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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가옥
장마리 저
실천문학사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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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7
비너스 가옥 13
분홍의 귀향 21
신흥목재소 30
이너웨어 디자이너 41
적폐 청산 63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 75
호두까기 인형은 노팬티 90
근대 문화유산 지킴이 103
알지만 모르는 거, 모르지만 아는 거 115
부엉이 5총사 128
팬티 인문학 139
권번의 침선장 151
대목장 박흥수 171
여교사 김명옥 192
외교원 이근태 205
금성의 고백 223
문화재 야행 : 시간여행 241
뿌리를 찾아서 255
비너스 가옥의 주인공 282
침선장의 마지막 유산 303
에필로그 313
작가의 말 317

저자 소개 1

1967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선셋 블루스』와 테마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 『마지막 식사』, 장편소설 『블라인드』 등을 펴냈다. 제7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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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28*188*30mm
ISBN13
9788939232174

출판사 리뷰

전국 곳곳의 근대 문화유산이 관광 자원으로 각광받는 요즘, 적산가옥은 묘한 자리에 놓여 있다. 한편에서는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청산해야 할 식민 잔재라 한다. 『비너스 가옥』은 이 익숙한 이분법 바깥에 선다. 작가는 '보존이냐 청산이냐'를 묻는 대신, 그 집에서 실제로 살고 일하며 버텨온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구체적인 생을 들여다본다.

소설은 침선장 명옥에서 시작해 금자, 미홍, 분홍으로 이어지는 4대 여성의 가계사를 축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백여 년의 시간을 교차 서술한다. 손바느질에서 재봉틀로, 재봉틀에서 속옷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변화는 곧 여성들이 자기 삶을 꾸려온 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작가는 속옷이라는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사물을 통해, 몸을 가리는 동시에 드러내는 그 역설적 기능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 '팬티 인문학'이라는 다소 발칙한 제목의 속옷 브랜드는 이 소설이 수치심과 욕망을 다루는 태도를 압축해 보여준다. 감추어야 할 것으로 취급받던 것들을 부끄러움 없이 바라보는 일, 그것이 이 소설이 말하는 존엄의 방식이다.

이 가계사의 뿌리에는 한 소녀의 이름이 있다. 권번 기생의 딸로 태어나 침선장 명옥의 수양딸로 자란 금성. 그는 어린 나이에 집안의 사정으로 일본인 사업가 야마다 다로를 따라 현해탄을 건넌다. 식민지라는 시대가 한 소녀에게 강요한 선택이었다. 고국을 떠난 뒤에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반세기 넘는 세월을 이국에서 보낸 그녀의 삶,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이가 과연 누구의 핏줄인지는 소설이 끝까지 다 보여주지 않아 그 해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는 이 소설이 '적산가옥'이라는 공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식민지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비너스 가옥을 '적폐'로 몰아 빼앗으려는 이대한이 등장한다. 그는 제 아버지가 과거 옥살이한 것이 침선장 명옥의 모함 때문이라 믿으며,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의 구호를 집안의 해묵은 원한과 뒤섞어 비너스 가옥을 공격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함의 실체를 하나하나 걷어내며, 진실은 그가 믿어온 서사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음을 드러낸다.

적산가옥을 둘러싼 현재의 갈등 역시 가볍지 않다. 근대 문화길 조성과 개발 이권, 그리고 '적폐 청산'이라는 말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세력의 움직임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과거사가 얼마나 손쉽게 정치적 수사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 세태를 날카롭게 포착하면서도, 정작 그 집의 진짜 내력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한 여성이 또 다른 여성을 지키려 했던 선택, 그리고 오래도록 침묵해온 사랑과 속죄에 있었음을 천천히 드러낸다.

