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시간•5
1장 떠나간 제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 1 열심히 일하면 실업자가 되는 제조업의 슬픈 전설•18 2 제조업의 빈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28 3 규제와 보호가 가득한 나라에 청년의 미래는 없다•34 4 혁신을 막는 보호는 청년의 기회를 빼앗는다•41 5 좀비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에서 청년은 떠난다•48 2장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 한국이 다시 기회를 맞게 된 이유 1 차가운 전쟁의 시대, 네 번의 외환위기•56 2 신자유주의의 파도 속에 새롭게 태어난 한국•65 3 평평한 지구와 중국의 부상, 날개 단 한국 경제•72 4 중국 특수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79 5 자유무역의 한계, 규칙을 지키지 않는 폭군을 막을 수 없다•85 6 공급망은 어떻게 무기가 되었나•89 7 이미 무너진 글로벌 자유무역의 신뢰•97 8 미국은 왜 마가를 선택했나•103 9 미국은 왜 제조업을 다시 선택했나•117 3장 전 세계 바다의 초크포인트를 장악한 한국 조선업 1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세계 1위의 기적•132 2 구조조정의 역설, 위기가 만든 초격차•139 3 세계 1위도 퇴출을 걱정했던 긴 불황의 터널•145 4 보호무역주의와 친환경의 시대, 다시 출항하는 K-조선•151 4장 나라 지키려 만든 무기, 수출 효자 상품이 되다 1 세계 최강 미국 방위산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166 2 소련의 빚이 만든 기회, 불곰사업이 바꾼 한국 방산•175 3 무기는 성능만으로 팔리지 않는다•189 4 산업화를 지키던 무기, K-방산의 태동•202 5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나라, K-방산의 전성시대•208 5장 AI 시대의 심장은 메모리다 1 글로벌 이벤트 천운 속에 피어난 한국 반도체•218 2 모바일 혁명 시대, 글로벌 최고의 IT 회사가 된 삼성전자•225 3 애플이 떠난 자리, 흔들리기 시작한 삼성의 반도체 제국•229 4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개발한 SK하이닉스의 HBM•237 5 AI 생태계의 최대 병목은 메모리, 가보지 않은 길•241 6 메모리 산업의 미래, 과연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까•246 6장 모든 것이 전기화된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K-배터리 1 전기화 시대의 승부는 배터리가 결정한다•256 2 목숨을 건 전기차 배터리 특허 전쟁•261 3 과도하게 과감한 한국 배터리 산업의 도전•270 4 배터리 경쟁의 판이 바뀌다•276 5 진격의 K-배터리•282 6 주문이 공장이 되고, 공장이 짐이 되다•289 7 전기차 생태계에 펼쳐진 지옥도•294 8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찾아온 ESS 기회•303 7장 AI 산업의 승부는 결국 전기가 결정한다 1 절대 지배자가 되어버린 전력망•312 2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소멸한 전력기기 산업•323 3 소리 소문 없이 무럭무럭 자란 한국 전력기기 산업•331 4 멈추지 않은 공장, 죽지 않은 생태계: 한국 원전 가성비의 비•밀339 5 꾸준함이 만든 경쟁력, 한국 원전의 시간•349 6 다시 찾아온 원전의 , 한국에 열린 새로운 시장•358 8장 화장품 제조업은 국격이다 1 가난해도 아름다움은 추앙된다•368 2 중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K-뷰티•377 3 K-뷰티는 하나의 장르다•387 4 반도체에 TSMC가 있다면 K-뷰티에는 코스맥스가 있다•393 5 탄력 받은 K-뷰티, 산업 기반을 단단하게 하려면•402 9장 대담: 최태원, 임형규, 김용범 1 “어지간한 변화로는 안 된다”, 성장을 위한 극약 처방-최태원•408 2 “반도체는 결국 사람이다”, 필연 산업과 대세 기술-임형규•433 3 미·중 패권 전쟁의 최전선, 한국의 대체 불가능성-김용범•458 에필로그 희망이 낯설어진 시대에•477 |
권순우의 다른 상품
|
한국은 운이 좋았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마다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 기회를 성공으로 만들었다. 냉전 시대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의 지원과 시장 접근을 통해 생산역량을 축적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운이 좋았다는 설명만으로 한국의 현재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 기회를 실제 성장으로 연결한 나라는 많지 않았다. 한국은 성실함과 집요함, 과감한 도전으로 기회를 현실로 만들었다.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었고, 실패하면서 기술을 배웠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생산능력을 키웠다. 과거의 성공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됐다는 결과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회가 어떻게 찾아왔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p.8 프롤로그 중에서 한국은 산업화 시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자본을 충분히 축적하지는 못했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달고 살았고 주기적으로 외환위기에 봉착했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환경과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네 차례의 외환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잦은 외환위기를 겪었다고 해서 산업화의 역사를 폄하할 수는 없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도로와 전력 등 인프라를 깔고, 철강과 화학 등 기초 산업부터 자동차와 전자 등 대규모 생산 시설까지 구축한 것은 인류사에서도 보기 드문 성과다. ---pp.63~64 「2장 1. 차가운 전쟁의 시대, 네 번의 외환위기」 중에서 자유무역이라는 명분으로 해외 기업을 받아들이고, 해외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배운 중국 제조업 생태계는 이제 해외 기업들을 밀어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글로벌 기업을 압도하는 수준이 됐다. 한때 한국 산업 중에 디스플레이가 반도체보다 더 많이 수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 시장 정도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중략) 중국 정부는 투자금의 80~90%를 지원했고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디스플레이의 영역을 잠식했다. 