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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들어가며: 사랑, 정치, 경제의 무늬 뜨기 1장 우리는 왜 뜨개를 할까? 2장 실 상자를 열며 3장 혁명을 위한 뜨개 4장 페미니즘과 실의 애증관계 5장 털실은 대단해 6장 뜨개 관계망의 마술 7장 신경과학 시대의 뜨개 8장 사회를 다시 잇는 뜨개를 함께 나오며: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주 |
LORETTA NAPOLE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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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는 자연 그 자체이다. 양털과 같은 자연의 산물에서 실을 자아 비, 눈, 바람, 햇빛 같은 기후 요소들로부터 몸을 지켜 줄 편물을 만드는 작업이다. 인간이 독창성을 발휘해 양털, 면화, 누에고치와 같은 원재료를 추위나 더위를 막아 주는 필수재로 바꾸는 것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이런 원재료는 놀랍게도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양털은 고지대에서, 면화는 나일강 유역에서, 누에고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나며 저마다 해당 지역민의 필요를 채우는 데 알맞은 특성을 띤다. 중동에서는 면사를 떠서 사막의 열기를 막고, 안데스산맥에서는 알파카 털을 활용해 보송하고 따뜻한 옷감을 얻는다. 한 가지 공통점은 자연과의 이러한 상호작용에는 언제나 인간의 창조성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 p.41 양모, 방적, 직조, 뜨개는 여성의 힘이 담긴 도구이다. 인류 진보에 여성이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 보여줄 영원한 증거이다. 이제 이 실을 잡고 신세계의 시작,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탄생, 제국주의 영국에 맞선 미국의 독립 전쟁에서부터 진실을 밝히는 탐험을 시작하자. 여기에 기술한 내용은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아니다. 할머니는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 p.63 정치적 저항으로서의 뜨개는 21세기 초부터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이 저항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에 뚜렷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마르크스주의를 떠올리게 할 만큼 이들의 어휘는 혁명적이다. 뜨개를 통해 박탈당한 이들에게 평화적으로 힘을 부여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그저 나무를 감싼 뜨개담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미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로지 탐욕에서 비롯하는 사회 해체, 환경 파괴, 사회적 가치 붕괴에 맞서는 평화적이고도 강력한 선언이다. --- p.103 뜨개는 어떻게 중립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뜨개가 여성 억압적인 공예라는 인식은 지속되기 어려운 고정 관념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유력한 답이 될 것이다. 수 세기에 걸쳐 남성들도 뜨개를 해 왔으며, 뜨개인들은 스스로 바늘과 실의 노예가 되었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 반대로, 동반자를 위해 스웨터를 뜨거나 자기가 입을 판초를 뜨는 능력은 언제나 개인이 지닌 기술을 드러내는 표지, 창조성의 표현,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이었다. --- p.117 나를 치유한 것은 분명 뜨개의 신경학적 힘이었다. 뜨개는 나 자신을 나의 현실로, 마음챙김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내 마음을 부정적이고 어두운 미래로 가득 찬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또한 어린 시절에 겪은 사건들, 언제나 해묵은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이미지들, 부모님도 미성숙했고 나도 어렸던 탓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상황들에 얽힌 고통스러운 기억이 무의식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막아 주었다. 눈앞에 닥친 난관을 헤쳐 온 지난 몇 달 동안 뜨개와 함께한 덕에 지금 내가 긍정적인 측면들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173 뜨개는 알래스카 선주민 여성들에게 경제적 독립을, 그리고 ‘서양 문명’이 전통 사회를 타격하는 와중에 가족을 먹여 살릴 방편을 제공했다. 뜨개는 말 그대로 부족을 하나로 엮어 주었다. 구성원들을 서로 연결하고, 공동체적 정신을 보존하고, 혹독한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도 전통을 유지하게 해 주었다. 여성들은 여름철에 낚시용 야영지와 열매 채집지로 이동하는 중에도, 가을철에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해 식량을 저장하는 중에도, 또 어린이나 노인을 돌보는 중에도 뜨개를 해 돈을 벌 수 있었다. ---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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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한 것은 분명 뜨개였다!”
