말하고
크게 소리 지르던 너는 밤에 잠결에서도 꿈속에서도 크게 소리 질렀다 내 거야 만지지 마 화나게 하지 마 한 번 맞아볼래? 죽어버려 죽일 거야 죽이고 싶어 복수할 거야 꿈결에도 화내던 너는 아침에 잠이 덜 깨어 눈만 뜬 채로 무엇 때문에 성이 났는지 엄마 빨리 와 엄마 자꾸 그럴 거야? 가만 안 둔다 으악 아침을 찢는 너의 비명 소리 무엇이 너를 그토록 아프게 할까 무엇이 너를 그토록 힘들게 할까 무엇이 너를 그토록 화나게 할까 무엇이 너를 그토록 외롭게 할까 괜찮아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비명이 잠잠해지기를 나는 기다린다 ---「잠꼬대」중에서 오늘도 한 움큼 머리카락을 뽑혔다 아이는 화가 나면 내 머리채를 잡아당겨 한 움큼씩 머리카락을 뽑아낸다 아이는 화가 나면 주먹질을 한다 귓방망이 얼굴과 머리통 눈두덩이 등과 팔 여기저기 주먹으로 내리친다 아이가 화나면 아이의 양팔을 꼭 붙잡거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고 이끈다 아이의 주먹과 발길질이 다른 이에게 향하지 않도록 아이 몸을 꼭 안으면 아이의 이빨이 내 팔을 꼭 깨문다 이빨 자국이 피부를 뚫는다 아이의 머리통이 발길질이 내 몸으로 날아든다 아이의 괴성을 참아내기 위해 내 두 귀를 막으면 힘센 아이의 두 손이 귀 막은 내 양손을 잡아떼며 고막에 대고 더 크게 소리 지른다 오늘도 고막이 터질 뻔했다 오늘도 머리카락 한 움큼 뽑혔다 ---「오늘도 한 움큼」중에서 내 꿈 어디 갔어 내 꿈 어디 갔어 잠에서 깬 아이가 울부짖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꿈을 놓쳐버린 걸 안 순간 얼마나 슬펐을까 나도 그랬다 행복해지기 전에 늘 먼저 꿈이 깨어지고 말았다 닿으려는 찰나에 꿈은 영원히 멀어졌다 ---「내 꿈 어디 갔어」중에서 하늘, 구름, 수원 화성, 성곽의 나부끼는 깃발, 돌멩이, 나뭇가지, 그리고 열매와 바람과 새, 우리 동네의 우람한 느티나무, 날마다 공원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야외 수업 나온 서너 살 어린이집 꼬마들, 엄마 품에 안겨 있거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두 살 아기들, 풀과 꽃과 곤충들, 산책 나온 강아지들, 길에서 사는 주인 없는 고양이들, 모두가 내 아이의 친구들 아이에게는 언제나 친구가 필요했다 ---「모두 내 아이의 친구들」중에서 한 시간은 안고 있어야 잠이 드는 너를 밤마다 안고 거실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유리창 너머를 응시하다 보면 자꾸만 열넷 열여섯 열일곱 시절이 떠올라 사무치고 스물 서른 그 시절이 떠올라 아득하게 슬픔이 밀려오는데 밤마다 한 시간씩 너를 안고 창 너머 풍경이 아니라 내 기억 속 어느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너를 재웠다 일 년 동안 매일 밤 한 시간씩 너를 안고 ---「한 시간」중에서 매일 아침이 오는 게 두려운 날들이 있었다 떠오르는 해와 아이가 깨어날 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계 바늘이 무서웠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고 아이가 깨어나면 전쟁이 시작되었다 동이 트고 잠이 깨면 아침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밤마다 아이를 먼저 재우고 나도 눕고 나면 오늘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를 기도했다 나에게 내일은 없기를 바란 그런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살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었고 살고 싶었다 아니, 나는 살아야겠다 ---「나는 살아야겠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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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받아내는 삶, 물러설 수 없는 사랑
그런데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아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란 말인가? 이 아이는 사회가 ‘장애인’으로 부르는 아이다. 이 아이는 때로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배움과 치유를 거부하기도 하는 아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아이는 아니다. 엄마를 업어주려는 아이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도화지에 쓸 줄 아는 아이이고, 식물과 곤충을 채집할 줄 아는 아이이고, 포켓몬을 상상할 줄 아는 아이이고, 물고기 잡는 족대를 동네 형에게 빌려줄 줄 아는 아이이고, “엄마/ 나를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태어나 줘서 고맙다」)라고 말할 줄 아이이다. 우리는 이 아이를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아이는 아픈 아이가 분명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는 아이임도 분명하다. 혹 오랜 생명의 역사를 통해 내려온 인간이라는 종의 내면 중 어두운 부분을 충동적으로 표출하는 아이는 아닐까? 하지만 어쨌든 엄마에게 깊은 상처를 주며, 동시에 자신도 상처를 받는 아이임이 분명할 것이다. 다음 시를 보자.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살아 있어서 미안해 아이는 말뜻을 알아듣고는 그런 말 하지 마 그건 나쁜 말이잖아 그런 말 하면 너무 슬퍼 _「그런 말 하지 마」 부분 엄마와 아이는 이런 뜨거운 교감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지만 현실에서 둘의 상처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상처도 사랑의 감정이 있어야 생기는 법 아닐까. 저자는 아이에게 받은 고통과 상처 때문에 죽음까지도 생각하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삶의 자리에 복귀한다. 