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모닥불 _11
하나미가와의 요새 _33 보리밭 미션 _97 종착역 _131 세인트 메리의 리본 _153 작가 후기 _ 245 작품 해설 _ 247 역자 후기 _ 252 |
Itsura Inami,いなみ いつら,稻見 一良
이나미 이쓰라의 다른 상품
|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아무도 어찌할 수 없는 법이야. 피할 수도 없고, 거스를 수도 없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서 비롯되는 기쁨과 괴로움, 슬픔을 감당해야 하지. 누구나 마찬가질세. 가련하고도 서글픈 일이야. 하지만 살아 있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일이기도 해.”
모닥불의 불꽃이 튀었다. 바람이 살짝 불었는지 연기가 춤추며 나부꼈다. 여자를 죽게 만들었다고 고백한 두 사내가 모닥불을 마주하고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정적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 p.26 “어떻게 해야 저도 볼 수 있을까요? 특별한 수련이라도 필요한 걸까요?” 포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산페이에게는 보이는데 제게는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와 산페이에게는 있고, 제게는 없는 게 뭘까요?” 포 할머니는 나직한 신음을 한 번 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였을 적에 그림책을 읽거나 활동사진을 봤을 때, 자네는 그때는 그런 것들을 믿었나?”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무엇이든 믿으며 의심할 줄 몰랐던, 더없이 행복했던 그날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리고 누구나 어느샌가 잊어버렸던 순진무구한 마음……. --- p. 70 태양 아래서 살아 움직일 때는 짐승이든 새든 물고기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그토록 아름답건만, 숨이 끊어진 순간 이후로는 어째서 이다지도 흉해지는가. --- p.158 “다쿠, 자네라면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개의 일생은 인간보다도 훨씬 짧지. 개를 계속 기른다는 건, 개의 얼마간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고, 또 배웅하는 일과 같아. 사람은, 개가 지닌 생명이 발하는 눈부신 광채와 피하기 어려운 종언을, 자기 인생 깊숙이 갈무리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 p.239 사람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 어두운 길을 걸으며, 나는 소리 내어 혼잣말을 해보았다. 이제 곧 전하게 될 말을 틀리지 않도록 몇 번이고 연습했다. “하나야. 얘가 메리란다. 세인트 메리라고 해. 오늘 밤부터 하나의 가족이 될 거야. 잘 보살펴줄 거지?” --- p.243 |
|
긍지 높은 남자가 마련한, 수줍음 가득한 유명무형의 선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이나미 이쓰라’의 작품집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는 표제작 ‘세인트 메리의 리본’을 비롯해 ‘모닥불’ ‘하나미가와의 요새’ ‘보리밭 미션’ ‘종착역’ 이렇게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덕 콜]로 1991년 제4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직후 ‘남자의 선물’을 공통된 주제로 삼아 쓰인 작품들의 모음집이다. 작가 ‘이나미 이쓰라’는 1968년 후타바사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였으나, 글쓰기와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주업인 CF와 기록영화 등의 프로듀서로 일하였다. 그런 ‘이나미 이쓰라’는 간암이라는 통보를 받고, [더블오 벅]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1991년 [덕 콜]로 제4회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제10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최우수단편상을 수상, 그리고 2년 뒤 [세인트 메리의 리본]으로 또다시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최우수단편상을 수상하게 된다. 1994년,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5년의 작가 생활 동안 7권의 소설과 2권의 수필만을 남겼을 뿐이지만, 하드보일드와 어른의 동화가 함께하는 등, 지고지순한 혼을 담은 감동적인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며 사후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야마모토 슈고로와 레이먼드 챈들러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사람이었던 ‘이나미 이쓰라’는 하드보일드를 기조로 한 야성으로 가득한 사냥소설을 쓰게 되면서 ‘필립 말로’와 견줄 멋진 캐릭터인 ‘류몬 다쿠’를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 창조하게 된다. 이후 ‘류몬 다쿠’를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 [사냥개 탐정]을 출간하고,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된다. 이 책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남자의 선물’을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작품 ‘모닥불’은 자신 탓으로 여자를 죽게 한 남자들의 한 번뿐일 만남을 그리고 있고, ‘하나미가와의 요새’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로알드 달’이나 ‘폴 갈리코’와 같이 판타지 기법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1945년 8월 14일 일본군의 패전 전날, 군이 감춰왔던 금은과 거액의 현금, 은닉 물자들을 열차에 싣고 도주하려는 장교들의 행동을 저지한다는 일견 모험 소설과도 같은 이 작품은, 작중 인물이 ‘아이였을 적에 그림책을 읽거나 활동사진을 봤을 때, 자네는 그때는 그런 것들을 믿었나?’라는 대사를 빌려 순진무구한 혼을 지니고 있는가 여부를 우리에게 묻고 있기도 한다. 이 책의 테마인 ‘남자의 선물’을 가장 다이나믹하게 그린 ‘보리밭 미션’과 소멸해가는 존재, 도쿄 역에서 일하는 최후의 아카보가 건 승부에 관한 이야기 ‘종착역’ 등 수작들로 가득하다. 그중 가장 놀라운 작품은 표제작인 ‘세인트 메리의 리본’이다. 맹도견 한 마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비를 보여주며, ‘없는 자’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산속의 필립 말로, 사냥개 탐정 ‘류몬 다쿠’의 활약이 시작되는 작품으로 사후 ‘추도 연작단편집’이라 명명된 [사냥개 탐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 ‘이나미 이쓰라’는 이 작품집 [세인트 메리의 리본]의 테마가 ‘남자의 선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책 자체가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둘도 없을 따뜻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