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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집에 도둑이 산다 페인트칠하는 여자 로또 사는 여자 바퀴벌레 부메랑 빈집 연대보증 임신 바람둥이 유부남의 최후 남편의 부재 쌍방울 집 할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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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늘 메고 다니던 빈폴 체크무늬 크로스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을 나섰다. 나는 잘 갔다 오라는 말을 한 뒤 남은 샌드위치를 쪼그리고 앉아 먹었다. 양상추와 토마토의 씹히는 맛이 좋았다. 남편 준다며 이 흔한 샌드위치 한 번 만들어 먹지 못했던 세월이 떠올라 새삼 웃음이 나왔다.
--- p.11 나는 최근까지만 해도 남편이 외박할 때마다 카톡 상태 글에 ‘내려놓자!’라는 문구를 띄워 가며 마음을 다스리곤 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뿐이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 안 받을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자동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는 그때부터 정상인이 아니었다. --- p.43 미선은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로또를 한 장 샀다. 이제 진짜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사실 미선은 긴 세월 동안 길든, 로또 사는 습관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래서 집까지 걸어 다니던 퇴근길도 버스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미선의 발걸음은 매번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로또 판매점이 있는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 p.54 미자는 방으로 재빨리 들어가 미자가 제일 아끼는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화사하게 하고 할머니 앞에 나타났다. 할머니는 백내장 때문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변신하고 나타난 미자의 얼굴을 보고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자, 이제 파마 들어갑니다.” 미자는 오늘도 아침부터 바쁜 걸 보니 대박 날 조짐이 보여 기분이 좋았다. --- p.121 짐을 꾸려 대문을 향해 걸어 나오던 영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마당을 살폈다. 마당 곳곳에 무성하게 난 잡풀과 할머니 신발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미는 빨리 할머니가 돌아와서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잡풀도 매고, 마당 구석에서 시들어 가고 있는 맨드라미꽃과 봉숭아꽃, 채송화꽃에 물도 듬뿍듬뿍 주며 예전처럼 살고 있길 바라며 대문을 나왔다. --- p.134 “오메! 오메! 어디 갔다 이제 오요? 죽은 줄 알았소. 내가 미안하요. 내가 죽일 년인 거 아요.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고맙소.” 정숙은 남편을 보자마자 기뻐서 눈물을 훔치며,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몸 구석구석을 두 손으로 훑었다. 그러고는 반쯤 내려가 있는 바지를 바르게 입혀주고, 다 풀린 구두끈을 다시 묶어 주었다. “왜, 우냐? 초상났냐? 내가 가긴 어디 간다냐? 정숙이 너 찾으로 갔제이. 허허, 너 웃긴다이.” --- p.235 미자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여지껏 오직 자식들만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제 미자는 자식들을 의지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마음의 병은 자신이 고쳐야 하지, 누구를 의지한다고 고쳐지는 게 아닌 듯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 p.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