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섬 어떤 적막 방문객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고통의 축제 1-편지 고통의 축제 2 벌레들의 눈동자와도 같은 샘을 기리는 노래 이슬 갈대꽃 안부 환합니다 얼마나 좋은가 세상의 나무들 아침 헤게모니 꽃 시간 1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행복 날아라 버스야 사물의 꿈 1-나무의 꿈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견딜 수 없네 놀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나는 별아저씨 그대는 별인가-시인을 위하여 어디 우산 놓고 오듯 갈증이며 샘물인-J에게 좋은 풍경 교감 잎 하나로 꽃피는 애인들을 위한 노래 여자 타이밍 한 꽃송이 그림자에 불타다 모든 말은요 공터-시 이야기 광휘의 속삭임 예술의 힘 2-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에서, 변주 발문 | 날자, 행복한 영혼들이여·오생근 출전 |
鄭玄宗
정현종의 다른 상품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전문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전문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툭 떨어져 굴러간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안부」 전문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행복」 부분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사물의 꿈 1」 전문 시는 처음부터 공터이다. 시는 끝까지 공터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아무것도 없이 끝난다. (생명과도 같이) 시는 그렇다. -「공터」 전문 |
|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무와 바람과 꽃, 일상의 순간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기쁨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생의 기미(機微)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이 기미지 그게 얼마나 큰 것입니까. -「고통의 축제 1-편지」 부분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삶의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일. 시인에게 그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에 마음을 기울이고, 그 안에 깃든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정현종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삶의 무수한 결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시인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새롭게 태어난다. 「날아라 버스야」에서 무거운 버스가 승객이 든 꽃다발의 힘으로 비행기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고 믿는 시인의 상상력은 신선하고도 유쾌하다. 「환합니다」에서는 가을날 감나무에 매달린 붉은 감들이 환한 불꽃으로 피어나고, 「갈대꽃」에서는 가을 햇빛을 머금은 갈대꽃이 눈부신 빛을 발한다. 시인에게 나무와 바람, 꽃과 햇빛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가볍게 하고, 위로 들어 올리는 생명의 힘이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부분 2018년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소개되며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역시 이러한 시인의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면서도 삶의 모든 순간이 저마다 피어날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구석구석에도 삶의 아름다움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시는 앉은자리가 꽃자리다.” 정현종의 시론을 압축한 이 말처럼,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새로운 가능성의 자리로 바꾸어놓는다. 익숙한 풍경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소한 순간에서 생명의 기쁨을 길어 올리는 것. 정현종의 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래 살아봐야지” 고통의 무게를 딛고 솟아오르는 자유와 비상의 의지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부분 정현종의 시에서 삶의 기쁨은 고통을 알지 못하는 낙관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시에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 시간의 흐름과 상실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자리하고 있다. 「견딜 수 없네」에서 시인은 흘러가는 시간과 사라지는 것들이 남기는 아픔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 슬픔은 개인적인 비탄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근원적인 고통으로 확장된다. 그런 시인에게 자유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다시 솟아오를 수 있는 정신의 힘이다. “나는 아래로 아래로 날아오른다”(「고통의 축제 2」)라는 역설적인 시구처럼, 고통은 우리를 끌어내리는 동시에 다시 솟아오르게 하는 힘이기도 한 것이다.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정현종을 ‘바람의 시인’이자 ‘나무의 시인’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람이 느껴지는 그의 시에서 바람은 수평으로 흐르기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다. 나무 역시 땅에 뿌리를 내린 채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다. 그에게 바람과 나무는 현실의 무게를 딛고 상승하는 생명의 탄력, 자유를 향한 의지의 표상이다. 이러한 자유의 정신은 소유와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헤게모니」에서 시인은 세속적인 권력 대신 꽃과 바람, 햇빛과 흐르는 물의 가치를 노래하고, 「어디 우산 놓고 오듯」에서는 자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열리는 사랑과 자유의 세계를 꿈꾼다. “그래 살아봐야지.” 시인은 넘어져도 다시 튀어 오르는 공처럼, 고통을 겪으면서도 삶을 향한 의지를 잃지 말자고 말한다. 그 의지는 마침내 자신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다른 존재를 향해 마음을 여는 환대의 정신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오랜 세월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섬」과 「방문객」을 비롯한 그의 시편들에도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시인은 이번 시선집의 「시인의 말」에서 “문학의 변함없는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히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러한 체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롭게 펴낸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섬』은 반세기가 넘는 시적 여정에서 길어 올린 정현종의 대표 시편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총 42편의 시와 시인이 직접 만년필로 쓴 시편들과 그림들을 함께 수록해, 시와 그림을 넘나드는 그의 예술 세계를 한층 풍성하게 담아냈다. 정현종의 오랜 시적 여정의 결실을 독자들은 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 · 시인의 말 “……문학작품의 위대성을 결정하는 것은 저런 미소가 작품에 배어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을 터이다. 새삼스러운 얘기인지 모르겠으나, 문학의 변함없는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바라건대 이 책의 작품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그런 체험을 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