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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어?
한국의 밥상에서 발견한 함께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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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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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그 짧은 멈춤에 대하여

1장 — 멈춤
알면서도 설명할 수 없었던 이유
맛이 아니라 방식이 문제였다
이 식사에는 보이지 않는 설계도가 있다

2장 — 차림
한 상이 펼쳐지는 순간
장(醬) —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된다
형태는 바뀌어도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3장 — 시간
김치
젓과 찌
기름

4장 — 흐름
술 — 잔이 오가는 순간, 장면이 바뀐다
차
함께 먹는다는 것

5장 — 한 상
수저를 들기 전
마지막 한 점
말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것들

6장 — 결론
한국 음식은 왜 어렵게 느껴졌는가
함께이면서 각자인 상태
한 문장으로

밥상 노트 — 친구에게 알려주는 한국 식탁
감사의 말
작가 인터뷰

저자 소개 2

오랜 시간 같은 식탁을 마주하며, 한 끼의 밥과 한 잔의 차처럼 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위들이 사람과 사람을 어떻게 이어주는지 관찰해 왔다. 함께 차려진 것 위에서 각자가 자신의 식사를 완성하는 한국 밥상의 고유한 구조와 감각을 언어로 담아, 다음 식탁으로 전하고자 한다.

저줄리아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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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 K Ryoo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교육학 석사(Ed.M.)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현재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서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Principal Program Manager)로 일하며,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판단과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루고 있다. 개인의 행동과 삶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구조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쓴다. 저서로 『Sage Whisperer』와 공동저서 『판다 신드롬』이 있으며, 음식과 마음의 관계를 다루는 『마음이 먼저 배고팠다』를 공동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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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98g | 135*210*9mm
ISBN13
9791176560979

책 속으로

말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장면으로 만들어진 것은 장면으로만 전달된다. 가르친 적이 없다. 배운 적도 없다. 그런데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로 옮기려는 시도. 장면으로 전달된 것을 처음으로 언어로 옮긴다.
--- p.20

코스 요리가 직렬이라면, 한국의 식탁은 병렬이다. 직렬은 따라가는 식사다. 병렬은 만들어가는 식사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작지 않다. 직렬에서 먹는 사람은 결과를 받는다. 병렬에서 먹는 사람은 진행 중인 것을 완성한다. 한국 식탁은 처음부터 완성된 것을 내어놓지 않는다. 가능성을 펼쳐놓는다. 완성은 먹는 사람의 몫이다.
--- p.25

장은 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과 환경이 함께 만든다. 그래서 좋은 장 안에는 단순한 맛을 넘어선 깊이가 있다. 그 깊이는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몸으로 느껴진다. 장은 시간을 담고 있는 구조다. 그리고 이 구조가 한국 음식 전체의 바탕을 이룬다.
--- p.32

그리고 그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오늘 꺼낸 김치가 어제보다 더 깊어졌는지, 더 시어졌는지는 열어보기 전까지 모른다. 이 작은 불확실성이 매일 냉장고 문을 열게 만든다. 김치를 먹는다는 것은 완성된 음식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시간의 한 지점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냉장고를 연다. 어제와 다른 향이 올라온다. 오늘의 시간이 시작된다.
--- p.43

그래서 한국 식탁은 단순한 식사의 자리가 아니었다. 가장 일상적인 학교였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누구도 가르치지 않은 것을 배웠다. 함께 있는 방식. 알아채는 감각. 비켜나는 타이밍. 권하는 순간. 기다리는 침묵. 이 모든 것이 식탁에서 익혀졌다. 그리고 식탁을 떠난 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로 이어졌다.
--- p.76

함께 시작하고, 각자 완성한다. 처음에 이 문장은 한국 식탁의 방식을 가리키는 짧은 표현이었다. 그것이 한 상의 구조였고, 같은 시간을 함께 지나가는 방식이었고, 이제 하나의 구조를 가리키는 이름이 된다. 이것은 음식의 방식이 아니다. 관계의 방식이다. 그리고 관계의 방식만도 아니다. 함께이면서 각자인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구조다.

맞추지 않아도 함께일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86


한국 음식은 하나의 정답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같은 상에 앉아도 무엇을 먼저 먹을지, 무엇을 섞을지, 어느 장을 찍을지는 각자가 결정하잖아요. 그 순간 질문이 바뀌었죠. ‘이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이렇게 먹는가’로요.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식사가 음식만 먹고 끝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조심스럽던 자리도 술잔이 몇 번 오가면 이야기와 공기가 풀리고, 차를 마시며 분위기가 차분하게 정돈되기도 하잖아요. 무엇을 먹었는지만 기억나는 식사도 있지만, 그날의 분위기와 속도가 오래 남는 식사도 있잖아요. 음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람 사이의 공기와 흐름 역시 식사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함께 먹는다면 서로 꼭 같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같은 식탁에서도 각자의 선택이 가능했던 것처럼 관계도 그럴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밥 먹었어?”라는 짧은 질문에는 서로의 고유함을 인정하며 안부를 묻는 굳건한 연대의 마음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나의 자리에서, 당신은 당신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도 잘 있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전합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매일 무심코 마주하던 익숙한 밥상 위에서 이토록 정교한 '관계의 시스템'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 저자들은 한국의 식사 문화를 단순한 미각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반찬이 한 번에 펼쳐진 상태에서 '함께 시작하고 각자 완성해 나가는' 고도의 병렬적 구조로 탁월하게 해부해 낸다. 간장과 된장이 밥상의 중심을 잡는 원리부터, 상대의 젓가락질을 살피며 마지막 한 점을 기꺼이 양보하는 찰나의 멈춤까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고요한 식탁의 룰 안에 타인을 향한 깊은 존중과 허용이 숨 쉬고 있었음을 뭉클하게 깨닫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던 한 끼의 식사가 어떻게 서로를 잇고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는지, 그 따뜻하고도 놀라운 연결의 문법을 다시금 음미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매력적인 통찰의 기록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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