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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12의 번역자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다
양장
이정서 저
새움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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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정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새로운 번역으로 펴내고 있다. 장편소설로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이방인L’ETRANGER』 『페스트 La Peste』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1984』 『동물농장Animal Farm』 『헤밍웨이 단편집』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정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새로운 번역으로 펴내고 있다.
장편소설로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이방인L’ETRANGER』 『페스트 La Peste』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1984』 『동물농장Animal Farm』 『헤밍웨이 단편집』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타임머신The time machine』 등이 있다. 그 밖의 편저로 『단종애사』 『수양대군』과 한역, 『이토록 명쾌한 금강경』 『수행자의 거울_선가귀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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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18*180*20mm
ISBN13
9791170802129

책 속으로

이환은 최수현이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본부터 설명했다.
「튀는 보통 ‘너’를 의미해서 서술어가 당연히 반말이 되죠. 상대를 높여 부르려면 부를 쓸 테고. 물론 부는 복수형 ‘여러분’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린 왕자는 비행기 조종사 앞에 나타나 처음에는 「‘실 부 플레… 데시느 무아 앙 무통!’이라고 하고 있잖아요. 높임말을 쓴 거죠. 그냥 반말로 했다면 ‘실 트 플레’라고 했을 테니.」
이환의 말에 수현이 되물었다.
「다른 역자들은 뒤에 이어지는 ‘튀’와 일치시키려다 보니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아마 그랬을 테죠. 그러나 그건 지레 짐작일 뿐이에요. 그럴 거였다면 생텍쥐페리가 그냥 앞에서부터 튀를 썼겠죠. 그렇지 않은가요?」
--- p.49

「조종사도 보통 어른이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 좀 저렴한 인간 같아서요.」
수현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그의 불어 실력이 자신보다 낫다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정식으로 프랑스어를 배운 적 없는 이환이 번역을 해낼 수 있었던 건 문장에 대한 감수성과 맥락을 읽는 본능, 그리고 그만큼 철저히 사전에 기대는 습관 덕분이었다. 불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 그런 이환은 이해하기 힘든 존재일 터였다. 수현이 바로 그 바깥의 시선이 되어 주고 있었다. 이환은 그의 말을 되도록 받아들이기로 했다.
--- p.57

「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표님! 단어 몇 개 살짝 바뀐 것 같은데, 읽히는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달라진 걸 잘 못 느끼면 어쩌나 했는데.」
이환은 ‘미니스트르 드 쿠아?’를 원래의 “무슨 장관이죠?”에서 “무엇의 장관이요?”로, ‘드… 드 라 쥐스티스!’를 앞서의 “음, 법무장관이다!”에서 “음… 재판을 맡는!”이라고 바꾼 것이다. 물론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고, 자세히 보면 문장 곳곳이 바뀌어 있었다. 물론 세밀하게 일일이 대조해 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는 직역의 비밀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럴 리가요, 대표님! 사실 저도 말하고 나서 ‘아차, 내가 너무 무식한 소릴 했나, 달리 어찌 고칠 방법도 없을 텐데 괜히 헛소리했나’ 하고 속으로 엄청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와… 이걸 이렇게 깔끔하게 해내시네요. 연륜은 역시 못 속이십니다!」
「연륜이라니, 늙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ㅎㅎ 아무튼 진짜 수현 씨 아니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 어른의 꼰대 의역으로 넘어갈 뻔했어요. 대명사 하나, 단어 하나에 숨은 어린 왕자의 시선을 어떻게 그런 각도에서 짚어 냈을까 싶었는데, 결국 내가 늙은 거고 수현 씨는 아직 어린 왕자의 마음을 갖고 있는 거더군요.」
--- p.116

「세상은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너무 달라지는 거 같아요. 내가 『이방인』 번역을 내면서 기존 번역이 다 틀렸다고 지적했을 때, 세간의 사람들은 내게 무엇보다 ‘교만하다’며 돌을 던졌어요. 진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기존의 번역관에 젖어 있던 반대편 시각에서 보면 나라는 역자가 충분히 오만하고 교만해 보였을 거예요. 요즘은 그런 시선도 이해가 간다는… ;」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들추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걸요. 대표님의 그 고집스러운 교만 덕분에 진짜 문학을 읽게 된 독자들이 이렇게 응원하잖아요. 힘내십시오, 대표님!」
「고마워요, 수현 씨. 덕분에 오늘도 힘내서 다음 별로 가봅니다!」
--- p.123

출판사 리뷰

어린 왕자는 정말 버릇없는 아이였을까?

이 소설이 제기하는 가장 흥미로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어린 왕자의 말투다. 프랑스어에는 상대를 부르는 두 가지 중요한 대명사, tu와 vous가 있다. 이 두 표현의 선택은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런데 국내의 여러 번역본에서는 이 차이가 일관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소설 속 주인공의 문제의식이다. 어린 왕자가 어른에게 말을 높이고 꽃에게는 말을 낮추는 것이 당연할까? 아니면 그것은 우리가 어린 왕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번역에 반영된 결과일까? 소설은 이런 질문을 통해 단순한 말투의 차이가 인물의 성격과 관계, 나아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녕’이라는 한마디에 감추어진 시간

『어린 왕자』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말 Bonjour 역시 이 소설에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 흔히 ‘안녕’이라고 번역되는 이 말에는 원래 시간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소설 속 이환은 그 차이를 추적하면서 독자가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의 시간과 상황을 새롭게 살펴본다. 또한 원문에 등장하는 image와 dessin을 모두 ‘그림’으로 옮겨도 되는지, 서로 다른 단어로 표현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질문한다. 여우가 들려주는 유명한 문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억해 온 문장에서, 원문의 l’essentiel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이처럼 작품은 단어 하나, 접속사 하나, 인사말 하나를 단서로 삼아 세계적인 고전의 익숙한 장면들을 새롭게 읽도록 이끈다.

번역을 둘러싼 논쟁, 문학은 누구의 것인가

『B612의 번역자』는 번역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도 질문을 던진다. 번역은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작가가 실제로 사용한 단어와 문장 구조를 최대한 충실하게 옮기는 것이 우선일까?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일까?

주인공 이환은 원문의 표현과 구조를 지키는 일이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믿는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소설에는 이러한 갈등을 둘러싼 출판계의 현실과 번역자의 고뇌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특히 한때 번역 논쟁의 중심에 섰던 출판인이 다시 세계적인 고전의 원문과 마주한다는 설정은, 문학을 둘러싼 권위와 관습, 그리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개인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말

우리는 과연 외국 작가들이 쓴 작품을 그들이 쓴 그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오랫동안 품어온 이 의문은 번역을 해가면 해갈수록 더욱 깊어졌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문장들이 원문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소설로 쓰고 싶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번역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그 책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에 관해 들은 몇 마디 말만으로 그 사람을 안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어쩌면 『어린 왕자』의 비밀도 바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_2026. 10. 이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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