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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유월
주영선 저
문학수첩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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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배웅
브레이크타임
방문객
방의 역사
마중
화절령
사치
안부
출구
언덕의 날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0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8년 장편소설 《아웃》으로 제6회 문학수첩 작가상 수상. 《아웃》, 《모슬린장갑》, 《얼음왕국》, 《최고운전》, 《우리가 사는 이곳이 레일 위라면》, 《세 자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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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8*188*20mm
ISBN13
9791173830686

책 속으로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다행히, 그리운 건 없다.
있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건, ‘없는 것’이다.
부실한 유리 현관문에, 덧문만 달면 된다.
---「방문객」중에서

-내가 부탁 하나 해도 되겠소?
-말씀하세요.
-기효 씨를 이곳에 너무 오래 있게 하지 말아요. 나중에 다시 이런 데서 살더라도, 사람 속에서 부대껴 보게 해야 해요.
간곡한 제영호의 시선에, 기효가 먼저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겨울이면 눈 속에 묻혀 살다가 가끔, 영을 넘어가서 바다를 보고 올 수 있는, 여기가 좋아요.
---「방문객」중에서

명후는 이미 코스모스 숲을 베어 내고 돌과 시멘트를 섞어 축대를 쌓아 두었다. 그 축대 아래 구덩이를 파고 목련 나무를 심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여기선 그 꽃, 못 봐요. 못 살아요.’
---「방의 역사」중에서

기효는 기다리고 싶다. 기효 자신도 세상 속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20대를 고스란히 산마을에서 보냈다. 남은 인생은, 바다나 보며 지우와 마당 안의 삶을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달음에 이렇게 파리로 왔다. 기효는 지우에게 열정이 있기를,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 열정을 들켜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중」중에서

명후도 집을 설계할 때, 기효에게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기효는 거실에 앉아서 마당에 핀 장미를 볼 수 있길 바랐다. 꽃이 피고 지면 산속에서도 살 수 있으니까 지우 옆에, 갇힌 인생 곁에, 꽃이라도 두고 싶어서다.
---「마중」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은 저마다의 유월을 기다린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자리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 두 사람, 기효와 명후

기효는 떠나고, 명후는 남는다. 작가는 한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관계의 양상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기효와 명후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성숙한 부부이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내적 욕망은 파리와 모안이라는 이질적인 공간만큼이나 다르다.

기효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미뤄온 사람이다. 젊은 시절부터 스스로를 산골에 유폐시키며 살 작정을 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재능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그녀의 모순을 꿰뚫은 유명 영화감독 제영호의 돌연한 방문과 조언, 수수께끼처럼 남겨진 초상화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작가는 파리에서 기효의 여정을 좇으며 그녀가 미처 살지 못했던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정적인 일상을 견뎌 온 것처럼 보이는 명후는 기효보다 더 심층적인 갈등을 겪고 있었다. 가장의 무게를 진지하게 떠안은 그는 돌봄이 사랑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의 방식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기효에게 자신을 찾는 시간이 과거에 비중이 실려 있는 반면, 명후는 현재와 미래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그는 아무도 몰래 목공실에서 오직 희망으로만 띄울 수 있는 통나무배를 천천히 깎고, 먼 훗날 지우에게 남겨줄 이야기를 녹음하며 스스로를 위무하고 앞날을 낙관한다.

이 소설에서는 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수십 년 전 기효를 찾아온 제영호의 삶도, 그가 알아본 기효의 시나리오 〈언덕〉 역시 미완의 감각을 품고 있다. 그러나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곧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삶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작가는 ‘나는 과연 지금 누구의 시간을 살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치밀하고 세련된 서사에 담아낸다. 배웅과 마중, 모안과 파리, 떠남과 머묾,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기효와 명후는 자신들의 시간을 마주한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 묵직한 물음을 되물으며 자연스레 삶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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