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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_ 6
물살이 옆에 선 행인의 고백 _ 17 넙치 _ 26 고등어 _ 36 노랑가오리 _ 46 살오징어 _ 56 자주복 _ 66 뱀장어 _ 76 대게 _ 86 참전복 _ 96 감성돔 _ 106 대하 _ 116 물고기 아닌 물살이 선언 _ 127 이어지는 행인의 기록들 _ 134 감사의 말 _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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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들이 먹거리가 되는 장면에는 항상 어색한 표현 하나가 사용되고 있었다. ‘물’과 ‘고기’가 조합된 단어, 물고기. (…) 그들을 의심 없이 먹거리로 대하는 문화는 그 이름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그들을 고기로 이름 부르며 첫 만남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맺을 수 있는 다른 관계들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너희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폭력만이 남아버린 듯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보다 어떤 맛을 내는지에만 관심 갖고, 그들의 숨결과 몸짓에 공명하기보다 쓰임과 쓸모로만 이해 할 수 있는 현실이 갑갑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그렇게 나는 횟집, 수산시장, 양식장, 아쿠아리움, 그리고 온갖 지역 축제를 찾아다니며 무자비하게 그들을 죽음으 로 몰아넣는 모습을 목격하고 하나씩 기록해 나갔다. ---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에 관한 도감이다. 배경지에 올려놓고 찍은 생물 사진도 종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해부학적인 정보도 없지만,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보 는 것을 도와준다는 도감의 본질에는 더욱 충실하고자 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제주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230여개의 공장식 넙치 양식장은 아름다운 바다와 대비되어 기괴함을 자아낸다. 양식장 옆으로 항생제와 오염 물질로 범벅된 배출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이때 오염수에는 병든 넙치가 함께 방출되기도 한다. --- 「넙치」 중에서 광어는 ‘반으로 갈라서 말린 넙치’를 뜻한다. 광어라는 이름 안에 이미 죽은 상태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다. --- 「넙치」 중에서 명태를 향한 일방적인 사랑이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왔음 에도 불구하고 고등어에게 쏟아지는 애정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 「고등어」 중에서 아무리 강한 몸을 지녔어도 자신에게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연약함이 있음을 고등어는 잘 알고 있다. 고등어들이 만들어내는 더 큰 몸은 함께 살아내는 것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고등어의 생에서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고등어」 중에서 ‘애’라고 불리는 노랑가오 리의 간은 착취의 현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이 소비를 꺼리게 된 거위 간 요리 푸아그라의 대용품으로 각광받는다. --- 「노랑가오리」 중에서 총알 오징어는 사실 어린 살오징어다. 아무리 새 로운 종처럼 눈속임하고 간편식, 아이들 간식, 고급 술안주 등 다양한 마케팅 용어로 포장하더라도 총알 오징어가 어린 살오징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살오징어」 중에서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협약기구인 이동성 야생동물 보 호 협약(Convention on Migratory Species)에 따르면, 뱀장어나 고등어와 같이 세계 곳곳을 이주하며 살아가는 이주성 물살이 중 97%의 종이 멸종을 앞두고 있으며, 그 수가 1970년에 비해 2024년에 무려 90% 감소했다고 한다. --- 「뱀장어」 중에서 “수조가 비어 있으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는 말과 “지금 잡지 않으면 나중엔 더 없다”는 말만이 빙글빙글 돈다. 희귀해져서 더 많이 소비되고, 소비가 멈추지 않아서 계속해서 잡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대게」 중에서 뜨거운 수온으로 바다가 잿빛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2023년 9월에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라는 또 하나의 재 난이 바다를 덮쳐왔다. (…) 안전한 ‘해산물’이 사라진다는 우려는 많아도 물살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적었다. --- 「전복」 중에서 ‘검은 돔’이라는 명칭이 바뀐 이름, 감성돔. 그 단편적인 이름에 가둘 수 없는 감성돔의 생애는 실로 이분법적인 성별의 틀을 부수는 여정이다. --- 「감성돔」 중에서 고무 대야를 가득 채운 새우들. ‘살아있는 새우’라는 문구가 행인의 눈에 밟힌다. 새빨갛게 익은 몸도, 둥글게 말린 몸도 아닌 회색빛의 몸, 반투명한 몸. --- 「대하」 중에서 우리는 물살이다. 물로 맞닿고 물로 연결되며 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 「물고기 아닌 물살이 선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