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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장 곳갈[弁]로 다시 읽는 가야 1. 다산 정약용의 기록으로 드러난 가야와 곳갈[弁] 2. 변한과 가야의 새로운 이해 3. 변弁의 의미와 성격 4. 일본 땅에 남아 있는 가야의 곳갈 문화 2장 곳갈[弁]의 발전과 변용 1. 곳갈의 흔적 2. 신라 금관金冠과 가야의 곳갈[弁] 3. 고구려의 절풍折風과 가야의 곳갈[弁] 4. 백제계 모관帽冠과 가야의 곳갈[弁] 5. 조선의 갓[笠] 문화와 가야의 곳갈[弁] 3장 중앙아시아의 변형모[곳갈] 사례 1. 중앙아시아 기마 민족에 고깔형 모자는 있었다 2. 변형모 사례 분석 4장 곳갈[弁]이 품은 불교, 가야의 새로운 이해 1. 가야와 불교의 만남 2. 김수로·허황옥의 새로운 이해 3. 곳갈[弁]과 불교 사상 책을 마무리하며, 가야를 다시 본다 이미지 출처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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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실을 한 걸음 옆에서 다시 보다
변한은 낙동강 서쪽의 소국들이었고, 신라 금관은 북방 초원 문화와 이어진 신라만의 유산이며, 조선의 갓은 고구려 절풍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이러한 설명을 성급히 뒤집기보다, 관모라는 하나의 렌즈를 대고 한 걸음 옆에서 다시 들여다본다. 같은 사실이 그 렌즈 아래에서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 렌즈는 저자가 평생 붙들어 온 복식의 관점이다. 저자는 다산 정약용이 가락·가라·가야·변진·금관을 하나의 계통으로 읽어 낸 통찰에서 출발해, 변한(弁韓)을 ‘곳갈을 쓰는 한인(韓人)의 집단’으로 풀이한다. 그러면 변한은 낙동강 서쪽이라는 지리적 경계보다 곳갈이라는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의 이름이 된다. 변한을 백제로, 신라로, 고구려로 저마다 달리 비정해 온 최치원·권근의 저술을 비롯한 국내외 문헌의 엇갈린 기록도 저자는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보기보다, 이동하고 확산한 집단의 흔적으로 함께 읽어 낸다. 작은 모자 하나로 잇는 우리 쓰개 문화의 계보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라 금관이다. 천마총 금 모관은 높이 19cm, 아래 너비 5.1cm로 합장한 성인의 손과 거의 같은 크기다. 저자는 후한의 『석명』이 변을 “두 손을 서로 합쳐 박수 칠 때의 모양”이라고 정의한 대목이 신라 모관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 주목하고, 금관이 김씨 왕계에서만 나타나며 가야 역시 김씨 왕계였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삼국사기』가 법흥왕 대의 복식을 “여전히 동방의 습속”이라 적은 점 등을 들어 신라 금관의 뿌리를 가야의 곳갈에서 찾는다. 진덕왕 3년(649) 당나라 복식 제도의 수용은 금관의 퇴장이자 가야 곳갈 문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읽힌다. 계보는 신라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 정사들은 고구려 절풍을 두고 한결같이 “그 형태가 변과 같다[形如弁]”고 적었다. 백제계 금동 모관과 가야계 모관에는 신라에서 보이지 않는 긴 대롱과 종지 장식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조선 후기 안정복은 『순암집』에 “지금의 갓 또한 변의 제도인데, 와전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남겼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불문하고 원효대사의 것으로 전하는 오어사 삿갓의 두 조각 구조까지 따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의 갓과 삿갓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변용의 결과라는 저자의 시각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초원의 길과 불교의 길 위에서 저자의 시야는 다시 유라시아로 넓어진다. 