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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3부 근현대 문명의 역사와 철학 1 전통, 근대, 탈근대: 현대 사상 입문 2 ‘존재’에서 ‘생성’으로: 생성존재론 입문 3 새로운 인간관의 탄생: 앙리 베르그송을 중심으로 4 무의식의 발견: 정신의 계보학 5 인문학과 뇌과학의 접점들: 인문학이 말하는 뇌, 뇌가 말하는 인문학 6 몸, 지각, 시뮬라크르, 차이: 이분법과 기준을 벗어난 현대 7 타자의 윤리학: 평등한 자유를 넘어서 8 자유주의, 사회주의, 코뮤니즘: 근대 정치사상의 세 유형과 갈등적 진화사 9 문화중심주의를 넘어서: 문화인류학이 제시한 가능성 10 과학은 발전하는가: 가스통 바슐라르를 중심으로 11 현대 도시의 형성과 도시 거주민의 삶: 제2제정기 파리의 경우 12 이미지와 시뮬라크르의 시대: 어떻게 이미지와 시뮬라크르를 사유할 것인가 13 진화인가 진보인가: 미래에 대한 성찰 필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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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비판적 힘으로서의 철학
근대와 탈근대 사이 기로에 선 우리에게 주어진 선례들 이 책을 기획한 것은 이미 수다한 책들이 나와 있는 철학 교양서 분야에 그와 엇비슷한 또 한 권의 책을 보태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으로부터 출생한 철학의 일대기가 곧 역사의 흐름과 함께해 왔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그러한 철학의 힘 즉 사유의 힘이 우리 안에서도 싹트길 바라는 희망에서였다. 특히 이번 2권에서는 지금 이곳, 우리의 존재가 터 잡은 현대라는 세계가 그 이전 고중세 및 근대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사유를 촉구한다. 그에 따라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여러 갈래들과 그것들에 상관적인 철학 사상들을 13개의 주제로 잡아 이 책을 구성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앙리 베르그송, 지그문트 프로이트, 자크 라캉, 로만 야콥슨, 모리스 메를로-퐁티, 질 들뢰즈, 에마뉘엘 레비나스, 자크 데리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가스통 바슐라르, 발터 벤야민, 장 보드리야르 등, 13개의 챕터만으로 다루기에는 언뜻 너무 많아 보이는 철학자/사상가들의 이름이 이 책에 등장한다. 게다가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기본으로 익히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공자, 맹자, 장자 등의 이름에 비해,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은 범접하기 어려워 보일 뿐 아니라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고대도 중세도 아닌 근대와 탈근대의 사이, 현대라 일컬어지는 시대이다. 다양성과 다원화, 해체와 변화가 화두인 시대이기에 우리의 처지는 한층 더 복잡하고 불안하다. 오늘을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이 어려워 보이는 철학자들의 사유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이정표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어느 한 인물의 철학/사상을 깊숙이 파고들어 철학 지식을 획득하는 데 있지 않다. 설사 특정 철학자의 생각을 다(?) 알게 된다 해도 그것이 단 하나의 정답일 수도 없다. 우리는 다만 사유에 있어 내로라하는 저들이 지금 이곳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거기서 어떠한 문제의식을 도출해 냈는지, 그 얼개를 하나의 선례로 삼아 우리 자신의 생각에 살과 근육을 보태면 그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된다. 현대에도 여전히 철학과 현실/역사는 “서로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근대성에 대한 성찰은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정신 활동 고중세와 근대의 역사와 철학을 다룬 1권에서 동양과 서양을 고르게 다루었던 데 비해, 현대를 들여다보는 이번 2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서양의 사상 전개에 서술의 중심을 두었다. 이는 전통에 관한 한 동서양이 통틀어 이야기될 수 있겠으나, 근대(modern)라는 시기는 온전히 서양의 역사 속에서 발현된 시대적 구분이고, 근대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근대(post-modern)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서양 이외 지역의 사유는 줄곧 서양 중심적 세계관에 밀려 있다가 탈근대/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주목받을 수 있었다. 현대를 다루는 만큼, 근대성과 그에 대한 성찰을 목적으로 하는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전통, 근대, 탈근대: 현대 사상 입문(김숙경)은 이 책 전체의 서론 격에 해당한다. 인류 문명이 전통에서 근대로 그리고 오늘날의 탈근대로 이행해 온 과정과 각 시대를 특징짓는 사상적 배경을 다루었다. 서양 고중세에 발아해 근대에까지 계승되어 온 서양의 사유 전통, 세계를 지배한 사유 방식은 바로 합리주의와 이원론의 사유였다. 가변의 세계에서 불변의 법칙(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상징되는)을 찾는 합리적 사유는 이데아와 현상을 양분하는 세계관을 낳았다. 이 이원론적 사유가 중세에는 기독교와 결합하고, 근대에 이르러서도 주체와 대상을 가르는 인식론으로 이어지면서 그 계보를 이어간다. 그렇게 형성된 근대성은 진보적 역사관에 입각해 자연과학과 기술 문명을 발전시키고 자본주의 체제를 전개해 왔다. 그러나 수천 년간 신봉되어 온 이성과 합리주의 전통에 중대한 도전이 제기되었고, 여기에는 과학기술 문명과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이 함께했다. 이 반동의 시대의 배경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대표되는 자연과학의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그것은 합리주의의 결정체인 유클리드 기하학의 붕괴, 즉 무수한 차이와 다양성을 하나의 통일 원리로 봉해 버리는 전통의 위기를 의미했다. 이와 더불어 철학에서도 반합리주의 경향이 대두했으니, 이성보다 의지를 중시한 니체, 절대불변이 아니라 지속과 생성이 존재의 본질이라 주장했던 베르그송, 의식에 가려진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냈던 프로이트 등이 있다. 또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과 더불어 불교와 노장 사상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러 전쟁과 파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낸 근대의 계획들이 보다 더 심각하게 비판을 받게 되었다. 