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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 ‥ 김의 산 7
2장 밭 ‥ 풀어 쓴 김의 행장 71 3장 눈 ‥ 김과 함께 여행하는 법 137 4장 밤 ‥ 하룻밤의 꿈 181 5장 달 ‥ 밤에 쓰는 편지 233 6장 물 ‥ 저승에서 쓰는 답장 271 7장 길 ‥ 구더기 떼가 그린 만다라 305 작가의 말 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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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과 헤어진 뒤 산길을 내려오던 김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놀랍게도 검게 타버린 소나무들의 가지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연둣빛 잎들이 빠른 속도로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산비탈에 쌓인 검은 재를 뚫고 풀들도 쑥쑥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김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산을 떠났던 들짐승과 날짐승이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김이 산소에 도착하자 언제 산불이 지나갔냐는 듯 주변은 완연한 봄날의 기운으로 생동하고 있었다. 어디에도 검은 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불에 전소된 절들도 복원되었을까…… 김은 어머니 봉분 앞 파릇한 잔디밭에 앉아 노승과 헤어진 능선 쪽을 바라보았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솔잎 사이로 내려오는 따스한 봄볕 탓인지 살금살금 졸음이 몰려왔다.”
--- p.70 “지금도 절을 받고 있지만 그때처럼 수저와 젓가락을 놀려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지는 못한다. 다만 바라볼 뿐이다. 음미만 할 뿐이다. 그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춤도 추었는데 지금은 제사상 앞에 피워놓은 향이 나 대신 흔들거린다. 서러운가? 안타까운가? 화가 나는가? 잘 모르겠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 p.203 “모두 다 아름답게 늙은 어느 가족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여행은 계속 이어지겠지.” --- p.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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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삶이 많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와 대화하는 것이며 또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김도연의 소설을 읽는 내내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 년 동안 김도연은 “불, 밭, 눈, 밤, 달, 물, 길” 7장으로 구성된 『가족 여행』을 썼다. 이 소설은 우주 속을 떠돌며 여행하는 아버지, 순환하는 세상의 모든 사물에 바쳐진 일종의 김도연식 ‘애도 일기’이다. 『가족 여행』은 방대한 자료와 기억의 답사를 통해 아름답고도 슬픈 가족사를, 가족이 마시던 술의 연혁沿革을, ‘김의 백 년’을 재구성한다. 아버지가 지은 진부집 앞마당에 펑펑펑 내리는 함박눈, 뒤뜰의 돌배나무, 화목난로의 불꽃, 여전히 추운 밤을 지키는 화로의 불씨는 황홀한 비극적 서사의 낭만적 배경이 된다. 나는 소설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곤 했다. 불현 듯 곳곳에서 출몰하는 시간을 초월한 목소리들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내가 붙인 이 소설의 다른 제목은 ‘김의 백 년 동안의 사랑과 고독’이다. 누가 뭐래도 김도연은 빼어난 시인이며 작가다. 『가족 여행』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그가 부려놓은 ‘말(馬, 言語)’을 타고 허공의 별처럼, 공허를 가로지르는 눈발처럼 『가족 여행』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당신의 여행이 될 것이다. 바람이 분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두 눈 가득 펄럭이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펄럭임을 김도연의 마음이라 하자. 진부에 눈이 내리면 도연을 만나러 가야겠다. 석달 열흘 눈밭을 걸어. - 박정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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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의 원고를 내 부친의 사십구재 기간에 읽었다. 하여, 김도연 작가와 동병상련이 되었고, 작가의 창작 동기를 십분 이해했다. 부모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죄인이 된다. 나는 술과 노래로 이 죄스러움을 씻어내려 했지만, 김도연 작가는 부친의 행장(行狀)을 소설화하면서 이마저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나는 보내드리려 애썼지만, 그는 남겨드리려 최선을 다했다. 누가 더 효자인지는 구르는 돌멩이도 알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포함하여 그동안 ‘여행’이 들어가는 장편을 세 편 발표했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서는 소가 이야기를 이끌었고, 『풍의 여행』에서는 신목(神木)이 주인공을 맡았다. 이번 소설 『가족 여행』에 이르러 비로소 ‘인간’, 그것도 인간 사회의 기본 축인 ‘가족’이 주인공이 되어 긴 서사를 이끌고 있다. 동물, 신과의 여행을 다루던 작가가 돌연 인간, 그것도 가족과의 여행을 다루는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작가가 돌고 돌아 마침내 인간 사회로 귀환한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작품을 읽는 내내 “한 갑자 돌면 철든다”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 이홍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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