사카의 높은 원추형 모자와는 구조가 다른, 두 장을 맞대어 만든 변형모를 알타이-파지릭과 누란, 흉노 노인울라 고분, 호탄, 티베트에서 찾아 비교하고, 곳갈 문화가 유목 기마 민족의 이동과 동서 교류의 흐름 속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을 살핀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책은 제목이 던진 물음, 곧 불교로 향한다. 『삼국지』가 변진과 진한은 의복과 주거가 같지만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방식은 “다르다[異]”고 기록한 대목, 인도의 지명이자 불교 경전 속 성지의 이름인 ‘가야’, 흉노 휴저왕의 제천금인(祭天金人)을 불상으로 본 옛 주석과 김일제가 ‘金’이라는 성을 받은 내력, ‘金’의 옛 음과 ‘김해’ 지명의 변천, 허황옥과 장유화상의 전승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 끝에서 저자는 두 장이 하나로 맞붙은 곳갈의 형태를 합장으로, 다시 서로 다른 둘이 둘이 아닌 불이(不二)사상으로 읽어 낸다. 중국을 거친 공식적인 불교 전래 이전에 서역 계통의 종교 요소가 한반도에 닿았을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로 제시하는 것이다. 한 글자를 붙든 10년의 세월 이 해석은 10년의 시간 위에 서 있다. 성파 스님(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 법문 중에 던진 “잊힌 가야 문화의 층위 속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불교의 흔적은 과연 없을까”라는 화두를 계기로, 저자는 2017년 정월 초하루 관련 서적 30여 권을 책상에 쌓아 두고 탐구를 시작했다. 이후 국내외 박물관과 유적을 찾아 흩어진 사료를 “조각보를 한 땀 한 땀 잇듯” 이어 붙였고, 학술대회와 강연에서 세 차례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원고를 거듭 다듬었다. 집필 틈틈이 『묘법연화경』을 한글로 사경해 2년 넘게 화선지 반절 202장을 채운 시간도 이 책에 녹아 있다. 단정할 수 없는 과거를 미래의 연구로 이으며 저자는 자신의 해석을 단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역사학자도 고고학자도 아니”라고 밝히고, 시대와 지역이 멀리 떨어진 자료 사이의 닮음을 곧바로 전파나 계통 관계로 잇지 않으며, 가설은 가설로 구분해 “앞으로 더욱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연구 과제”로 남겨 둔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 탐구의 기록”이다. 기록이 끊긴 가야의 과거를 서둘러 확정하는 대신 열린 질문으로 남겨 두고, 이 책이 “또 다른 자료와 연구를 불러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역사는 흔히 승자의 기록으로 남지만, 문화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빈약한 기록 너머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 온 가야 문화의 흔적을 작은 모자 하나에서 다시 찾아낸 기록이다. ■ 장별 주요 내용 1장 곳갈[弁]로 다시 읽는 가야 다산 정약용의 『아방강역고』와 『아언각비』에서 출발한다. 다산은 변·가나·가락·가라·가야·변진·금관을 서로 떨어진 명칭이 아닌 하나의 계통으로 이해했고, 김수로가 위 끝이 뾰족한 건책을 나라의 제도로 삼았으며 조선 시대 나장과 급창이 쓰던 첨책에 그 흔적이 남았다고 보았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변한을 ‘곳갈을 쓰는 한인의 집단’으로 해석하고, 변한을 백제·신라·고구려·낙랑이라고 한 저마다의 엇갈린 기록들을 변한인들이 이동하고 확산한 문화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 『석명』의 정의와 ‘弁’ 자의 구조로 곳갈의 형태적 특징을 짚고, 『일본서기』의 ‘이마에 뿔 난 사람[額有角人]’, 규슈의 지명과 고분 시대 금속 관모 등 일본 열도에 남은 흔적도 살핀다. 2장 곳갈[弁]의 발전과 변용 고령 지산동 흙방울, 김해와 경주 금령총의 기마인물상, 경주 용강동 토용, 사신도 속 조우관에서 곳갈형 관모의 흔적을 찾는다. 