표제작인 「나는 살아야겠다」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이 트고 잠이 깨면 아침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밤마다 아이를 먼저 재우고 나도 눕고 나면 오늘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를 기도했다 나에게 내일은 없기를 바란 그런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살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었고 살고 싶었다 아니, 나는 살아야겠다 _「나는 살아야겠다말」 부분 이런 말은 사실 화자의 지독한 코나투스(conatus)라기보다는 추천사를 쓴 김성남 소통과지원연구소장의 말처럼 ‘온몸으로 받아내는 삶, 물러설 수 없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이 작품에서, 쉬운 말로 악착같이 살겠다는 의지가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생명과 사랑의 기운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만의 작은 정원을 꾸민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비와 바람과 태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날 우리 정원을 가꾸며/ 더 오래 참고 기다려보자/ 날이 지나고/ 어느 날엔가는 정말 우리 집 작은 정원이/ 곤충 호텔이 될지도 몰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 사랑은 오래 참고/ 오래 견디는 것이고/ 기다림이니”(「곤충 호텔」). 이만하면 내미는 대화의 손길을 잡아줄 만하지 않을까? 시인의 말 살기 위해서 매일 걷고, 읽고, 썼습니다. 글쓰기는 내 삶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내 삶에 새로운 의미와 해석,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픔이 시가 되었고 정직한 절망이 시를 낳았습니다. 제 아픔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저의 삶이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울고자 시를 썼습니다. 함께 웃고자 시를 썼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만나고 대화하고 싶어 시를 썼습니다.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세상을 감각하고 인식하는 자녀를 키우며,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 아이의 영혼에 진정으로 가닿고 싶어 숱하게 절망하고 눈물 흘리고 후회하고 자책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일어나 아이의 손을 잡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내 삶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 시집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가 함께 제 삶의 시를 써주었습니다. 저도 아이 삶의 시 쓰기에 동참했습니다. 시(詩)의 집을 한 채 지어 세상에 내놓기까지 내 삶이 끝내 꺾이거나 무너지지 않고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내 안의 빛을 비추어 준 사랑하는 나의 아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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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는 아들의 주먹과 살점을 파고드는 이빨 자국을 받아내는 것은 감정으로도 이성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살과 피로 감당해야만 하는 일이다. 아홉 살 남자아이가 엄마를 향해 쏟아내는 비명과 공격은 세상과의 불화가 육체에 남긴 생생한 통증이다. 이 시집은 상징이나 허구가 거의 없음에도, 겪어본 적 없는 세상 사람 대부분은 비현실적이라 느껴질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시인은 이 참혹한 고통을 섣부른 감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가파른 산동네 언덕을 오르고, 흙과 풀을 만지며, 그저 하루치의 숨을 묵묵히 잇는다. 이 시집의 제목에 담긴 ‘살아야겠다’는 절규는 낙관적인 희망의 수사가 아니다. 벼랑 끝에 몰린 한 인간이 제 몸을 온전히 내어주며 비정(非情)한 삶의 무게를 끝끝내 견뎌내는, 물러설 수 없는 생존의 기록이다. - 김성남 (소통과지원연구소장, 특수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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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무 다른 자녀를 키우며 자신의 삶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한 엄마의 이야기. 다르다는 이유로 누구도 세상에서 밀려나지 않고,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주기를 꿈꾸며 살아간다. 시와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질문 하나가 남는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글을 읽는 동안 나와 다른 아이를 키우며 홀로 견뎌야 했던 어둡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 듯 아팠다가, 아이가 주는 행복의 순간을 붙잡으며 살아갈 이유와 웃음을 함께 되찾게 된다. 시가 주는 공감은 실로 크고 서로의 마음에 기대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 장누리 (작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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