전라도 방언이 살아 있는 생생한 대화, 세대를 넘나드는 다층적 구성, 그리고 식민지 시기 실존했던 재봉틀 산업과 권번의 풍속을 꼼꼼히 복원한 디테일은 이 소설을 단순한 가족사 이상의 것으로 만든다. 『비너스 가옥』은 거대한 역사가 미처 비추지 못한 자리에서, 묵묵히 바늘과 실을 놀려온 이들의 시간에 말을 건넨다. 그 말 건넴이야말로 이 소설이 독자에게 전하는 가장 따뜻한 위로다.

·작가의 말

이 작품은 「팬티 인문학」이라는 속옷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사는 전북 익산은 철도로 인해 호남의 관문이지만 산업화는 미미하였다. 한때 섬유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때도 있었다. 이웃한 군산은 더딘 산업화로 근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히로쓰 가옥’이다. 이 집을 배경으로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영화 〈타짜〉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속옷에서 시작한 서사를 근대 문화유산으로 확장하여 『비너스 가옥』이 되었다.

초고를 쓰던 때 나는 행복세상작은도서관 상주 작가였다. 내 시놉시스를 읽고 조수원 사서가 “재미있겠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소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듬해 호남문고 상주작가로 있으면서 초고를 완성했다. 대표가 고등학교 친구였다. 미오와 혜란 실장의 배려에 깊이 감사드린다.

소설은 혼자 쓰는 게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고, 기다려주고, 격려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무리가 덜 된 상태로 크라우드펀딩을 하기도 했다.

부족한 원고를 출간해 주는 실천문학사에도 인사드린다.
이 소설을 읽어주실 독자께도.

2026년 가을에
소설 쓰는 장마리 드림

추천평

옷은 몸을 가리고 보호하지만, 역설적으로 가림을 통해 맨몸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의 정체성과 인격을 드러낸다. 속옷은 몸에 더욱 밀착해 몸을 보호하면서도 가려진 몸을 의식하게 한다. 평생 옷을 입고 살아왔으면서도 옷이 지닌 이런 의미를 이 소설을 통해 새삼 되짚게 되었다. 4대에 걸쳐 미싱을 돌리고 옷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삶과 함께 잘 녹아 있다. 전통 방식의 손바느질에서 이 땅에 처음 미싱을 들여와 양복과 양장을 가업으로 이어온 옥산의 『비너스 가옥』. 그 집을 대물림하며 지켜온 4대 여인의 가계사를 통해 장마리는 옷 이야기와 함께 옷 바깥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도 속도보다 방향이다. 단문 중심의 문장으로 이토록 잘 읽히면서도 자꾸 멈춰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쓰기는 쉽지 않다. 이 작가는 참으로 좋은 문장의 미덕을 가졌다. - 이순원 (소설가)
『비너스 가옥』은 ‘적산가옥’을 다룬 이야기이다. 지역 공동체의 개발 이권과 사적 권리, 식민역사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작가가 좇는 것은 거대한 이념 논쟁이 아니다. 적산가옥이라는 오욕의 상징 아래 혈류처럼 흐르는 구체적인 사람들의 흔적이다. ‘비너스 가옥’에는 여성 4대 재봉사들의 삶이 이어지고, 그들은 식민역사의 굴곡 속에서 욕망과 치욕과 좌절을 견디며 저마다의 운명을 살아낸다. 작가가 발굴해낸 것은 ‘거대한 뿌리’가 아니라 잔뿌리처럼 서로 얽히면서 살아낸 시간들이다. 그리고 그 잔뿌리들이 끝내 보여주는 것은 생의 버팀목이 되어준 관계들이다. 작가는 때로 발랄한 현대적 감수성으로, 때로 능청스러운 방언과 민족지적 지성으로 이 관계와 삶의 터전을 감싸 안으며 과거사를 리폼한다. 수치심과 욕망, 상처와 부끄러움을 평범하고 넉넉한 속옷의 정서로 끌어안는 ‘팬티 인문학’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내밀한 윤리이자 통찰이다. - 정은경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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