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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계약직 인생 2. 다시마를 말리며… 3. 두 달간의 이탈 4. 신발 도둑 5. 예견된 장례식 6. 주식, 이젠 안녕! 7. 층간 소음 8. 하얀 원피스 9. 마지막 번지점프 10. 감기 11. 개포동에서 온 손님 12. 게임과의 전쟁 13. 공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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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청 높여 대답했다. 하지만 구차해지고, 유치해진 내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나도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돈이 원수인 건지, 딸린 새끼들 때문인 건지, 나이가 원수인 건지……. ― 27쪽
새벽 4시의 바다는 온통 짙은 안개로 가득 차 있다. 군데군데 가로등 불이 밝혀져 있었지만, 전방 5미터 이내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는 좁았다.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안개는 뭉실뭉실 떠다니는 떠돌이 구름 떼처럼 바람이 이는 대로 사라졌다 생겨났다 하고 있다. ― 28쪽 동생은 떨어진 꽃들 중의 하나를 주워 내 귀에 꽂아 주었다. 나는 ‘얘가 웬일이야? 안 하던 짓을 하네.’ 하면서도 꽃이 꽂힌 내 귀를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나도 동생 머리 위에 떨어진 꽃잎들을 가볍게 털어주었다. 동생은 나를 보고 씽긋 웃었다. 나도 웃었다.― 97쪽 그럴 때마다 집 천장은 무너질 듯 움직였고, 문경 또한 헤드셋이 없으면 잠을 잘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문경은 급기야 주말 증후군까지 걸려 퇴근 후에도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틀만 참으면 됐었기 때문이다. ― 144쪽 나는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양사는 급한 일 아니면 배식 끝내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나는 영양사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내 밥줄은 영양사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 189쪽 그녀는 저녁 6시가 넘어서 들어온 첫 손님을 놓칠 수가 없어서 생긋생긋 웃으며 평소에 안 하던 말까지 조잘조잘 대며 손님을 구워삶았다. 요새 사장님 눈치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이상 그녀는 매출 장부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 236쪽 내 몸은 온통 노란색 불빛에 둘러싸여 있다. 머리 위에서는 벌집처럼 뚫린 구멍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내려와 내 발밑을 통과하고 있다. 저쪽 어딘가에서는 말도 못 하는 로봇이 클래식 음악을 내뿜으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분명 웨이퍼가 든 카세트를 운반하고 있을 것이다. ― 27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