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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타이완 여행기
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마티스블루 2025.11.25.
베스트
국내도서 115위 소설/시/희곡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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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954년 초판 서문]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하카식 쌀국수 간식, 비타이박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내지인의 고급 음식, 사시미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달콤하게 마시는 차, 동과차
본섬의 양식, 타이완식 카레
마음을 나누는 음식, 스키야키
연회 후에 먹는 탕, 잔반탕
새해 음식, 타우미
짭조름한 케이크, 셴단가오
뤼찬의 노점에서 먹는 간식, 팥빙수

[1970년 재출간판 후기] 어머니의 기억, 아오야마 요코
[1990년 타이완판 역자 후기] 버드나무 작은 집에서 만든 국수, 왕첸허
[1990년 타이완판 편집자 후기] 고인과의 약속, 우정메이
[2020년 신역판 역자 후기] 우리 둘의 고하쿠, 양솽쯔

[한국어판 역자 후기] 번역과 중역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 김이삭
[1938 타이완 종관철도]

저자 소개2

楊雙子

1984년 타이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시 타이중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양뤄츠(楊若慈)로 2014년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楊若暉)와 함께 쌍둥이라는 뜻의 일본어 ‘雙子’를 공동 필명으로 삼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언니 양뤄츠는 창작을, 동생 양뤄후이는 역사 고증과 일본어 번역을 담당했다. 2015년 동생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양솽쯔’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과 타이완인 두 여성의 복잡미묘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역사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은 2021년 타이완
1984년 타이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시 타이중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양뤄츠(楊若慈)로 2014년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楊若暉)와 함께 쌍둥이라는 뜻의 일본어 ‘雙子’를 공동 필명으로 삼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언니 양뤄츠는 창작을, 동생 양뤄후이는 역사 고증과 일본어 번역을 담당했다. 2015년 동생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양솽쯔’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과 타이완인 두 여성의 복잡미묘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역사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은 2021년 타이완 금정상, 2024년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타이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26년에는 타이완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 외의 작품으로 《꽃 피는 시절》, 단편집 《꽃 피는 소녀들의 화려한 섬》, 장편소설 《쓰웨이가 1번지》, 산문집 《먹겠습니다! 옛 타이중: 역사소설가의 거리 음식 답사》 《나는 장르싱 잡화점 옆집에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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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이자 소설가 그리고 번역가.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중국 여성 SF 걸작선』, 『인사반파자구계통』 등 중화권 장르 소설과 웹소설을 번역했으며 한중 작가 대담, 중국희곡 낭독공연 등 국제 문화 교류 행사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장편『한성부, 달 밝은 밤에》, 『감찰무녀전』, 단편집『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에세이『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등이 있다. 홍콩 영화와 중국 드라마, 대만 가수를 덕질하다 덕업일치를 위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서강대에서 중국문화와 신문방송을, 동 대학원에서는 중국희곡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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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40g | 130*212*23mm
ISBN13
9791199242531

책 속으로

도시코 새언니가 자료를 하나 더 꺼냈다. 이번에는 해군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수염을 지닌 군관이었다.
“이분은 스즈키 선생님이야. 시라토리 선생님의 외조카가 추천해주셨지. 친우의 전우래…….”
내 비참한 조건을 고려한 결과일까. 대다수가 키 큰 중년 남성이었다. 재혼이거나 머리숱이 별로 없는 남성들. 젊은 사족이라도 아주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밥상을 뒤엎을 놈처럼 보였다.
“이분은 아무로 선생님이야. 아키코 이모님이 소개해주셨지. 지방 직업학교인 에도가와의 교장 선생님이 아끼는 제자란다…….”
나는 네 번째 보타모치를 먹었고, 차도 남김없이 마셨다.
배가 불렀다. 역시 한 번에 네 개나 먹는 건 무리였어.
몸을 뻗어 장지문을 열고는 하루노를 불렀다. 영국 홍차와 같이 먹을 만한 비스킷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미쓰코 언니가 버럭 화를 냈다.
“치즈코! 조금 전에 지라시즈시 2인분을 혼자서 먹지 않았어?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너는 이 후보들을 탓하지 말아야 해. 나이 들어 마음이 넓은 남자가 아니라면, 요괴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할 거야!”
“미쓰코 언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흠, 별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소설을 쓰러 갈게요.”
“거기 서. 여자의 결혼은 자고로 가장이 정하는 거야. 치즈코, 네가 이렇게 자꾸 피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아버님께 결정해달라고 할 거야.”
“어, 미쓰코 언니.”
“실례하겠습니다.” 반쯤 열린 장지문 너머에서 하루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무릎을 꿇고 기어 온 하루노가 전해준 건 홍차도, 비스킷도 아닌, 아주 정교하게 장식된 편지봉투였다.
--- pp.27-28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중에서