노년의 정치경제학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 뜨개의 가치와 의미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삶을 일으켜 세웁니다. 어떤 거창한 깨달음보다도, 매일매일 손으로 직접 해 낸 작은 일에 오히려 커다란 힘이 깃들어 있지요. 이탈리아의 정치경제학자 로레타 나폴레오니의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다름 아닌 ‘뜨개’였습니다. 테러리즘과 국제 자금의 흐름을 연구하며 경제 컨설턴트로 여러 나라를 오가던 학자가 예순이 넘어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를 맞았을 때, 끝내 삶을 붙들어 준 것은 학문도 경력도 아닌 뜨개였지요. “내 삶에 재앙이 닥쳤을 때, 내 곁에는 늘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기예가 하나 있었다. 바로 뜨개였다.” 유년 시절 할머니에게 직접 뜨개를 배운 이후, 저자에게 뜨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아름다움에 나를 붙들어 매고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줄 단단하고도 긍정적인 도구”였습니다.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뜨개를 하며 듣던 이야기는 정치와 경제를 향한 호기심의 씨앗이 되었고, 할머니의 다정한 지혜와 가르침은 분열된 세계를 다시 이어 붙일 희망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코 한 코 뜨개를 하며 자신을 회복하는 동안, 그간 제대로 묻지 않았던 뜨개의 가치와 의미가 되살아났습니다. 반복과 인내 속에서 창조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뜨개는, 마음의 요가였고 통증을 이겨내는 치료제였습니다. 개인적 치유와 발견을 넘어, 저자는 뜨개의 다양한 가치를 역사적 자료와 연구로 조망합니다. 뜨개는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낸 노동계급의 공예였고,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던 창구였으며, 사회변혁을 이끄는 촉매였습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으로 전해진 뜨개에는,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뜨개의 풍부한 가치와 치유의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서로가 있어야만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놀라운 공예, 이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뜨개라는 치유자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지요. “뜨개는 어떻게 우리의 삶과 역사를 바꾸어 왔을까?” 나를 회복하고 세계를 되살리는 한 코 한 코의 힘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처럼, 이 책은 인간과 뜨개가 얽힌 순간을 세심히 되살려 냅니다. 고대 이집트와 페루에서 현대의 몽골과 알래스카까지, 인류 문명과 함께해 온 뜨개의 세계사가 펼쳐지지요. 뜨개 재료와 기법이 교류와 대립 속에서 각지의 환경에 적응하며 발달해 온 맥락도 빼놓지 않고요. 미국 독립혁명 당시의 ‘뜨개질 모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뜨개질 스파이’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마다 뜨개는 정치·사회·문화적 역할을 해 냈습니다. 소비주의를 거부했던 히피 문화, 기후변화에 항의하는 ‘얀봄빙’ 시위, 공예 행동주의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뜨개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도구였을 뿐 아니라 노동 계급, 특히 여성들이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 준 수단이었음이 또렷이 드러납니다. 뜨개의 힘은 역사에만 있지 않습니다. 수학·과학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지적 가치 또한 분명합니다.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는 뜨개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치유 효과를 뒷받침하지요. 다른 이들과의 연결을 통해 사회적 장벽을 허물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며, 뜨개 직물의 고유한 특징으로 최첨단 과학의 발전에도 기여합니다. 저자가 “공적·사적 영역을 아울러 복잡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뜨개를 통해 풀어내고 이해하고자” 한 이유입니다. 그 끝에 우리는 치유와 연대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는 뜨개의 혁명적인 힘을 발견하게 되고요. 뜨개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뜨개 유학까지 고민했던, 이 책의 번역가 장상미 선생은 “그동안 접한 뜨개에 관한 책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갖가지 정보의 지도가 다채롭게 그려져 있었다”고 말합니다. “‘여성스러운 취미’라는 표제 아래 가려져 있던, 뜨개인들의 목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크고 또렷하게 들려오면 좋겠다”라고도 바라고요. 뜨개는 결국 개인적이고 사적인 취미를 넘어, 우리를 치유하고 서로를 이어 주는 수많은 가치가 담긴 공예입니다. 이 책이 한 코 한 코 떠 낸 두터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나’를 회복하고 세계를 되살리는 ‘뜨개의 힘’을 분명히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