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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여섯 의사를 거쳐 찾아온 조르조 아직 찾지 못한 길이 있다 각성 수술 종양 너머에 사람이 있다 메스를 든 손, 색소폰을 쥔 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구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닿으려는 별들 실음악증 그 일이 일어나기 전 현미경에서 눈을 떼고 당신을 본다 스페인 광장에서 거인들을 찾아서 불가능의 안쪽으로 한 걸음 더 폐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실 이타카 당신의 꿈도 수술 계획에 넣겠습니다 기억을 잃어도 한 사람은 남는다 내가 지키려는 것은 당신이 살아온 시간 약속의 시간 마흔두 번째 생일, 나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대답할 수 없어도 나는 여기 있는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깨어나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한 번에 한 걸음 작은 몸짓 나란한 시선들 되찾은 삶으로 다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루카 거울 뉴런 귀가 유예된 고독 지평선에 구름이 걷히고 주석 |
Christian Brogna
Claudia Zan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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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수술이 단지 기술 문제인 것은 아니다. 각성 수술은 돌봄에 관한 철학이다. 환자 진료와 치료가 목적인 임상 측면을 넘어, 무엇보다도 개인의 본질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술을 앞둔 나는 언제나 환자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 이 환자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삶 어디쯤에 와 있는지, 결코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이들은 내게 말한다.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들은 수술 후에도 자기 아이들을 알아볼 수 있길 바란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글을 쓰고 말을 할 수 있길 바란다. 환자들의 바람은 내가 어떻게 수술에 임해야 할지를 방사선 영상만큼이나 선명하게 알려준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각성 수술」 중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억이기도 하다. 아니, 무엇보다도 기억 그 자체다. 기억은 시간을 가로지르는 선을 추적하면서 우리 삶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우리 감정을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선택에 영향을 주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한다. 기억은 우리 정체성이자 자아다. 우리는 우리가 본 것, 들은 것, 아는 것,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뇌가 보존하기로 택한 존재이자, 잊기로 결정한 존재이다. 이 순간, 우리는 단순한 수술 팀이 아니다. 짓밟혀선 안 될 존엄성, 굳센 의지를 목격한 증인이 된다. 우리는 침묵하 지만, 그를 수술하는 영광을 통해 기억을 보존하고, 그가 세계에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내가 지키려는 것은 당신이 살아온 시간」 중에서 뇌막염 증상은 잦아들고 있다. 이제 위험한 상황은 끝났다. 내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경외과 의사다. 뇌 영구 손상 가능성에 대해 잘 안다. 나는 앞으로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까? 팔다리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을까?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내 환자들이 늘 내게 하던 질문이 이제 내 것이 되었다. ---「 깨어나다」 중에서 당신이 아르헨티나 극장 로비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안젤라가 당신 아이들과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심장, 바로 그곳에 무언가 쿵 부딪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나가 된 사람들, 충만한 삶을 본 거죠. 그때 알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그런 삶을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제겐 환자와 수술이 있습니다. 집착이랄 만큼 일에 헌신한 것이 결국 모두를 내게서 멀어지게 한 셈이죠. 누군가를 사랑할 때조차 전 언제나 엉망이었습니다. 그 무엇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어요. ---「유예된 고독」 중에서 우리는 통증 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그 의미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증상이란 가능한 빨리 제거해야 할 단순한 표식이 아니다.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하나의 신호다. 환자는 그들의 병리학적 상태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환자들에겐 저마다 꿈이 있다. 욕망이, 식습관이, 사회에서의 삶이, 정신이, 살아나가는 ‘고유한’ 길이 있다. ---「지평선에 구름이 걷히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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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신경외과 의사가환자의 기억과 사랑, 아직 살아보지 못한 내일을 지키는 이야기
수술대 위의 남자가 색소폰을 연주한다. 의사는 그의 열린 뇌에서 종양을 제거한다. 음정이 흔들리면 손을 멈추고, 연주가 다시 정확해지면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이 수술에서 음악은 의사가 어디까지 접근해도 되는지 알려주는 신호이자, 환자가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당신이라는 세계가 끝나지 않도록』은 신경외과 의사 크리스티안 브로냐와 작가 클라우디아 차넬라가 함께 쓴 의학 에세이다. 서른다섯 살 음악가 조르조의 뇌종양 수술을 중심으로, 더 나은 치료법을 찾아 세계를 누빈 의사의 수련 과정과 그 자신이 생사의 경계에 섰던 시간이 교차한다. 정밀한 뇌과학과 긴박한 수술 현장, 환자가 된 의사의 고백이 어우러져 ‘한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여섯 명의 의사를 거쳐 찾아온 환자,그가 되찾고 싶은 것은 아이들과 음악이 있는 내일이었다 조르조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연인 안젤라를 사랑하는 남자이자 훌륭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앞서 만난 의사들은 수술이 너무 위험하거나 불가능하다고 했고, 마지막 의사는 석 달의 시한부를 선고했다. 그가 브로냐에게 바라는 것은 앞으로도 음악을 연주하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다. 브로냐는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살피는 만큼 그가 살아온 시간과 이루고 싶은 꿈에 귀를 기울인다. 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수술 중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각성 수술’은 이 약속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환자는 말하고, 계산하고, 기억을 떠올리고, 악기를 연주한다. 의사는 그 반응을 살피며 뇌의 기능을 확인하고 종양에 접근한다. 조르조의 손가락이 색소폰 위를 움직이는 동안 의료진은 그의 언어 능력과 운동 능력, 음악적 감각을 지키기 위해 집중한다. 독자는 그 곁에서 작은 뇌 조직을 보존하는 일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실감하게 된다. 환자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었던 의사,마흔두 번째 생일에 자신이 환자가 되었다 조르조의 수술을 몇 달 앞둔 마흔두 번째 생일, 브로냐 자신이 세균성 뇌막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가족과 동료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대답할 수 없고, 자신의 예후를 논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살아 있다고 알릴 수 없다. 의사로서 익숙했던 병실은 이제 두려움으로 가득한 공간이 된다. 깨어난 뒤에도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메스를 쥘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환자들에게 받아온 질문이 고스란히 자신의 질문이 된다. 그를 붙드는 것은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손을 잡고 말을 걸어주는 친구, 첫걸음을 뗄 때까지 기다려주는 동료, 침대 곁에 머무는 딸. 타인의 돌봄에 온전히 자신을 맡겨본 뒤, 그는 환자의 침묵과 불안 앞에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선다. 그렇게 회복하자마자 그가 만나고 싶다고 말한 환자가 바로 조르조다. 살고 싶었던 의사와 살고 싶은 환자의 이야기가 하나의 수술실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내가 지키려는 것은당신이 살아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책은 한 외과의의 손끝에 쌓인 시간도 보여준다. 프랑스와 브라질, 이스탄불과 빈에서 스승들을 찾아 배우고 수련한 나날들이다. 스승에게 받은 신뢰는 후배에게 건네는 기회로 이어지고, 환자를 지키려는 책임감은 수술실 밖의 삶을 살피는 태도로 확장된다. 수술이 끝난 뒤에도 환자가 일상을 되찾았는지, 좋아하던 일을 여전히 할 수 있는지 살피는 것까지가 그의 일이다. 뇌 안에는 누군가의 첫사랑과 아이의 이름, 오래 익힌 선율과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당신이라는 세계가 끝나지 않도록』은 그 세계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질병으로 일상이 흔들린 이들과 그 곁을 지키는 이들에게, 돌봄의 의미를 묻는 모든 독자에게 한 사람을 끝까지 이해하려는 마음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