이어 신라 금관을 모관과 대관으로 나누어 살피며, 두 손을 모은 형상의 금속 모관이 가야 곳갈을 계승하였고 대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발전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법흥왕 대 ‘동방의 습속’을 따른 공복 제도에서 진덕왕 대 당나라 복식 수용에 이르는 과정을 금관 문화의 퇴장과 겹쳐 읽고, 고구려의 절풍·책·소골·조우관, 백제계 금동 모관, 승무의 고깔과 승립, 김삿갓의 삿갓과 선비의 갓까지 곳갈 문화의 변용을 추적한다. 3장 중앙아시아의 변형모[곳갈] 사례 유라시아 기마 민족의 고깔형 모자를 원추형모와 변형모로 나누어 비교한다. 사카의 높은 원추형 모자는 가야 곳갈과 계통이 다르다고 보고, 알타이-파지릭의 새 장식 변형모, 누란·우푸의 접이형 고깔, 차말의 펠트제 변형모, 호탄 왕의 금책(金幘), 흉노 노인울라 고분의 견직물제 변형모,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황색 관모를 차례로 분석한다. 두 장을 맞대어 만든 구조적 공통점에 주목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들어 직접적인 전파로 단정하지 않고 앞으로 비교·검토할 대상으로 제시한다. 4장 곳갈[弁]이 품은 불교, 가야의 새로운 이해 ‘가야’ 명칭의 여러 유래 가운데 ‘신의 나라’설과 ‘겨레’설에 주목하고, 『삼국지』가 변진과 진한의 제사 방식이 “다르다[異]”고 기록한 대목, 인도의 지명과 불교 경전 속 ‘가야’, 대마도 고어혼신사의 ‘보타산’ 편액 등을 통해 가야와 불교의 접점을 살핀다. 김수로 탄생 신화에 대한 조선 시대 학자들의 비판, 흉노 휴저왕의 제천금인(祭天金人)과 김일제 관련 기록, ‘金’의 옛 음과 ‘김해’ 지명의 변천, 허황옥·장유화상 전승을 차례로 검토한 뒤, 두 장을 하나로 잇는 곳갈의 구조를 합장과 불이사상, 관음 신앙에 비추어 해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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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곳갈 속에서 역사와 불교, 문화와 정신이 하나로 만난다. 곳갈[弁]의 형태를 합장과 연결하고 그 안의 불이사상을 밝히며, 가야의 정신문화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점이 주목된다. 방대한 『법화경』 일습을 한글로 사경한 저자의 수행에서도 불이사상의 실천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가야의 문화와 불교를 새롭게 이해하는 뜻깊은 저술로 평가될 것이다.”
- 인해 스님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 초대 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가야사는 빈약한 문헌 자료를 고고학·민속학·언어학 등의 연구로 보완하며 그 모습을 갖추어 왔다. 복식사 연구로 일가를 이룬 문광희 교수는 곳갈이라는 관모의 관점에서 변한과 가야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분석하였다. 치밀한 분석으로 가야사를 새롭게 조명한 역저로, ‘사국시대’의 역사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기꺼이 권한다.” - 양맹준 (문화재감정관 · 전 부산박물관장 · 전 부산시문화재위원장) “부산의 복천동과 연산동 고분군에는 가야와 신라 문화가 교차했던 흔적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필자는 집필 도중 세 차례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고, 나 역시 직접 발표장에 참석하여 신라 금관이나 조선의 갓 근원을 이해하며 가야를 새롭게 인식하였다. 성파 종정 큰스님의 말씀처럼, 이 책이 역사에 오래 남을 저술이 되기를 기원한다.” - 문정수 (초대 민선 부산광역시장 · 부산국제영화제 1~4대 조직위원장) “익숙한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은 귀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복식사를 연구해 온 학자의 안목으로,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온 ‘변弁’이라는 작은 관모에서 가야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이 책은 ‘가야를 다시 생각하게 한 책’, ‘弁이라는 잊힌 문화를 학문적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 정영자 (문학평론가 · 한국문인협회 고문 · 신라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