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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오롯한 봉우리, 작가 정채봉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너무나 흔하게 회자되는 아포리아가 있다. 우리가 정채봉의 삶과 문학을 이야기할 때도 이 아포리아는 너무나 적실하게 적용된다. 정채봉. 그 이름을 가졌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 육신에 잠시 깃들었던 영혼은 아직도 많은 독자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므로 정채봉이라는 이름은 뚜렷하게 살아 있는 이름이다. 우리는 그 이름을,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으로부터 받은 감동과 함께 떠올린다. 그는 이생에 사는 동안 맑디맑은 순수의 힘으로 동시와 동화와 소설을 썼다. 소처럼 커다란 눈망울은 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순수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자분자분한 걸음걸이와 말투에서는 늘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겸양이 드러났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2006년 올해는 작가 정채봉이 평생 소년의 마음으로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다 2001년 1월 9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정채봉은 우리에게 동화 작가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남긴 작품은 동화라는 제한적이고 규정적인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는 놀라운 창작열로 소설과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이들 작품은 하나같이 유례를 찾기 힘든 문학적 향취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한국 문학사에서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동화의 독자를 어린이들로 한정하지 않고 성인들로 확장했다. 사실 동화 속에 담긴 메시지, 즉 순수의 회복이라는 주제가 겨냥해야 하는 이들은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들이다. 정채봉은 각박하고 흉흉한 세상살이를 겪는 동안 사람들은 애초에 지녔던 동심의 순수한 영혼을 잃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글로써 이들의 박토처럼 메마른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위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된 것이 바로 ‘성인 동화’이다. 정채봉의 생각처럼, 어른들은 성인 동화를 읽으면서 비로소 자신들의 망실된 동심과 순수를 깨닫고 자신을 성찰하고 수굿한 위안을 받게 되었다. 정채봉 작품의 특징은 그 특유의 단아한 단어와 문체, 감수성에 있다. 그의 작품은 그 어떤 것을 들추더라도 장르에 관계없이 ‘맑고 투명하다’라는 평가를 듣곤 했다. 이런 그의 특색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하는 동화》(전 7권에서 5권으로 개정 예정)시리즈나, 대표적 장편 동화인 《오세암》 등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소설가 조정래는 정채봉을 일컬어 ‘그 누구도 따르기 어렵게 뛰어난 작품을 쓰는 탁월한 작가’이며 그의 문장들을 ‘아름다움을 넘어선 샛별처럼 빛나는 보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새로운 모습, 전집 속에 담기는 정채봉의 작품들 _ 총 30종 33권으로 2007년 완간 예정 샘터사는 정채봉 선생이 오랫동안 자신의 일터로, 글을 쓰는 공간으로, 혹은 동료들과 교유하는 공간으로 호흡해 온 곳이다. 곳곳에는 그가 남긴 애잔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정채봉 전집을 샘터에서 맡게 된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선택과 결정이었을 것이다. 정채봉의 전집은 총 30종 33권(총 목록 일람 p.7)으로 2007년에 완간될 예정이다. 그가 우리 문학사에, 출판사에 남긴 오롯한 업적을 생각하면 다소 뒤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더디 흐르는 물이 오히려 끊이지 않는 것처럼 한 땀 한 땀 수놓듯 그가 남긴 작품들을 찾아내고 가려서 묶어 내는 전집 출간 작업은 신중함과 정성을 요한다. 샘터사는 이 작업을 즐거운 마음으로 자청하고 나섰다. 샘터사는 정채봉 전집 출간을 진행하면서 이 작업이 이미 육신이 소멸된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정리하는 의미와 가치를 넘어서, 정채봉이라는 거대한 봉우리가 남긴 문학의 향취와 감동을 다시금 우리 세대의 새로운 독자들에게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샘터사는 전집으로 정리될 그의 작품들이 종국에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으로 온전하게 자리매김될 수 있으리라는 확고한 미음을 갖고 있다. 뿔뿔이 산재되어 있던 그의 책들을 명료한 장르 구분과 주제별 정리를 통해 몇 가지 계열로 분류해서 펴내는 이 작업은 아마도 이미 정채봉의 작품을 경험해 본 독자는 물론,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 보지 못한 젊은 독자들에게 분명 가치 있고 기념비적인 의미가 담긴 선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채봉의 전집을 통해 우리는 그가 이룬 따뜻하고 투명한 세계의 진경을 일목요연하게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출간된 전집은 에세이집 《스무 살 어머니》,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눈을 감고 보는 길》, 《그대 뒷모습》, 《좋은 예감》의 다섯 권과, 그의 유일한 장편 소설 《초승달과 밤배》(전 2권), 대표작인 동화 《오세암》과 유일한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로 총 8종 9권이 있다. 앞으로 나올 예정인 책들은 성인서 중에 그의 대표적 시리즈이며 새로운 문학 용어를 만들어 냈던 《생각하는 동화》(전 5권 예정), 두 권의 에세이집과, 두 권의 묵상집, 세 권의 잠언집이 있다. 또한 《꽃그늘 환한 물》을 비롯한 다섯 권의 동화와, 위인전, 어른 동화 세 권 등을 기획하고 있다. 정채봉의 작품 세계 시, 소설, 에세이, 동화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 그 안을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 2006년 초, 정채봉의 5주기에 맞춰 에세이집 다섯 권을 시작으로 전집 발간이 시작되었다. 《스무 살 어머니》에서 정채봉은 자신을 낳고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한 정서에 담아서 추억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먹먹한 그리움이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머금게 한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시처럼 짤막한 글 안에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자리를 제시한다. 《눈을 감고 보는 길》은 간암 선고를 받은 뒤 투병 생활을 하며 얻은 깨달음이 들어 있다. 겸허하게 삶을 수용하는 태도를 통해 세속의 속된 이치를 뛰어넘는 넘는 품을 보여 준다. 《그대 뒷모습》에서는 겉모습, 앞에 보이는 면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권하고 있다. 《좋은 예감》은 오늘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에게 새벽의 짧은 기도처럼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을 정채봉의 바람이 섬세하게 녹아 있다. 특히 에세이집의 표지들은 모두 화가 이수동의 그림으로, 정채봉의 약간은 서글프고 잔잔한 정서와 잘 맞아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초승달과 밤배》(전 2권)는 정채봉 유일의 장편 소설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며 동시에 급격하게 근대화의 물결을 겪은 한국 사회의 모습도 함께 그리고 있다. 프랑스, 중국, 대만 등에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정채봉의 대표작 《오세암》도 따뜻한 연필 그림을 그리는 화가 송진헌과 만나 새롭게 출간되었다. 오직 연필 한 가지만으로도 사물과 풍경, 사람과 마음을 재현하는 화가 송진헌이 그린 오세암의 ‘감이 누나’와 ‘길손이’는 우리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 주어 독자들에게 거듭,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정채봉이 남긴 유일한 시집 《너를 생각한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는 그가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문학혼을 불살라 남긴 작품이다. 시인 정호승과 절친한 사이었던 정채봉은 그와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정채봉만의 맑고 투명한 언어가 돋보이는 시들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