합리주의 정신/근대성에 대한 완전한 결별이 선언된 것이다. 이어지는 12개의 글들은 모두 현대 도시의 발달, 대중문화의 출현, 고도 테크놀로지의 전개, 민주주의의 성장, 대규모 전쟁들의 연속 등이 복잡한 무늬를 그리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간과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한 사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것은 모두 근대성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2~6장의 글들은 현대 문명으로 넘어오면서 전개된 세계관과 인간관의 변혁을 다루었다. 존재론에서 핵심이라 할 ‘존재에서 생성으로’의 전복적인 변화는 니체와 베르그송으로부터 출발해 들뢰즈의 철학으로 이어졌다.(2장 이정우) 정적이고 공간적이었던 결정론으로부터 벗어나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음으로써 우리는 고전 학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복잡한 세계를 직시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생성의 철학은 인간관에도 변화를 낳아, 자기 생성을 위해 노력하는 현존으로서의 인간을 부각했다.(3장 류종렬) 의식 이면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비이성적 힘, 즉 무의식을 재발견한 프로이트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만 보는 인간관에 균열을 가져왔고(4장 유충현), 합리주의적 이원론에 따라 자연-과학, 정신-철학의 대칭으로 굳어진 학문 체제의 한계가 뇌과학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5장 임상훈) 또한 메를로-퐁티는 영혼의 절대우위를 부정하고 지각/감각하는 몸 또한 인간의 주체임을 주장한다.(6장 주성호) 7~9장의 글들은 윤리와 정치에 관련된 글들로서, 7장(진태원)에서는 주체 중심의 서양 철학이 자연을 정복과 통제의 대상으로 착취하고 인간 의식과 실존 자체까지 하나의 사물까지 간주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낸 데 대한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실천적 대안을 다룬다. 이 타자의 윤리학에는 모든 개인이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평등하기를 바라는 정치적 요구가 담겨 있다. 그리고 8장(조정환)은 현대 정치철학의 세 갈래인 자유주의, 사회주의, 코뮤니즘의 태동과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데, 서로 혼동되곤 하는 사회주의와 코뮤니즘을 질적으로 구분하며 특히 코뮤니즘을, 지금까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교대적 지배 속에서 억압된 하나의 잠재적 정치 형태로 설정한다. 코뮤니즘은, 특이한 것들의 공통화와 공통적인 것의 특이화라는 상호관계의 지평을 구축하면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서로 반대되는 방향에서 유지하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대립을 지양할 수 있는 미래적인 정치체제로 규정된다. 9장(임봉길)은 문화인류학 연구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입각한 중심사상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레비-스트로스의 사상에서 찾아낸다. 단지 엷어져서 인식을 못하고 있을 뿐 오히려 더 광범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문화제국주의의 문제를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10~12장의 글들은 현대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세 가지, 즉 과학, 도시, 예술을 다루었다. 과학은 그 자체로 객관적이며 연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근대의 인식은 바슐라르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10장 김병욱) 불변하는 이성은 없다, 철학자들이 구성하는 실재 관념은 허구다, 영원한 과학적 이성은 없다라는 그의 주장은 단절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변화 가능한 구조를 가진 정신”이라는 관념을 제시해 인식론의 새 장을 열었다. 이어지는 11장(정유경)은 대다수 현대인의 삶의 지평인 현대 도시의 탄생 장면을 제2제정기 파리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그 안에서 도시 거주민은 정치적?물질적 권력의 시선 아래 포획되어 있다. 대도시는 다만 모두에게 소비자가 될 기회를 평등하게 베풀 뿐이다. 현대 예술의 흐름을 다룬 12장(배영달)은 이미지가 현실이고 힘이 되는 세상,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이미지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보드리야르와 들뢰즈의 철학을 통해 고민해 본다. 들뢰즈가 시뮬라크르들에 차이 생산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역동성을 부여하면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인식에 도달하려 했다면, 보드리야르는 이미지/시뮬라크르라는 악마가 지배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13장(최승현)은 이 책의 결론 격에 해당한다. ‘진화’ 개념과 ‘진보’ 개념을 둘러싼 혼란을 정리해 보는 이 글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진화가 더 이상 자연적인 진화가 아니라면, 즉 인간의 개입에 의해 방향이 바뀌는 진화라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에 대한 논의, 진보/진화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임을 지적한다. 오늘날 세계는 세부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능하지만 전체를 보는 안목은 약화되었고, 현실을 재빨리 따라가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둔감해졌으며, 얄팍하고 감각적인 것에는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세계를 순수하고 깊게 보는 것에는 점점 낯설어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깊고 넓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응시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되었다. 「머리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