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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합시다
김사사 저
문학동네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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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체조합시다 · 7
모 · 39
정원사 · 63
싱크로나이즈드 클럽 · 93
균형잡기 · 123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 151
연말 극장 · 181

해설 | 황예인(문학평론가)
장난 당하기 · 205

작가의 말 · 224

저자 소개 1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체조합시다」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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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76g | 133*200*20mm
ISBN13
9791141603755

책 속으로

택기는 토끼를 가리키며 커서 문제다, 크고 소리도 없어서 문제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왜 문제야, 커야 더 좋지. 너는 토끼로 요리하는 요리사니까 커야 좋은 거지. 개새끼들이 도망을 간다고. 토끼는 개일 수 없었지만 택기는 달리 부를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도망을 간다니, 탈출한다는 것인가. 어떻게 탈출해. 이렇게 큰데. 크기가 이런데.
--- p.12 「체조합시다」 중에서

집안은 이렇게 건조하고 짜고 덥고 더군다나 좁아터졌는데, 벽 하나 너머 바깥의 사람들은 신이 나 있잖아. 틈만 나면 집 앞으로 구겨진 캔을 던져버리잖아. 푹푹, 새벽까지 터지는 폭죽소리에 얼굴을 얻어맞는 기분이야. 우리는 사람들이 저기에 있다는 걸 아는데,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까?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나갈 수가 없다고.
--- p.42 「모」 중에서

나는 빗속에 있어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내 얼굴은 아주 축축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편안하고 안전한 기분이에요. 당신이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 p.67 「정원사」 중에서

가늘고 어렴풋한 불빛이 브라운관 내부로 흘러들었다. 퓨즈는 아주 작은 눈금실린더처럼 보였다. 고작 그것 하나 때문에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난다든가 화면이 픽 나가버린다는 게 늘 이상하게 여겨졌지만 전파상이 그런 말을 뱉을 수는 없지 하며 참았다. 또 한편으로는 역시 보잘것없는 것으로 인해 끝장나는 일들이 정말 많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끝장이란 것은 왜 그리도 주먹구구식인가.
--- p.99「싱크로나이즈드 클럽」 중에서

쉽지 않구나, 역시 테트리스라는 건 여러 막대가 있어야 하고 여러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곧 돌아가 공구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는 김에 여기저기 쌓아도 보고 바닥에 늘어놓은 뒤 이리저리 배치도 바꿔봐야지.
--- p.121 「싱크로나이즈드 클럽」 중에서

어떤 시련이 닥쳐도 문제없다. 언제든 변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단순한 게 최고다. 우리를 봐라, 얼마나 좋으냐.
--- p.137 「균형잡기」 중에서

그거 아냐? 난 맨날 이렇게 기도한다. 전부 죽어버려라. 실실 웃던 두기가 눈을 감았다. 그 얼굴이 참 맹해 보였다.
--- p.177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중에서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밝은 빛줄기가 뻗어와 테이블을 비춘다. 무학에게는 그 빛줄기가 한낮의 것처럼 여겨져 그저 신비롭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고 이곳은. 그렇다면 저건 실재…… 사이. 빛줄기가 점점 아래로 기울고 있다. 극장 안 사람들의 눈길이 빛줄기를 따라 움직인다.
--- pp.202-203 「연말 극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웃이다, 멀고도 가까운!”
평범한 듯 비범한 외양으로 주변에 심겨 있는 사사롭고 사랑스러운 존재들


김사사는 현실에서 흔히 마주치는 익숙한 존재들에게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낸다. 보신탕집이나 로또 판매점 사장, 녹즙 판매원, 방송에 등장하는 기인, 숲속에 사는 자연인…… 김사사의 세계관에서 이 같은 인물들은 서로 “멀고도 가까운” “이웃”(148쪽)으로 교류하며 독특한 마을 하나를 형성한다. 이들은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도 상대의 “나이를 묻거나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46쪽)는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아닌, 별다른 연고도 없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불쑥 거리를 좁히고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은 신선한 인상을 풍긴다.

상대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그의 과거를 구태여 궁금해하거나 삶에 깊숙이 관여하려 들지 않는 묘한 거리감. 김사사 소설에 온기와 유머를 부여하는 이 ‘이웃 되기’는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암묵적인 규칙처럼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체조합시다」의 중심인물은 ‘택기’의 토끼탕집 주변을 오가며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주민들이다. 자유분방하게 모여 “전혀 들어맞지 않는”(16쪽) 동작으로 새천년체조를 하던 사람들이 마임 배우 ‘페도라’에게 이끌려 그의 동작에 엄숙하게 공명하는 장면은 그 독특한 리듬으로 독자의 오감을 집중시킨다. 또 제목이 암시하듯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포개지고 맞물리는 광경을 그린 「싱크로나이즈드 클럽」, 해변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살게 된 두 청년 이야기 「모」, 잡풀이 무성한 정원을 관리하며 한 계절 동안 어울리게 된 이들을 다루는 「정원사」도 마찬가지다. 개별적이고 무관했던 이들이 잠시간 한마음이 되어 겹쳐지는 순간은 “테트리스처럼 서로의 몸을 꿰맞추”(96쪽)는 듯한 묘한 쾌감을 자아낸다.

