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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금서 - 007
어느 나르시시스트의 그물망 스타킹에 대한 비판적 성찰 - 014 낭만고양이에 대한 오마주 혹은 모독 - 029 티파니에서 아침을 - 045 어머니 우시네 - 062 내 유년의 윗목 - 075 영혼을 위한 치과용 국부 마취제 - 091 슬픔과 눈물로 태어나…… - 106 치자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122 피 엠 에스 블루스 - 143 이토록 슬픈 그대여 - 163 가라 생각이여 금빛날개를 타고 - 177 작은 꽃들이 잠을 자는데…… - 194 멈추어라, 이제는 멈추어라, 가혹한 열정의 잔인한 기억들 - 215 굿바이 얼! - 234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 사람이여 - 254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 267 내가 돌아갈 길을 안다면 - 283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300 ……그리고 그들의 시작 - 317 해설 | 박정애 - 335 작가의 말 |
필명:차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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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새로운 소통이 시작되다
오늘, 우리는 인터넷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블로그, 미니홈피, 채팅, 홈페이지……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사이버 세계, 이 가상공간은 우리의 일상, 우리의 관계 모습도 바꾸고 있을까? 치자와 오디, 이 소설의 두 여주인공에겐 적어도 그렇다. 그녀들에게 블로그는 내면 일기이면서도 소통의 도구이며, 독백이자 구조사인이며, 간절한 기도이다. 자신을 옭아매는 세상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오히려 익명이기에 가능했던”(홍세화) 이들의 사랑, 이들의 언어는 가상의 공간을 떠돌다, 기적처럼 마주친다. ■ 위험하고 간절한 그녀들의 소통, 그 미래는? 소설 도입부의 화자인 ‘치자’(아이디)는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기일인 3월 7일, 시인의 시에서 빌린 ‘내 영혼의 검은 페이지’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허공의 집, 블로그를 만든다. “보랏빛으로 죽어가는 그녀들의 입술 앞에서 이렇게라도 굳어버린 나의 혀를 녹여 살아 있고” 싶어서. 다음 장의 화자가 되는 ‘오디’(아이디)는 같은 날, 철야수당 없는 철야작업 뒤 “일요일인데도 죽음 같은 열악한 노동의 저녁을” 감내하며 귀가하던 중 지하철에서 남자들에게 봉변을 당하고는 피시방에서 자신의 블로그, ‘판타스틱 소녀 백서’를 업그레이드한다. 소설은 이렇듯 치자와 오디가 번갈아 일인칭 화자가 되어 팍팍하고 버거운 일상을 살아내는 정황을 고백하듯 이야기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치자는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학원강사로, 끝없는 빈곤과 가부장제 폭력에 찌들어 수시로 죽음 충동을 느끼곤 하는 여성이다. 성격은 내성적이고 외모는 부드러우며 옷차림은 단정하다. 오디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애니메이터로서 저명한 대학교수 아버지와 교양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딸이다. 오디는 털털하고 당당한 성격에 개성적인 외모를 지녔으며, 과감한 패션을 즐긴다. 이들은 환경, 성격, 외양 등 겉모습은 판이하지만 속내는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둘 다 최승자 시인이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라고 갈파한 서른 살이며, 미래 없는 비정규직이며, 성적 소수자이며, 무엇보다 ‘여성과 동일시하는 여성’이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이 사회의 모든 억압, 폭력, 차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하고 아파한다.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차츰 서로의 내면을 공유하면서, 분노와 상처를 넘어 자신을 옭아맨 현실의 제약을 과감히 거부할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용기는, 새로운 삶을 연다. ■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땅의 ‘여성들’, 그녀들의 새로운 서사를 위하여 영화제목, 노래제목, 시구, 유명한 대사들을 차용한 이 책의 소제목들만 일별하더라도 눈치 빠른 독자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 시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하는 문화 코드들을 키치로 사용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 소설을 위해 작가는 ‘언니네’, ‘일다’ 등 여성주의 모임 회원들과 인터넷 동호회들을 깊고 넓게 탐구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소설이지만, 현실의 블로거들, 여성주의자들의 여러 모습이 곳곳에 투영된 일종의 기록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기존 소설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소 생소한 그들의 언어, 그들의 표현방식이 날것으로 드러남을 밝혀둔다. 개인들, 여성들만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세상 앞에서 약소자이자 소수자이다. 거대한 세상의 폭력 앞에서 우리는 모두 힘없는 약자인 것이다. 치자와 오디의 여정은, 거대한 세상의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이 멋지게 승리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그것은 기존에 구획된 세상의 질서로부터 탈주하여 자신만의 일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해 기존 관점에 의하면 ‘불온한 사랑’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는,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택해 마음껏 사랑하는 일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진실한 삶 앞에서 분투 중인 당신들(「작가의 말」)’, 그녀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서사에 갈채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