샤오첸의 젓가락이 큰 접시로 향했다. 첫 번째 완자부터 시작해 투명한 완자, 고기 피 완자, 양념에 재운 완자, 아삭한 완자, 토란 완자 순서로 먹었다. 그런 뒤에는 같은 순서로 한 번 더 먹었다. 다시 같은 순서로 세 번째로 먹고는, 탕을 마시고 무절임을 먹었다. 그런 뒤 같은 순서로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떡 벌렸다. 우아함과 속도를 겸비한 모습이었다. 샤오첸은 커다란 접시 안에 담긴 완자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의심스러웠다. 나의 또 다른 요괴 짝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샤오첸! 이건 운명적 만남이에요!”
나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거침없이 내뱉었다.
“우리 함께 타이완을 구석구석 돌면서 미식을 즐겨요!”
샤오첸은 좀 놀란 듯했지만, 곧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이 작은 가옥을 가득 채웠다.
아, 남국이여, 섬이여, 타이완이여!
--- pp.117-118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중에서

타이완섬은 제국의 남쪽 식민지이자 제국의 첫 번째 식민지였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두 문화가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에 큰 흥미를 느꼈다. 내지에만 머물렀던 내지인과 본섬으로 이주한 내지인, 본섬에서 태어난 내지인, 본섬에서 태어나 제국 현대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자란 혼토진, 유학 혹은 취업으로 내지로 간 혼토진. 이들은 세세한 부분에서 각자의 교양과 기질의 차이를 드러냈는데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이제껏 글로 쓰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혼토진들을 구경하는 데에 매료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일개 청년에 불과했고 소설가였기에 정치인이나 학자의 재능은 갖추지 못했다. 주제넘을 정도로 위대한 야심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보고 들은 걸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아니면 순간의 진실한 감정을 기록하거나.
그런데 진실한 감정이라는 건 대체 뭘까?
제국의 ‘남진’, 제국의 ‘국민정신 총동원 운동’ 은 식민지에서 천황국의 동화 운동이 되었다. 이건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서로 다른 문화와 교양을, 그 흔적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다. 그렇지 않나? 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항과 혐오의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지금처럼.
--- pp.160-161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중에서

"리야!"
카운터에서 낮게 호통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 샤오첸은 카운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는데 빛을 등진 옆얼굴이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었다. 어깨가 호흡과 함께 움직이더니 딱 한 번 오르내렸다.
그런 뒤 샤오첸은 프론트를 향해 걸어갔다. 나는 몇 걸음 뒤따르다가 프론트 직원의 불쾌함이 가득한 표정을 목격했다.
“오늘은 만실이니까 어서 나가.”
프론트 직원이 아주 난폭한 언어를 내뱉었다. 고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접객 서비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샤오첸은 아주 담담했다.
“객실 예약 상황을 다시 확인해 주시겠어요? 오늘 묵을 손님은 닛신카이의 아오야마 치즈코 선생님이십니다.”
프론트 직원의 화난 눈초리를 마주하면서 샤오첸이 명함을 내밀었다.
“저는 아오야마 선생님의 본섬 통역사입니다. 아오야마 선생님은 총독부의 초청을 받아 특별히 내지에서 오신 문학가이십니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타이중 시역소에 계신 미시마 아이조 선생님께 연락해주세요.”
그러나 나는 샤오첸 같은 인내심이 없었다.
“됐어요. 이렇게 무례한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타이난 철도 호텔도 별거 아니었네요!”
내가 샤오첸을 끌고 그곳을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프론트 직원이 프론트 안쪽에서 날 듯이 나오더니 우리 두 사람을 향해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에요. 시역소에서 미리 연락을 주었습니다. 지금 바로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 pp.193-194 「달콤하게 마시는 차, 동과차」 중에서

