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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얼마나 던져야 벽이 무너질까 1장. ‘야구 소녀’ 김라경삼진 잡아서 죄송합니다야구하러 서울대에 입학하다최초이자 유일한 기록다시는 공을 던질 수 없다면 2장. 여자가 무슨 야구냐고?「야구소녀」의 계보주아는 야구에 미친 것 같아요엄마가 던지고 딸이 때리는 리그우리도 한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본업은 따로 있지만 국가대표입니다 3장. 야구로 돈 번다는 것여자프로야구의 부활도루 잡는 여자 포수, 김현아국가대표가 가장 쉬웠어요야구로 취업해보렵니다야구를 지켜내는 세 가지 방법 4장. 여자야구가 당연한 나라세계 최고 리그의 ‘용병’으로월 70만 원의 야구저는 외국인 선수잖아요목표가 사라지고 무대가 바뀌어도야구를 그만둘 자유 5장. 트라이아웃, 그 뒷이야기4일간의 서바이벌나만 아이스크림이 없어7방망이를 든 김라경콩그레추레이션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다 6장. 역대 최강의 드림팀넘지 못할 상대는 없으니까끝까지 던지겠습니다딱 한 점만 내보자김라경이 사라졌다당연한 승리는 없다단단한 벽이 무너지도록 에필로그 진짜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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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무슨 야구야? 김라경, 김현아, 박주아 세 선수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와 그간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야구를 시작하던 때부터 오직 이 길을 위해 내달린 선수가 있는가 하면, 우연한 계기로 발을 들였고 언제든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계속해온 선수도 있다.김라경 선수는 프로선수를 꿈꾸던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자연스레 야구를 접했고 쭉 야구를 좋아했다. ‘넌 여자라서 어차피 야구선수 못 해’라던 또래 남자아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리틀야구단 입단 테스트에 유일한 여자 선수로 참여해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러나 그 뒤로도 첩첩산중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어디에도 여성 야구부가 없으니, 여성 프로선수가 될 기회도, 여성 선수로 프로리그에 출전할 기회도 모두 없었다. 그런 그가 대학 야구부 중 체육 특기생이 아니어도 출전을 허용하는 유일한 야구팀에 들어가기 위해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그를 국내 대학리그에서 뛴 최초의 여성 선수로 추켜세워줬지만, 여성 선수에 한한 불가능의 조건은 그대로였다. 김현아 선수의 시작은 부모님의 권유였다. 곧잘 했기에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야구를 배웠지만 수험생이 되자 접었다. 대학 진학 후에 다시 야구를 찾았고, 취준생의 자세로 준비하더니 1년 뒤 여자야구 국가대표 외야수가 됐다. 야구를 하다 말다 했다고 김현아 선수에게 애정이나 의지가 부족했던 건 아니다. 그는 프로선수라는 꿈이라거나 거창한 목표를 좇는 대신 사회인리그에서 만난 언니들처럼 계속해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생계부터 해결할 줄 알아야 했고, 그러므로 야구를 안 할 때는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한국의 여자야구 국가대표들은 김현아 선수가 그랬듯 본업을 따로 두고 생계와 야구를 병행하고 있다.박주아 선수는 어려서부터 재능도 뛰어났고 자기 의지도 돋보였다. 하지만 야구를 해봐야 나중에 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그의 다음 행보를 줄곧 가로막았다. 그는 실력을 갈고닦는 한편 그것만으로 야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가 택한 전략은 여자야구의 위상을 높이자는 것. 「최강야구」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뛰어든 것도 여자야구를 자주 보여주면 여자가 야구를 하는 게 당연해질 테고, 야구를 더 오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였다.구체적인 사연은 다르더래도, 세 선수가 야구의 가장 가운데로 밀고 들어가려 할 때마다 그에 맞먹는 힘이 그들을 돌려세웠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 야구부, 여자애 하나 못 이기느냐고 또래 남자아이를 윽박지르는 코치, 야구를 계속해봐야 밥벌이는 하겠냐는 핀잔. 불가능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야구를 계속한 이유가 궁금해질 때, 거창하고 특별한 사연을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서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동기는 예외적이지도 별나지도 않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것으로 밥벌이하고 싶다는 마음, 쉽게 수긍되는 보편의 마음이 전부다. 다만 그 보편이 여자야구에 한해 한국 사회에서 오래도록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왔을 뿐이다.끝까지 던지겠습니다 저자는 선수들의 여정에 함께 오르며 WPBL 드래프트 준비 과정부터 심사와 이후 경기를 지켜보고, 그들이 품은 기대와 설렘, 실수와 눈물, 환호와 비명까지 기록한다. 마침내 2025년 11월 21일, WPBL 드래프트가 생중계됐다. 선수를 지명할 네 개 구단의 구단별 계약 대상자가 열다섯 명에 불과했기에, 60명 안에는 이름이 불려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구단이 차례로 스타 선수들을 호명하고, 곧이어 보스턴 구단의 지명 차례다. 보스턴 팀에서 첫 번째 선수로 지명한 선수는 한국의 야구선수 김현아다. 김현아 선수가 보스턴 구단의 1순위(전체 서수 4순위)로, 이어서 김라경 선수(뉴욕 구단 3순위, 전체 11순위), 박주아 선수(샌프란스시스코 9순위, 전체 33순위)의 이름이 불린다. 한국의 여성 야구선수가 프로선수로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여성 야구선수가 프로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환호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들의 처우가 한꺼번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선수들은 별도 계약금 없이 경기 수당만 받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고, 수당조차 시즌 1군 명단에 속해야 받을 수 있다. 오랜 꿈이 현실로 넘어서는 지점에도 여전한 제약과 불충분한 조건이 발목을 잡는다. 이 첫걸음이 또 어떤 최초로서 기록되고 기억될까. 불완전한 출발선에 선 그들이지만, 일단 그들이 세운 또 하나의 최초가 다음을 쓰고 있다. “뭔가 꿈꾸던 일이 있나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있고 나만 없어요. 그러다 마침내 아이스크림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바로 그거예요. 내 아이스크림이 필드에 나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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