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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한 집 1장. 반으로 2장. 묻지 않은 말 3장. 동갑 4장. 미안해와 고마워 사이 5장. 성격이라는 방 2부 바깥 6장. 나가는 사람 7장. 다른 집 8장. 이유들 9장. 증인들 3부 다시 10장. 벽 너머 11장. 내 이름으로 12장. 팔분의 일 13장. 초보자 생각의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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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다룬 책은 대개 한쪽의 목소리로 쓰인다. 억울했던 쪽은 억울함을, 떠난 쪽은 떠난 이유를 말한다. 이 책은 다르다. 주인공은 끝까지 아내의 속마음을 단정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것은 모르는 채로 두고, 짐작한 자리에는 짐작이라고 적는다. 결혼 중에 다른 여자를 만난 일도 핑계 없이 제 이름으로 떠안는다. 그리고 장마다 한 번은 칼끝이 반드시 그 자신에게 돌아온다. 조용히 참는 남편이라는 배역이 실은 가장 높은 벽이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변명 없이 받아 적는다.
두 번째 특징은 소설처럼 읽힌다는 것이다. 3인칭으로 서술된 장면들이 기승전결 없이도 한 장씩 다음 장을 끌어당긴다.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운전석에 앉은 아내, 방문 앞에서 끝내 묻지 않은 장모, 염하는 방에서 어머니에게 로또 번호를 부탁한 아들. 사유는 장면 뒤에서 조용히 따라온다. 세 번째는 지금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칸트와 헤겔 같은 오래된 이름은 무대를 세우는 데 그치고, 인식적 부정의, 부부 관계 연구, 애도의 지속 유대 이론, 인공지능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시대의 윤리까지 오늘의 연구가 한 남자의 부엌과 주차장과 첫 밤의 빈방으로 들어온다. 책 끝의 "생각의 출처"는 더 읽어 가고 싶은 독자를 위한 길잡이다. 책 곳곳에는 수채화 삽화 30점과, 혼자가 된 남자와 턱시도 고양이의 서툰 한 해를 그린 네 칸 만화 10편을 실었다. 무거운 문장 사이에서 숨을 고르는 자리다. 같은 날 같은 저자가 펴낸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실전 기록》과 함께 읽으면, 한 사람이 같은 계절에 치른 두 개의 셈을 하나는 서류로, 하나는 문장으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