지룽 여행이 끝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샤오첸의 달라진 모습을 잊지 못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산을 함께 쓴 게, 정확히는 내가 우산을 들어준 게 샤오첸을 불쾌하게 만든 진짜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여관으로 오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하나씩 돌이켜보아도 샤오첸이 불쾌해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게 다 내 ‘맹점’ 때문인 걸까?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 타이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었다. 가능성이 있는 단서를 다 찾아내기 위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애썼지만……. 절대로 알아낼 수 없었다.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샤오첸이 진지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도저히 태도를 바꾸지 못하시겠다면, 그러면 저도 이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 pp.312-313 「연회 후에 먹는 탕, 잔반탕」 중에서

줄거리

1938년 일본 문단의 촉망받는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청춘기〉의 타이완 개봉을 계기로 타이완 주재 일본인 부인 단체의 초청을 받아 타이완으로 향한다. 강연과 기행문 집필을 위해 1년간 타이완에 머물게 된 그녀는 공식 행사나 제국주의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진정한 타이완을 알기 위해서는 타이완의 삶을 경험하고 전통 음식과 길거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최 측에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부인 단체는 일본어 교사 출신인 통역사 왕첸허를 소개하고, 치즈코는 그녀와 함께 타이완의 종관철도를 이용해 본격적인 미식 여행을 시작한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에 능통한 첸허는 치즈코와 같은 한자 이름을 쓰며, 비슷한 또래의 미혼 여성으로 공통점이 많아 치즈코는 금세 마음을 연다. 더구나 영민하고 온화한 성격의 첸허가 결혼을 앞두고 교사직을 그만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며 식도락을 즐기지만, 첸허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치즈코가 첸허에게 함께 일본으로 가자고 제안해도, 값비싼 기모노를 선물해도 그녀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치즈코는 첸허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왜 마음을 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한 여학교에서 일본인 학생과 타이완인 학생 사이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은 표면적 갈등 뒤에 숨겨진 진실한 우정을 발견한다. 하지만 식민자와 피식민자라는 현실적 한계가 자신과 첸허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이들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출판사 리뷰

“로맨스이자 예리한 탈식민주의 소설”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평 중에서


타이완 작가 최초로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소설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출간되었다. 2024 일본번역대상, 2021 타이완 금정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양솽쯔 작가의 팬이었던 소설가이자 번역가 김이삭이 직접 기획하고 번역하여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1938년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해로, 한국은 일제의 수탈이 갈수록 심해지던 때였지만, 남진 정책의 교두보였던 타이완은 아직 전쟁의 여파가 크게 미치지 않던 때였다. 남국의 섬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 치즈코는 통역을 맡은 타이완 여성 왕첸허의 도움으로 타이완 곳곳을 여행하며 갖가지 미식을 즐긴다. 첸허는 여러 언어에 능통한 재원이지만 가문의 뜻에 따라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즈코는 그런 그녀에게 호감과 연민을 느끼지만, 첸허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첸허의 속마음을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치즈코는 일본인인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이완의 진짜 모습과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려 애쓰는 한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과 타이완은 일제강점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했고, 그 시대 여성들이 마주했던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여성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로서만 살고 싶은 치즈코, 가문의 서녀로서 꿈을 숨긴 채 정략 결혼을 해야만 하는 첸허는 함께한 여행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먹고 즐길 수 있었다.

타이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요리들

"이 이야기야 말로 연회다. 열두 장에 걸친 요리와 함께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뿐 아니라 달콤쌉싸래한 두 여자의 마음까지 맛보는, 장장 1년에 걸친 대연회."
—박서련(소설가)

이 소설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두 여성과 두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코드다. 타이완에 온 일본인은 대개 고급 사시미 같은 일본 음식만 찾지만, 치즈코는 타이완의 서민 음식인 러우싸오를 먹고 조개를 절여 만든 키암라아를 맛본다. 식민지 타이완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고 모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찬성하지 않는 지식인이지만, 사실 타이완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이국적인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첸허와 함께 타이완의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하면서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치즈코가 집착적으로 찾는 현지인의 음식에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타이완의 옛 음식뿐만 아니라, 타이완을 구성하는 여러 민족의 독특한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양솽쯔 작가는 지난 2025년 서울 국제도서전의 특별강연에서 “이러한 타이완의 다양한 전통 음식을 묘사함으로써 기록되지 않은 타이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첸허가 치즈코를 위해 만들어준 타이완식 카레는 일본 카레도 인도 카레도 아닌, 타이완만의 방식으로 변형되고 수용된 음식으로 유연하면서도 훼손되지 않는 타이완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일본인 화자의 눈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메타픽션

