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훔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굴리는 마음으로 김사사의 소설을 읽었다.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또 한번 훔친 자전거에 오르는 간질간질한 마음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김사사의 인물들은 일을 단숨에 그만두거나 새로 구하고, 처음 만난 사람 집에 들어가 덜컥 눌러살기로 한다. 그 가뿐한 전환과 결단은 현재를 끝없는 임시의 상태로 만드는데, 모든 게 일시적일 뿐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 이 틈으로 자유롭게 드나드세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가만 들여다보면 차곡차곡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며 커다란 틈을 부지런히 메우고 있다. 칼을 꽂는 칼집이 부드러운 털실로 만들어졌다거나, 누워 자는 방바닥에서 해변가와 다름없이 모래가 밟힌다거나, 사과의 색이 익히 알려진 대로 빨갛지가 않고 황금색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앞선 장면에 전혀 뜻밖의 장면이 따라붙어도 김사사는 그것을 단숨에 질서로 만들어낸다. 한 편의 소설이 구축해낸 독특하고 고유한 질서를 기꺼이 따라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드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일이 쉴새없이 벌어진다. 이대로 살아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입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