초대형 생산 라인과 덤핑 판매 앞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TV용 LCD 패널 가격은 3분의 1토막이 났고 2020년 이후로는 전면적인 항복을 선언했다. 한국에 있는 공장이 먼저 문을 닫았고 마지막으로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공장을 매각하면서 한국 TV용 LCD 산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p.100 「2장 7. 이미 무너진 글로벌 자유무역의 신뢰」 중에서 미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는 한국 조선사에도 도전적인 과제다. 한화그룹은 2024년 약 1억 달러를 들여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만 명이 근무했던 주요 조선소지만, 지금은 부지 일부를 카페와 의류 소매점으로 활용할 정도로 쇠락했다.인건비가 비싸고 기자재도 멕시코 등지에서 가져와야 해 건조 비용이 한국의 여섯 배에 이른다. 한화는 거제조선소에서 검증한 공법을 미국에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필리조선소의 크레인은 메가 블록을 옮길 힘이 부족하고, 지반도 거대한 블록을 지탱할 만큼 단단하지 않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인 숙련 기술자 50여 명을 필라델피아에 파견해 현지 인력 교육도 시작했다. 이와 함께 호주의 조선 방산 기업인 오스탈의 미국 자회사 오스탈 USA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에서 상선, 오스탈U SA에서 방산을 소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p.157 「3장 4. 보호무역주의와 친환경의 시대, 다시 출항하는 K-조선」 중에서 한국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한국 육군에 납품하려고 생산 중이던 K2 전차를 폴란드에 즉시 인도하겠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대규모 전차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하고 있어 구매 결정만 내려지면 몇 달 안에 전차를 만들어 보낼 수 있었다. 실제로 계약 체결 단 4개월 만에 초도 물량을 폴란드에 보냈다. 구매를 위해 K 2 흑표를 적극적으로 검증한 폴란드 정부는 기대보다 뛰어난 성능에 크게 만족했다. 폴란드는 총 1천 대의 K2 전차를 주문하기로 했다. 1차 계약분 180대와 2차 계약분 가운데 117대는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폴란드로 인도한다. 2차 계약분 가운데 63대는 폴란드 현지 방산 기업이 조립 생산한다. 나머지 약 490대는 폴란드에 공장을 세워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게 된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전차 기술을 배우고 불곰사업으로 소련 전차를 확보해 독자적인 K2를 개발했듯이, 폴란드도 방위산업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이 분명하다. ---pp.187~188 「4장 소련의 빚이 만든 기회, 불곰사업이 바꾼 한국 방산」 중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하지 않았었는데, 애플이 TSMC로 떠난 뒤 본격적인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세계 최초로 10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며 기술적 우위를 뽐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은 TSMC에 비해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과 손잡고 집중적으로 선단 공정을 개발한 TSMC의 경쟁력은 점차 높아져 삼성전자를 넘어서게 된다. 삼성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계기로 애플과의 결별을 꼽을 수 있다. 최대 고객을 잃은 데다 애플의 반도체 생산을 맡은 TSMC가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로 성장하면서 삼성의 입지는 좁아졌다. ---p.230 「5장 3. 애플이 떠난 자리, 흔들리기 시작한 삼성의 반도체 제국」 중에서 용인과 호남에 걸친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수익 창출이나 특정 국가의 산업 진흥 차원을 완전히 넘어섰다. 폭증하는 AI 수요와 메가 인프라의 균열 속에서 한국이 내놓은 수천조 원규모의 전무후무한 투자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줄 필수적인 과제다. 거대한 전력망과 용수 인프라 구축, 과감한 규제 철폐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국가의 사운을 건 전방위적 행정·제도적 지원이 완벽히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pp.248~249 「5장 6. 메모리 산업의 미래, 과연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까」 중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습식 분리막 개발에 성공하자 일본 업체들은 한국·일본·미국 법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단순한 법적 다툼이라기보다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에 가까웠다. 특허소송에 휘말린 신생 소재를 완성차 업체나 배터리 제조사가 굳이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도 맞섰다. 일본 기업들이 등록한 특허가 독창적인 기술이 아니라는 근거를 찾아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7년에 걸친 싸움 끝에 한국과 미국 특허 법원은 해당 분리막 특허의 독창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SK의 분리막 양산 성공을 가장 반긴 곳은 역설적으로 국내 경쟁사인 LG화학과 삼성SDI였다. 일본 소재 업체들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국내 공급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소재 국산화는 국내 조달이라는 장점뿐 아니라 기존 해외 업체들이 경쟁을 위해 가격을 낮추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LG와 삼성은 SK의 분리막을 빠르게 채택했다 ---pp.277~278 「6장 4 배터리 경쟁의 판이 바뀌다」 중에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ESS 시장의 저마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배터리 셀만 만들어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셀을 모듈화하고 컨테이너 형태의 팩까지 조립하는 공정까지 수직 계열화를 해야 하고, 열관리, 화재 방지 솔루션까지 턴키로 제공하며 시스템 단위의 마진을 확보해야 한다. 