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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죽음의 순간에
잘린 혀 | 미셸 드 몽테뉴-1592년 9월 13일 홀로 죽을 것이다 | 블레즈 파스칼-1662년 8월 19일 검소한 죽음 | 세비녜 부인-1696년 4월 17일 나는 살해된 채 태어났다 | 볼테르-1778년 5월 30일 그래서 당신은 날 사랑하나요? | 데팡 부인-1780년 9월 23일 그만, 그만 | 임마누엘 칸트-1804년 2월 12일 내 손을 잡아다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1832년 3월 22일 죽음을 부르는 여인 | 알렉산드르 푸슈킨-1837년 2월 10일 썼노라, 살았노라, 사랑했노라 | 스탕달-1842년 3월 22일 세 개의 얼굴을 가진 죽음 | 오노레 드 발자크-1850년 8월 18일 글쓰기, 종이, 연필 | 하인리히 하이네-1856년 2월 17일 우리가 가졌던 최고의 것 | 귀스타브 플로베르-1880년 5월 8일 나는 나와 마주보고 있었다 | 기 드 모파상-1893년 7월 6일 나는 죽는다 | 안톤 체호프-1904년 7월 14일 병상에서 편지를 씁니다 | 장 로랭-1906년 6월 30일 인생에 꼭 필요한 것 | 레오 톨스토이-1910년 11월 7일 주인 없는 방 | 라이너 마리아 릴케-1926년 12월 29일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1939년 9월 23일 검은색 가방 | 발터 벤야민-1940년 9월 26일 표절된 죽음 | 슈테판 츠바이크-1942년 2월 22일 먼지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 도로시 파커-1967년 6월 7일 군대는 새벽에 떠난다 | 디노 부자티-1972년 1월 28일 죽음은 유희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977년 7월 2일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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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어느 날, 모파상은 서재에 앉아 장편소설 『우리들의 마음』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등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자기 자신, 또 하나의 모파상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또 다른 모파상은 진짜 모파상의 앞에 마주 앉아 그가 쓰는 글을 받아 적었다. 모파상이 본 또 다른 모파상의 얼굴은 흐릿하고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아서 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거울에서 본 모습과 같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 환영 속의 모파상이 자기가 진짜 모파상이라고 주장한다는 사실이었다. 그후로 모파상은 글을 쓸 때, 도대체 누가 글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화창한 아침, 모파상은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모파상의 상태 심각. 또 정신병원에 갇힐 예정.”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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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랑하던 단어인 죽음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릴케는 오히려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릴케는 자신만의 병을 원했다. 그가 죽음을 자신의 병과 연관시킨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낸시 운더리-볼카트에게 자신만의 죽음을 맞이하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였다.
“의사들이 정해준 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난 자유롭게 죽고 싶소.” 자기만의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은 다소 기묘하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다는 소리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자기만의 위대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바람도 기묘하긴 하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죽음을 맞이하면 나의 존재가 사라지는데, 어떻게 나다운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건가?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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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위대한 문인 23인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의 진실을 들려주는 메디치 상 수상작 일찍이 몽테뉴는 “죽는 법을 아는 사람이 사는 법도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 인간은 광활한 우주도, 인간의 마음속도 훤히 꿰뚫어볼 수 있게 됐지만, 죽음의 세계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자 인생의 완결점인데도,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아무도 죽음의 참모습을 살펴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메디치 상 수상작인 『죽음을 그리다』는 위대한 문인들의 다양한 죽음을 통해 ‘죽음’의 얼굴을 드러낸 책이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인류의 문화사를 만든 작가와 사상가들의 죽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저자 미셸 슈나이더는 문인들의 유언, 그들의 죽음에 대한 기록, 그들이 작품 속에서 죽음을 어떻게 묘사했는지를 종합해 그들의 죽음의 순간을 재구성해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파스칼과 칸트 등의 사상가, 스탕달과 모파상 같은 소설가, 하이네, 릴케 등의 시인, 벤야민 등의 평론가 들이다. 여기에 프로이트가 가세했고, 중세의 귀족 문화를 이끌었던 귀부인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하나같이 죽음에 대해 독특한 태도를 갖고 있었고, 특별하게 살다 특별하게 죽었다.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볼테르와 톨스토이,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벤야민과 츠바이크, 미쳐서 죽은 모파상, 죽음조차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싶어했던 안톤 체호프와 릴케, 죽을 때에야 난생 처음 행복을 느낀 데팡 부인과 도로시 파커 등. 그러나 모두 한 번 태어나 한 번 죽었고, 죽기 직전 가장 진솔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이들의 죽음을 찬미하거나 영웅적으로 그리지 않고,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 책은 인류 문화사의 거장들이 죽음 앞에서 얼마나 왜소하고, 비참한 존재였는지를 낱낱이 드러낸다. 그리고 그들이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죽음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성찰과 위트 넘치는 해석이 덧붙어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죽음의 장면들을 대면하고, 스스로 후회 없는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문인들의 모습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의 사상과 문학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확이다. 가장 원초적인 죽음의 순간에 그들의 참모습과 그들의 사상의 정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문인들이 각자 죽음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를 말하고 있는데, 거기에 바로 인간과 삶에 대한 가장 깊은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죽음을 그리다』는 종교적인 해석과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죽음’의 모습을 그리려 한 시도이자, 영웅이 된 문인들의 진짜 삶과 문학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한편, 세계 문화사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