양솽쯔 작가는 의도적으로 식민자 일본인의 눈으로 타이완을 묘사한다. 일제 치하의 타이완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어로 된 기록을 읽어야만 하는데, 이는 왜곡되고 생략된 역사일 수밖에 없다. 번역된 행간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양솽쯔 작가는 스스로를 번역자로 설정해 아오야마 치즈코가 일본어로 쓴 소설을 중국어로 번역하고 각주를 다는 방식을 취한다. 《뉴욕 타임스》의 서평처럼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 같은 번역의 중층 구조는 결국 식민지 내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중층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낯선 땅을 여행하는 작가가 현지인처럼 살면서 이국적인 경험을 도와주는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는 일견 따뜻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낯선 땅이 식민지이고 현지인들은 점령한 나라의 문화를 강요 받고 있다면 이는 권력관계의 문제가 된다. ‘제국이 강제로 옮겨 심은 벚나무는 불쾌하지만, 아름다운 벚꽃에는 죄가 없다’, ‘제국의 강경한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삶을 윤택하게 하는 철도 등의 건설 사업은 칭찬할 수밖에 없다’는 치즈코의 악의 없는 말은 첸허에게, 어쩌면 우리에게도 낯익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양솽쯔 작가의 전미도서상 수상 소감처럼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다.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언어와 문학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작품은 타이완 문학을 세계 문학의 반열에 올린 중요한 성과이며, 역사소설이자 여행소설, 동시에 여성소설로서 한국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평

씩씩한 주인공 아오야마 치즈코는 시대와 성차별의 벽을 아랑곳하지 않고 견문을 넓히려는 모험심, 가는 곳마다 색다른 맛을 찾아 기쁨을 누리는 활달함을 지녔다. 그러나 일본제국의 지식인이기도 한 그녀는, 차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면서 불미스럽게도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귀여운 여자의 명랑한 미식 여행기로 읽어도 좋다. 그러나 그 이면에 놓인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열의로 읽는다면, 무척 풍요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말이다.

다만 공복 상태에서 읽는 것만큼은 추천하지 않는다. 타이완에서는 연회에 열두 요리를 내놓는다지? 이 이야기야말로 연회다. 열두 장에 걸친 요리와 함께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뿐 아니라 달콤쌉싸래한 두 여자의 마음까지 맛보는, 장장 1년에 걸친 대연회. 이야기가 끝날 즈음 가슴은 꽉 차서 미어지는데 배는 쫄쫄 붙어버려 곤란할지도 모른다. - 박서련 (소설가)
"번역은 일제의 문화적 지배에 대한 굴복이자 동시에 저항 행위가 될 수 있다. (…) 허구의 번역가와 실제 번역가의 여러 후기와 많은 각주가 있고, 이 모든 것이 문학적 다성음악을 완벽하게 연주해낸다." - [뉴욕 타임스]
"양솽쯔 작가가 식민주의와 번역에 대한 풍부한 성찰을 제공하며 이와 함께 타이완 진미들을 맛깔스럽게 묘사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양솽쯔 작가의 예리한 관찰과 때로는 전복적인 정치적 성찰이 어우러져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타이완의 다채로운 초상을 그려낸다.” - [커커스 리뷰]
"여러 겹의 주석 때문에 감정적 핵심에 접근하기를 더욱 어렵지만, 그렇기에 마침내 그것을 읽어냈을 때 만족감은 더욱 크다. (…) 복잡하게 얽힌 메타픽션적 미스터리의 층들에 둘러싸인 명료한 이야기." - [애틀랜틱]
“양솽쯔 작가는 일본 통치하 대만의 요리, 관습, 명소들을 통해 메타픽션적 여행을 펼쳐낸다. 재발견된 텍스트의 번역으로 위장한 소설의 번역본인 이 작품은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다.” -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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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타이완 여행기"는 타이완의 독특한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며, 1938년 타이완 縱貫鐵道 여행의 경험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타이완의 식문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풍부한 체험을 제공하며, 식민지 시대의 배경을 바탕으로 작가 아오야마와 통역 샤오첸의 관계를 통해 당시의 권력 구조와 그로 인한 불편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타이완의 다채로운 음식과 풍경을 통해 미식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식민지 시대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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