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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래잡이의 본고장 낸터컷
2. 뜻밖의 일격을 당하다 3. 고래가 나타났다 4. 불타는 섬 5. 격분한 향유고래 6. 어디로 가야 하나 7. 표류의 시작 8. 무풍대를 만나다 9. 저기 섬이 있다 10. 필요의 속삭임 11. 운명의 제비뽑기 12. 독수리의 그림자 13. 귀향 14. 그 뒤의 이야기 |
Nathaniel Phil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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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24일째인 12월 15일까지 무풍상태가 계속되었다. 바람이 죽은 상태에서도 체이스의 보트엔 물이 더 많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물이 새어 들어오는 곳을 찾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뱃머리 쪽 바닥 마루판을 들어내고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배의 바로 밑창인 용골 옆의 널판 한 장이 느슨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들이 에식스호 갑판에 있었더라면 보트를 간단히 뒤집어 놓고 쉽게 못을 박아 고정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망망대해에서 보트의 아래쪽을 손볼 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 니커슨이 '보트 의사'라고 표현했을 정도인 체이스조차 수리할 방도를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스물한 살의 키잡이 벤저민 로렌스가 한참 생각하더니 한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자기가 허리에 로프를 묶고 손에 도끼를 들고 배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겠다는 제안이었다. 체이스가 배 안쪽에서 망치로 못을 박을 때 자기가 도끼를 널판의 바깥쪽의 대고 있겠다는 애기였다. --- p.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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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은 죽기 전에 자기 어머니에게 전하는 이별의 말을 했고 폴라드는 만약 자기가 살아서 낸터컷으로 돌아가면 그 말을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코핀은 제비를 뽑은 건 공정했다고 친구들을 안심시킨 후 돌아서서 뱃전에 머리를 얹었다. '그는 빨리 처치되었다. 그는 곧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 p.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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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와 로렌스, 그리고 니커슨이 상선으로 기어 올라가려고 시도 했을 때 그들은 그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은 상선의 선원들을 쳐다보았다. 두개골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 그들의 눈은 유난히 커 보였다. 벗겨지고 헌데로 덮인 그들의 피부는 더러운 헝겊처럼 뼈대에 달라붙어 있었다. 월리엄 크로지어 선장은 후갑판에서 표류자들을 내려다 보다가 너무나 비참하고 애처러운 생존자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 p.241-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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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에도 짙은 구름이 그대로 앞쪽에 남아 있었다. 시련이 며칠이면 종말을 고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열 다섯 살의 니커슨에게는 그 기대가 가져다주는 긴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였다. 그는 보트 안에 찬 물을 퍼내다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눕더니 곰팡이가 핀 캔버스를 덮어쓰면서 동료들에게 '당장 죽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캔버스를 덮어쓴 그의 모습은 마치 시체를 하얀 시트로 덮어둔 것처럼 보였다. 체이스는 조난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나는 그가 자포자기 상태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 위안이 되고 용기를 갖게 할 몇 마디 말을 해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체이스 자신에게는 그렇게 쿤 도움이 되었던 어떤 논리도 실의와 자절감에 빠진 니커슨의 마음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 p.237-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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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마음속에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 생존자는 전했다. '그러나 차마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이윽고 가장 나이가 어린 열여섯 살짜리 찰스 램스델이 입에 올리기 무서운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비를 뽑아서 죽을 사람을 결정하자고 말했다.
--- p.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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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가 흥건한 흉곽에서 토머스의 심장과 간, 콩팥을 들어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등뼈, 갈비, 골반에서 살을 잘라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들은 보트 바닥 위에 넓적한 돌판을 놓고 불을 피워서 사람의 내장과 살코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고 폴라드 선장은 보고했다. 처음 사람의 고기맛을 보자 굶주림의 고통이 완화되는 대신에 더 먹고 싶은 욕구만 더욱 강렬해졌다. 오랫동안 활동을 중지하고 있던 사람들의 뱃속은 소화액이 꾸르륵거리고 입안에는 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더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시장기가 더해졌다.
--- p.21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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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뒤 오랫동안 우리는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우울한 표류를 할수 밖에 없었다'고 체이스는 기술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위안감도 잃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더해주었다 '
다음날도 강풍과 비가 계속되었다. 체이스는 남은 식량을 점검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의 엄격한 감독 덕택에 아직도 꽤 많은 건빵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54일단 항해했지만 그들이 후안페르난데스 섬에 닿으려면 1,920킬로미터를 더 가야만 했다. --- p.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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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는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분노와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고래는 흉터투성이의 머리를 반쯤 수면 밖으로 내놓고 꼬리로 물을 쳐서 40피트가 넘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보통때보다 두 배나 빠른, 적어도 시속 6노트나 되는 속도로 배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만약 고래가 또 한번 배를 들이받으면 배가 부서져 버릴 게 뻔하다는 생각이 체이스의 머리 속으로 번개처럼 스쳐갔다.
--- p.98,---pp.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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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백경』(Moby-Dick)의 모델이 된 사건
이 책은 2000년 전 미국 도서상(The National Book Awards) 논픽션 부문 최우수상, 타임Time)지 선정 2000년 최우수 논픽션이라는 평가가 말해주듯 기록문학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출판된 이후 아마존 판매랭킹 4위에 올랐으며 지금도 100위권을 왔다 갔다 하는 장기 베스트셀러이다.
필자 나다니엘 필브릭은 낸터컷 역사와 포경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19세기 포경산업의 현황과 고래의 습성, 거친 바다에서 고래잡이 선원들이 어떻게 고래를 잡아 가공하는지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또 갈증과 굶주림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극한상황에서 인간의 심리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 식인과 그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 식인이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여러 가지 연구 사례를 들어 흥미 있게 기술함으로써 가히 기록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낸터컷은 미국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에서 대서양으로 32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으로, 19세기 세계에서 가장 수지맞고 중요한 산업이었던 포경산업의 세계적 중심지였다. 에식스호가 난파할 당시 태평양에서 조업하고 있던 낸터컷 포경선은 70척이나 되었다. 세계적인 명작 『백경』의 작가 허먼 멜빌은 1840년 포경선의 선원으로 태평양에 나갔다가 역시 고래잡이 선원이 된 에식스호의 생존한 일등항해사 체이스의 아들을 우연히 만난다. 멜빌은 이미 에식스호의 비극을 잘 알고 있었지만 체이스의 아들로부터 체이스가 쓴 에식스호 조난기를 받아 읽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뒷날 멜빌은 "육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그 놀라운 이야기를, 그것도 에식스호의 조난 지점과 같은 위도에서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놀라운 영향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해서 『백경』은 탄생하게 된 것이다.『백경』에서 멜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인종, 계급, 지도력,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의 문제들이 에식스호 참사에서 영향받았으며 포경선이 출항하는 장면은 물론 소설의 클라이맥스 역시 에식스호가 고래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는 데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멜빌의 소설이 끝나는 시점-피쿼드호의 침몰-은 실제 에식스호의 침몰에서는 사건의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