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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고향을 묻는 이에게 이 봄날, 누구세요 물로 빚어진 사람 어라연 나생이 아욱국 햇빛 오일 양변기 위에서 꿀벌의 열반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가을 구름 물속을 간다 둥근 기억들의 저녁 다디단 진물 봄날 오후 왕모래 나의 철학 2부 무한 가능성의 세계를 향해 축 생일 요실금 완경 완경기 몸이라 불리는 장소에 관하여 피어라, 석유! 유령 난초 엄마가 엄마를 부르는 om의 한밤 내력 엄마 엄마의 배꼽 여명 아버지라는 시대 망백 어리고 푸른 어미 꽃 This You 3부 텅 빈 우주를 자궁 속에서 꺼낸다 별의 여자들 어미목의 자살 1 어미목의 자살 2 어미목의 자살 3 어미목의 자살 4 어미목의 자살 5 코즈믹 호라이즌, 이 바람 속에는 흥수아이 보름밤 종려나무 그림자에 실려 얼룩 서사 오브-라-디 오브-라-다 몸과 몸이 처음 만나 보얘진 그 입김을 말이라 했다 감자 먹는 사람들 초승달의 시간 그 바닷가 숲에서 물속의 여자들 여래여거 산문│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감사의 말 출처 표지와 디자인에 대하여 |
Seon Woo Kim,金宣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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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별의 여자들’이 될 수 없는 자의 슬픔과 기쁨 우주의 심연 속에서 바람이 인다.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바람은 우주의 태곳적 소원을 “은하의 수로를 따라” 태양계의 어느 푸른 별로 실어나른다. “구불구불한 꿈을 한없이 걸어”왔던 별의 여자들은 자기 몸을 비워 그것을 품는다. “텅 빈 여자의 중심, 지구 몸속의 또 다른 별에서 지구가 눈물 한 방울로 뜨거워진다.” 나는 김선우 시인의 시 〈별의 여자들〉을 오래 품어왔다. 시인은 독자와 평단 모두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첫 시집 출간 직후 돌연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로 내려갔다. 〈별의 여자들〉이 실린 두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말한다. “절명의 무엇이 있어서라기보다 그저 오래 그리워한 바람 때문이다. 강심에서 뜨고 지는 달 때문이다. 파도에 신선한 핏방울을 묻히며 심해를 거니는 물고기 비늘 때문이다. 오래 아팠던 나무 때문이다. (…) 스스로를 가두어놓고 이토록 행복해질 수 있다니, 생애 처음 있는 일이다.” 나는 강원도에 갈 때마다 시인을 떠올렸고 시집을 꺼내 〈별의 여자들〉을 거듭 읽었다. 지난봄 춘천에서 시인을 처음 만났다. 스무 해 넘게 숱한 작가들을 만나왔지만 이토록 기쁜 순간은 정말 드물었다. 시선집을 엮고 짓는 모든 순간이 설레고 행복했다. 별의 여자들이 될 수 없어서 슬펐고 별의 여자들을 사랑할 수 있어서 기뻤다.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까지 품어야 닿을 수 있는 관능과 혁명의 삶을 시인에게서 배웠다. 삼십 년을 오롯이 우리의 시인으로 존재해왔던 그에게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표지와 디자인에 대하여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시인은 쓴다. 엄마가 떠나자 엄마가 많아졌다고. 동트는 아침 구름, 저녁의 흰 새, 정오의 개망초, 제 그림자를 껴안은 붉은 작약, 오후의 너른 산그림자에게서 시인은 지천에 존재하는 엄마를 보고 말을 걸고 오늘을 살아갈 기쁨과 슬픔을 얻는다. 시편들에 등장하는 엄마의 문장을 추린 후 ‘엄마’라는 명사를 지웠다. 앞표지에서 엄마는 제목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섭섭해하거나 서러워할 필요가 없다. 본문을 열면, 그리고 뒤표지에 이르면, 사라진 ‘엄마’가 하나도 사라지지 않고 거기에 있으므로. 엄마는 떠났지만 곧 엄마는 무수해진다. 이는 시인의 일관된 열망과 태도이기도 하다. 사라진 엄마는 비애의 곡절을 지나 기어코 환희를 품은 채 별의 여자들이 될 것이다. 백색의 표지와 본문 사이에 놓인 선명한 붉은색은 엄마가 그토록 사랑했던 꽃의 빛깔이다. 용감하게 피어나고 용감하게 져버리는. 본문의 시작과 시편들의 마지막에는 이미지 두 장이 놓여 있다. 첫 이미지에는 마치 꿈꾸는 듯한 표정의 어린 시절 시인이 있고 마지막 이미지에는 어여쁜 아이들과 함께 서서 포즈를 취한 엄마가 있다. 시인은 저 시절부터 엄마 시편을 짓지 않았을까. 엄마의 사랑을 품고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