또 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PMS, EMS, BMS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고도화해야 하드웨어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 등으로 고마진의 락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변전소, 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전체 전력망, 가상발전소VPP 등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솔루션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걸 갖춰 유휴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높은 피크 시간에는 자동으로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갖추고 제공할 때, 배터리 제조사는 단순 제조사가 아니라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 국가 중에 배터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중국 배터리에만 의존하고 싶은 나라는 없다.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의 시대에는 공급망을 선택할 때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자유무역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나라는 한국이다. ---pp.307~308 「6장 8.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찾아온 ESS 기회」 중에서 어떤 공장도 40년간 운영되지 않으면 인력도 기술도 자산도 남아 있을 수가 없다. 원전의 상징인 웨스팅하우스도 설계 기술만 있지 사람도 공장도, 부품을 만들어줄 산업 생태계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 모든 원전이 타격을 입고 있던 와중에도 한국은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을 묵묵히 만들어 2021년 1호기 상업 운전을 시작해 4호기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미국, 유럽의 3세대 원전들이 수년, 십수 년씩 공기가 지연되며 고전하는 와중에 정해진 예산, 정해진 기간을 맞춘 유일한 프로젝트다. 실질적으로 원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자국에서 꾸준히 원전을 지어온 한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서방 국가들의 선택지에 없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원전을 만들 수 있는 국가다. 복잡한 원인을 분석할 것까지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보다 꾸준히 원전을 만들어온 기간, 그리고 이로 인해 붕괴되지 않은 원전 제조 생태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p.348 「7장 4. 멈추지 않은 공장, 죽지 않은 생태계: 한국 원전 가성비의 비밀」 중에서 한국 화장품은 미국 여성들의 화장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며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은 고가의 럭셔리 기초, 강한 색조가 주요 품목이었다. 주로 피부 결점을 완벽하게 가리고 얼굴의 윤곽을 새로 그리는 수준으로 파운데이션을 했고 진한 스모키 눈화장, 입술선을 넘겨 그리는 오버립 등 강한 색조 화장이 주를 이뤘다. 반면에 한국 화장품은 결점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건강미를 추구한다. 안 좋은 피부를 덮는 게 아니라 좋은 성분을 발라서 피부 자체를 좋게 만드는 게 진짜 좋은 화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K-POP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 여성들의 맑은 피부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맑은 피부를 만드는 10단계 스킨 케어 같은 한국식 기초 화장 루틴이 하나의 자기 관리 문화로 정착됐다. 미국 화장품은 강하고 비싸지만 한국 화장품은 순하고 예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한국 화장품은 화장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화장을 시작하게 했고, 가끔 진하게 화장하던 사람들은 매일 가볍게 화장하도록 바꾸어 놓았다. ---pp.389~390 「8장 3. K-뷰티는 하나의 장르다」 중에서 최태원: 성장 동력이 다 떨어져 있는데 규제는 그때 그대로인 상태가 됐다. 대기업 규제를 풀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혀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문제다. 규모가 작아서 지원한다고 하면 계속 작게 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정부가 이 정책을 계속 쓰면 안 된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성장을 달성한 기업을 지원해주면 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거다. 그냥 작은 중소기업이니까 지원하자는 것은 더 이상 안 맞는 정책이다. 그런 정책은 그냥 N분의 1 정책이다. 자원이 있으면 N분의 1로 쪼개서 100개가 있으면 100개로 기업에 나눠줬다. 이렇게 하면 온실 속의 화초만 키우고 성장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는다. 성장이 첫 번째 정책 목표가 되면 관점이 달라진다. 모든 규제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안 되는 논리가 우세하면 바뀔 수가 없다. 안전 등 정말 필요한 규제는 해야겠지만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고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 ---p.416 「9장 1. “어지간한 변화로는 안 된다”, 성장을 위한 극약 처방- 최태원」 중에서 내가 보기에는 삼성이 TSMC보다 잘하는 뭔가를 계속 찾아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서는 패키징 역량이 중요하다. 엔비디아 AI 가속기 등에 사용되는 TSMC의 CoWoS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삼성은 아직 약점을 보인다. 이 분야는 계속 따라가긴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부터 확실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 (중략) 뭘 해야 할지 전략은 뻔하다. 잘할 수 있고 잘 되는 걸 먼저 해야 한다. 결국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실행의 문제다. 이번에 메모리 성과급 파동 때문에 실행력이 더 떨어졌을 것이다. 메모리에 있으면 연봉을 엄청 받아가는데 파운드리로 가면 돈도 못 받는다. 파운드리 가는 직원들 사기가 죽고 더 악화될 것이다.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파운드리가 장기간 버틸 수 있도록 사람을 주고 권한을 주고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 ---p.452 「9장 2. “반도체는 결국 사람이다”, 필연 산업과 대세 기술- 임형규」 중에서 |
