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프롤로그_
첫 번째 상자_ 막간극_ 두 번째 상자 에필로그 감사의 말_ 옮긴이의 말_ |
Jenny Erpenbeck
예니 에르펜베크의 다른 상품
유영미의 다른 상품
절제에 대한 동경은 절제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소망, 딱 그만큼인 것이 틀림없다.
---p.42 찢어낸 페이지는 영원히 그 책에서 상실된 페이지로 남겠구나. 그녀는 생각한다. 이런 빈틈이 그녀가 그의 현실에 남긴 첫 흔적인가 보다, 라고. ---p.88 하나가 다른 하나를 교대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물결이 한 사람을 어디론가 실어가면, 다른 사람은 밀려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었던가? ---p.190 하지만 그가 40년 동안 해답으로 여겼던 것이 해답이 아니었고, 더 이상 답이 될 수도 없다면, 40년 전 희생자들의 죽음은 헛되었던 걸까? 누가 감히 저승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 그들이 헛되이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를 묻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p.216 이제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남은 인생 내내 그냥 토하고만 싶다. ---p.244 그러나 누락하고, 침묵하고, 회피하는 가운데 누락된 것, 침묵된 것, 회피된 것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영원히 간직된다. ---p.275 기본적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뒤집힐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p.278 증거로 남는 종이의 독특한 속성. 속임수를 만들어내는 종이의 독특한 속성, 하나의 현실을 다른 현실에서 분리하는 속성. 현실의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속성. 사람이 종이 위에서 이런저런 것을 읽는 동안, 어떤 무인지대에서는 기록되지 않은 또 다른 진실이 계속 살아간다. 그 진실은 영원히 독자적인 삶을 이어나간다. 베를린의 밤, 거짓말도 잘 만들어야 믿지, 라고 카타리나는 홀로 집에 앉아 생각한다. 힘없는 자들의 힘은 거짓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p.302 그리하여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도둑질에서의 단 한 가지 즐거움은 속이는 것 자체에 있다는 것, 속임으로써 힘을 가진 것처럼 느끼는 것, 속이는 것이 선사하는 힘의 환상에 있다는 것이다. ---p.391 |
열아홉 살의 어린 소녀 카타리나와 서른넷 연상의 유부남 한스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다. 불가항력에 이끌린 그들은 바로 그날 가까워지고, 비밀스러운 관계가 된다. 그들은 음악과 예술을 매개로 교감하고, 마치 소꿉놀이처럼 가정적인 환상을 즐기며 결혼식을 연기한다. 이후 카타리나는 학업을 위해 잠시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또래 극장 동료인 바딤과 친밀해진다. 한스는 이 사실에 분노하고, 카타리나와 한스의 관계는 점점 더 학대적으로 변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베를린 장벽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이념의 세계가 무너지며 펼쳐지는 파괴적인 사랑과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 “내 장례식에 올 거야?” 이야기는 자신의 장례식에 올 것이냐는 반복된 물음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넉 달 뒤의 그의 장례식 날, 그녀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후 누군가가 그녀에게 커다란 상자 두 개를 전해주고, 순식간에 무대는 그녀가 열아홉이었던 수십 년 전의 평범했던 하루로 전환된다. 1986년 7월 11일, 동베를린. 두 사람은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다. 열아홉 소녀인 카타리나와 쉰셋의 유부남 한스는 음악과 예술을 매개로 쉽게 가까워진다. “당신은 나랑 자야 해요.” 카타리나가 선을 넘고, 한스는 이에 응한다. 이들의 부정不正한 사랑은 숱한 위기를 맞고, 카타리나가 동료인 바딤과 가까워지며 관계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다. 설핏 두 사람 사이의 치정으로만 보이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을 계기로, 개인과 역사가 어떻게 얽히고설키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작가의 치밀한 설계 덕분에 이 책을 두 번 읽은 독자는 에르펜베크가 숨겨놓은 암시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카이로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반복되는 교차와 대비다. 에르펜베크는 문장의 대구와 상황의 대비를 통해 두 사람의 심리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결코 다시는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한다. 영원히 이럴 거라고 카타리나는 생각한다”와 같은 문장은 수도 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대비는 심리 서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독으로 대표되는 무너지는 구체제와 독일 통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대조라고도 볼 수 있다. 동독 출신의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시간, 희망, 그리고 물거품이 된 희망을 그리다 『카이로스』의 저자 예니 에르펜베크의 삶은 작중 주인공 카타리나의 삶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작가와 카타리나는 모두 1967년생으로 나이가 같으며, 동베를린 출신으로 고향도 같다. 두 사람 모두 국영 출판사에서 직업 교육을 받았고,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 극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이 자전적인 소설은 아니며, “박물관으로서의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에르펜베크는 미국의 유명 문예지 『파리 리뷰』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비상한 ‘자유’라는 개념이 혼란스러웠다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은 ‘박물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은 아니지만, 이러한 작가의 성장 배경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베를린의 생생한 풍경은 개방된 사회의 눈으로 보기에는 기이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그러나 카타리나와 한스, 그리고 작가인 에르펜베크에게는 이러한 일상은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었다. 우리는 흔히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해방’으로 이해하곤 하지만, 『카이로스』가 그리는 장벽의 붕괴는 ‘상실’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베를린 장벽 붕괴 전후 독일에 감도는 긴장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나라, 독일민주공화국. 『카이로스』는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리얼리즘적 다큐멘터리이자, 개인과 체제, 시대와 역사가 어떻게 서로 복잡하게 관계 맺으며 직조되는지에 대한 우화다. 한국 독자들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원작에는 없는 동서독의 지도와 베를린 장벽 지도를 넣었다.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이 우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에르펜베크의 말처럼,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소설이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에르펜베크는 가장 정교하고 힘이 넘치는 소설가다. 소설 내면에는 독일의 정치·역사·문화의 기억이 깔려 있다. 그녀가 미래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뉴욕타임스』
|
아름답고 불편하다.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이다. - 부커상 심사위원회
|
에르펜베크는 개인과 역사적인 사건을 모두 중요하게 다루어, 서로의 시간의 흐름이 평행하게 흐르다가 결국은 하나로 합쳐지게 만든다. - 『워싱턴포스트』
|
현대 독일 최고의 작가 중 한 명. - 『뉴욕타임스』
|
에르펜베크의 뛰어난 내러티브 능력은 개인적·역사적 전환점이 교차되는 순간을 깊이와 명료함이 결합된 절묘한 산문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그녀는 세대를 규정하는 정치적 발전을 파괴적인 관계라는 렌즈로 굴절시켜 운명과 선택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간, 선택, 역사의 힘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돋보인다. - 부커상 심사위원회
|
암울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다. 에르펜베크는 진부한 문구나 뻔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 『가디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