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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는 응당 후회하리라 7
남의 아이 59 강가 모래섬에서 90 리치 사용 설명서 121 여신 뷔페 168 기차는 꿈을 꾼다 227 동창회 245 크리스틴 254 한국어판 『여신 뷔페』 작가의 말 290 추천사 295 |
劉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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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류 역사상 성평등에 가장 근접한 시대였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너무 쉽게 ‘이미 충분히 평등해’라고 여겨지곤 했다. 그래서 진화를 포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 p.54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아 본 늙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말을 얹어? 성교육이 중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니! 고고한 척도 정도껏 해야지. 엄마 심경이 어떨지 아예 모르는 것 같은데! 아이를 열 달이나 배 속에 품고 있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모르는 거야. 애 낳는 게 차에 치이는 것보다 더 아프다니까. 키우는 건 또 얼마나 힘든데 - 어쨌든 죽는 건 남의 아이들이다 이거지! 자기 아이가 아니라 남, 의, 아, 이, 니, 까!” --- pp.79-80 하수구를 지나 화장실로 들어갈 때, 자기가 페미니즘을 위험한 강이라고 여겼던 게 돌연 떠올랐다. 페미니즘을 껴안든 실천하든, 심지어는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렸다. --- p.120 “후계자가 아니기는. 고추 자른다는 말까지 이렇게 자연스레 내뱉는데!” 이건 아테나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였다. 적어도 메두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테나처럼 결단력이 있으려면 스스로를 남자처럼 만들어야 했다. 상상의 남근을 달아서 잘라야 할 때는 잘라야 했고, 나가야 할 때는 세게 나가야 했다. --- p.172 “나도 화장실에서 유축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방법이 없어, 방법이. 화장실이란 화장실은 다 가봤는데, 유축하기 좋은 곳은 단 한 칸도 없었어. 그래서 젖이 잘 안 나오나? 기껏 짜낸 젖도 먹지를 않아.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토하기도 해! 대체 왜…….” --- p.188 얼마나 아름다운 나이인가. 그 무엇도 내 딸을 다치게 할 수는 없어. 그건 딸 자신도 마찬가지야. 덜컹덜컹, 덜컹덜컹. --- p.244 어쩌면 그녀는 그 집에서 ‘영원히 충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집에 돌아와 올케를 보면서 가장 절망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올케를 ‘영원히 충분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아껴 주던 엄마였기 때문에. 늘 그녀를 지켜 주고 지지해 주던 엄마였기 때문에. 이 점은 ‘영원히’를 더 멀리 밀어냈다. 며느리라는 신분을 시시포스처럼 만들어 버렸다. --- p.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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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 풀어내기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대표작 「여신 뷔페」에서는 같은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세 명의 여성 메두사, 릴리스, 아테나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테나는 승승장구하는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고, 메두사는 그의 부하 직원으로 승진한 아테나의 뒤를 이을 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놓고 페르세우스와 경쟁하고 있다. 메두사의 동료인 릴리스는 페르세우스와 몰래 사내 연애 중이고, 냄새를 통해 페르세우스가 어시스턴트 이둔과 잤다는 걸 눈치챈다. 세 여성 화자가 일인칭 시점으로 각각 전개해 나가는 소설에서 독자는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층위의 문제들을 맞닥뜨린다. 예컨대 메두사는 승진하기 위해서는 아테나처럼 스스로를 남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자신의 여성성은 감추는 대신 명예남성이 되어 상상의 남근이라도 잘라 바쳐야 한다. 릴리스는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지니고 있지만 젠더 이슈의 광고를 만들 때조차 회의 때 페르세우스보다 발언의 영향력을 갖지 못하며, 냄새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의 질투와 상황을 소극적으로 표출한다. 아테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전남편과의 관계에서 본인이 피해자임을 인정하지 못한다. 또 회사 내 정치를 위해 페르세우스를 자신의 후임으로 뽑을 생각이다. 이 상황에서 여성은 여성에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며 공모자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을 연기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남자의 아내이자 며느리이고, 엄마에게는 귀한 딸이지만 시누이에게는 자기 삶을 파먹는다고 욕을 먹는 밉상의 존재다.(「크리스틴」) 작가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피해 여성에게 이제껏 부여하지 못한 발언권을 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말하게 한다. 악마는 프라다만 입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에 있다. 류즈위 작가의 진짜 무기는 진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듯하고, 나조차 그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입하지 않을 수 없는 디테일을 작품 안에 착장했기에 반박하기도 외면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이런 일은 작가의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이 한국땅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다. 나로 살 권리를 얻기 위해 찾기 위해 분투한 이들이라면 마땅히 읽을 만하다.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타이완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아시아 여성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지요. 성평등을 진정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말하는 겁니다. 성평등은 겉으로 보기에 여성을 돕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강력한 적인 ‘가부장제 문화’로부터 다양한 성별과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구해 내는 겁니다. 전통적인 사회 문화에 깊이 박힌 여성 혐오는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스스로를 제한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점에 관해서만큼은 남녀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타이완 여성에게서 보았던 ‘보이지 않는 족쇄’들을 『여신 뷔페』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엄청난 죄악처럼 보이는 족쇄는 아니지요. 가끔은 달콤한 설탕물이 입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족쇄들을 정확히 짚어 낼 수 있어야만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더는 가부장제의 공범이 되지 않겠다고 자기 자신을 일깨울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는데도 이를 잊게 되었다면, 혹은 아직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거라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쨌든 인류 사회에 수천 년이나 심어진 독소인걸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다음에 안 되면 그다음에 하면 되는걸요. 우리 계속 함께 노력해요.” - 류즈위(한국어판 『여신 뷔페』 작가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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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자들이 있다. 먼저 신랄하고, 냉소적이 되었다가 결국 자포자기의 침묵에 갇힌 여자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삶을 바꾸지 못하는 자신을 가장 미워하는 여자들. 그러다 폭발하듯 말하는 여자들. 그들의 목을 죄어오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끈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순간, 어떤 시기에 우리에게 있었으면 했던 바로 그 언어로 류즈위는 억압과 상처의 지도를 이어 그린다.” - 김지승 (작가, 독립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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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즈위의 손에서 태어난 화자들이 소설에서 무얼 하는 중이었던가 되새겨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말을 하고 있다. 요가원 원장이 학생을 향해,엄마 아닌 이모가 조카를 향해, 오랜만에 엄마의 집에 찾아온 딸이 엄마의 며느리를 향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만큼 남에 대해 말하자 여성으로서 마주 서야 하는 시선의 부당함과 모순, 야멸침과 아늑함이 동시에 드러나며 화자를, 그리고 독자를 일순간 얼어붙게 만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내가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기나 할까? 의심은 순간의 얼어붙음을 길게 늘이고 우리는 그렇게 길어진 순간들이 엮인 한 권의 소설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 정기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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