한편, 이렇듯 가뿐히 동행해 막역하게 어울리다가도 “우리 왜 여기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지?” 질문하고 “우리는 다시 안 볼 사이니까”(83쪽)라고 한 발 물러서는 묘연한 관계가 작품의 현재성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곳에서 나누는 생각과 대화만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오히려 잘 모르는 상대이기에 더 쉽게 건네지는 말이 있고, 그렇게 가까워졌다가도 언제든 산뜻하게 멀어질 수 있다. 또 서로에게 상처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감지하더라도 굳이 과거를 들추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가 김사사 소설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배려이자 윤리다. 복작복작하지만 서로를 섣불리 침범하지 않는 이토록 각별한 공동체의 모습은 온갖 인과로 뒤얽힌 우리의 일상을 산뜻하게 환기해준다.

“약하고 무르고 곧 쓰러질 모양새인데 절대 무너지지 않는”
어긋난 일상 속 파편들로 쌓아올린 낯설고 특별한 균형


『체조합시다』 속 인물들은 정작 해야 할 일 대신 엉뚱한 일에 열중한다. 그것도 정성스럽고 성실하게. 불안정한 현실을 돌파할 방도를 찾는 대신 트램펄린을 뛰고(「체조합시다」), 실직을 당한 뒤 막막한 기분이 들 때마다 하늘 자전거를 타고(「정원사」), 퇴근 후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타는(「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행동은 일종의 회피이지만, 이 자체로 에너지를 지니므로 인물들에게 살아갈 동력이 되어준다. “모든 것이 무게중심 때문”이라는 「체조합시다」의 ‘기주’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은데 중심을 잡고야 마는 몸짓”을 가진 「정원사」의 ‘구포’처럼, 혹은 “기를 다잡고 중심을 형성”할 줄 아는 「균형잡기」의 ‘재수’와 “난 좀 비뚤어졌지” “그게 더 멋있으니까”라고 말하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의 화자처럼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그 균형이 세상의 균형과 어긋날 때 생겨나는 불협화음이 김사사 소설 속에 고유한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하나의 집단을 멀리서 보면, 열을 맞춰 똑같은 체조를 반복하는 무리가 그렇듯 균일하게 ‘싱크로나이즈드’된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만큼 다른 몸집과 표정을 지닌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그리고 이렇듯 상이한 존재들이 잠시간 서로 스치며 빚어내는 찰나의 순간들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지탱해왔음을 실감할 때 가슴 한편을 뭉근하게 달구는 여운이 있다. “조각난 일과들”(62쪽)이 모여 “결국 어울리고 마는”(110쪽)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김사사 소설이 갖는 미덕인 것이다.

『체조합시다』는 김사사가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되비추기 위해 설치한 하나의 무대와 같다. 어딘가 생경한, 마치 주어진 행동과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 같은 인물들의 면모는 그간 우리가 익히 봐온 소설들과 다른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특히 동네 극장에서 열린 송년회의 풍경을 극 형식으로 풀어낸 「연말 극장」을 통해 작가는 사소한 순간도 주체의 시선에 따라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음을,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소설이라는 무대 위, “발을 구르고, 떠오르고, 떨어지고, 다시 발을 구르고, 떠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는 “저마다의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안정감과 추진력을 얻는 우리의 일상”(해설)을 상기하게 된다. “간간이 아직 자라고 있는”(119쪽), “희미하지만 어쨌든 빛이라는 게 보”(120쪽)인다고 믿는 이 별난 존재들을 고요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 작가의 말

글을 쓸 때는 늘 창가에 앉는다.
마주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무슨 일이든 벌어졌으면, 하다가 이미 많은 일이 여기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다음에 또 만나자, 인사하고 다시 만나게 되었듯이.

2026년 가을
김사사

추천평

내내 훔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굴리는 마음으로 김사사의 소설을 읽었다.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또 한번 훔친 자전거에 오르는 간질간질한 마음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김사사의 인물들은 일을 단숨에 그만두거나 새로 구하고, 처음 만난 사람 집에 들어가 덜컥 눌러살기로 한다. 그 가뿐한 전환과 결단은 현재를 끝없는 임시의 상태로 만드는데, 모든 게 일시적일 뿐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 이 틈으로 자유롭게 드나드세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가만 들여다보면 차곡차곡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며 커다란 틈을 부지런히 메우고 있다. 칼을 꽂는 칼집이 부드러운 털실로 만들어졌다거나, 누워 자는 방바닥에서 해변가와 다름없이 모래가 밟힌다거나, 사과의 색이 익히 알려진 대로 빨갛지가 않고 황금색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앞선 장면에 전혀 뜻밖의 장면이 따라붙어도 김사사는 그것을 단숨에 질서로 만들어낸다. 한 편의 소설이 구축해낸 독특하고 고유한 질서를 기꺼이 따라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드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일이 쉴새없이 벌어진다. 이대로 살아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입꼬리. - 정기현 (소설가)
재밌는 사람이네, 이 작가…… 뒤늦게 작품 속 끊임없이 시도되어온 장난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치채지 못한 채 판단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들이 모여 어느새 까딱거리는 리듬이 만들어졌다는 생각과 함께. 김사사는 장난을 참 잘 거는 작가다. 긴장 푸세요,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습니다, 우리가 친해지길 바라고요, 하고 직접 말하는 대신 몸을 돌려세워 눈을 맞추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게 만들며, 끝내 웃음이 터지게 한다. 누군가 왜 웃었죠, 그가 좋아졌나요? 하고 물으면 글쎄요, 저도 모르게 그만, 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 장난의 능력에 감탄하며, 그가 어떤 작가인지 더 알아보고 싶어진다. - 황예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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