|
불황에도 멈추지 않은 공장, 그 시간이 한국의 경쟁력이 되다
대한민국 제조업 80년의 도전과 선택에서 찾은 다음 성장의 기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면 저성장과 인구 감소, 중국의 추격과 산업 경쟁력 약화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삼프로TV’ 권순우 기자는 제조업 현장 곳곳에서 다른 변화의 징후를 발견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과 방산, 원전과 전력기기, K-뷰티까지, 오랫동안 기술과 생산 역량을 쌓아온 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저자는 이 변화를 일시적인 호황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규칙이 바뀌는 변곡점으로 읽는다. 《한국은 어떻게 제조 강국이 되었나》는 지금 한국 산업에 찾아온 기회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80년의 도전과 선택을 돌아보는 책이다. 냉전 체제와 자유무역의 확산, 중국의 부상과 공급망 재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산업은 세계 경제의 변화와 맞물려 성장해왔다. 하지만 유리한 국제 환경이 저절로 제조 강국을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산업에 뛰어든 기업의 결단, 실패를 거듭하며 기술을 익힌 사람들의 집요함, 불황에도 이어온 생산과 투자가 기회를 현실의 성장으로 바꾸었다. 저자는 거대한 경제의 흐름과 구체적인 현장 이야기를 연결하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형성된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먼저 제조업이 떠난 자리를 다시 채우기 어려운 이유와 산업의 쇠퇴가 지역과 청년의 삶에 남긴 흔적을 살핀다. 이어 한국 경제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대응해온 과정을 돌아보고, 주요 산업의 성장과 위기를 추적한다. 허허벌판에서 출발한 조선업은 긴 불황과 구조조정을 거쳐 새로운 경쟁력을 다졌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육성한 방위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신뢰와 생산능력을 인정받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의 도약과 흔들림, SK하이닉스의 HBM 개발을 통해 기술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는다. 배터리와 전력기기, 원전, 화장품의 이야기는 한국 제조업의 저력을 더욱 넓게 보여준다. 과감한 투자가 성장의 발판이자 부담이 된 배터리 산업에서는 위기 속 새로운 수요를 찾는 과정을 살피고, 전력기기와 원전에서는 꾸준히 유지해온 생산 기반과 산업 생태계의 가치를 발견한다. K-뷰티의 성장 역시 브랜드의 인기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 기반이 어떻게 다양한 브랜드의 도전을 뒷받침했는지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제조업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경쟁력이 수많은 현장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축적된 결과임을 알게 된다. 이렇게 쌓아온 역량은 공급망 재편과 AI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가장 싸게 만드는 곳에서 제품을 사 오던 세계는 이제 믿고 맡길 수 있는 생산 파트너를 찾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신뢰 무역의 시대’에 약속한 품질의 제품을 정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공급하는 실행력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AI 역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물리적 기반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첨단기술의 변화가 빠를수록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제조 역량의 가치도 커진다. 한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산업 기반에서 미래를 기대할 이유를 찾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기회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양극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이며, 무역장벽이 높아져도 중국과의 경쟁은 계속된다. 책의 9장에서 저자는 최태원·임형규·김용범과의 심층 대담을 통해 이러한 현실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묻는다. 최태원은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성장 전략과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임형규는 미래 산업을 이끌 기술 인재의 육성과 활용을 이야기한다. 김용범은 국제질서의 전환 속에서 한국의 제조 역량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짚는다. 세 사람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다음 도약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이 책이 전하는 희망은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하면 된다는 낙관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쌓아왔고,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눈앞의 문제를 풀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며 더 나은 것을 만들어온 시간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면, 그 역량은 다음 세대의 가능성을 넓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어떻게 제조 강국이 되었나》는 희망이 낯설어진 시대에 산업 현장에서 발견한 변화의 근거를 제시하며,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