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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1. 노골부들 이야기 인간적인 사람들 노골부드과 단단빡빡 2. 담양, 정자 문화의 산실 감당할 수 없는 바다 정자 문화의 ‘문화’는 무엇인가 면앙정에 오르다 식영정과 소쇄원 가사 문학의 비밀 임제와 황진이 퇴계와 기대승의 8년간의 편지 어떤 촛불 행렬 3. 고구려를 살아 있다 나 사는 곳 대동강 변 쑥섬 공원에서 남한 속의 고구려 김유신과 소정방이 맞선 기벌포 역사 다시 짜기 4. 실학의 고장, 경기도 광주 한강 이남의 넓은 땅 광주 학파의 흐름 실학의 선구자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유배 18년 만의 귀향 5. 서울의 뒤안길 인사동, 골목은 살아 있다 다정한 사람들 물질과 인간 끝없는 대화 역사의 현장, 인사동 6. 님만 님이 아니라 처용과 베어울프 불멸의 문화 설악산은 알고 있다 7. 임진강을 거닐며 문화 산책 율곡 이이의 고향, 파주 율곡리 파산 서원을 거닐며 이상과 현실 사이 삼거리 나루 밥이 백성의 하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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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앙정은 한낱 원두막 같은 쉼터가 아니다. 하늘과 땅 사이 우주의 정기가 깃든 호연지기의 도량이다. ‘바다 밖은 하늘이니 / 하늘 밖은 무엇인고’ 끝없는 공간과 시간의 그 너머에까지 의미의 대화를 편지로 나눈 곳이 면앙정이다. 앙천부지(仰天俯地)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오늘도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풍요한 의미를 찾고 누리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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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의미의 현장을 찾아서 그려낸 한국의 역사 문화 지도
「면앙정에 올라서서」는 역사 문화 ‘산책’이라는 말 그대로 산책을 하는 듯이 느리고 완만한 걸음걸이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와 함께 이야기의 장소로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깊은 사색과 감성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져, 여행하는 곳을 함께 동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여행하는 곳의 역사와 문화를 한데 아울러 보여주는 데서 작가의 역사에 대한 안목과 높은 인문 교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은 기행문집이지만 단지 어디에 무엇이 있다라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뚜렷이 보여준다. 평론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는 사실 중심의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런 그의 말하기 형식은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이나 이른바 동북공정으로써 고구려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중국에 일침을 가하는 데서 속 시원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나갈 역사 발전의 방향을 이 나라의 지식인으로서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인문 교양의 지식뿐 아니라, 인생의 조언까지를 얻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역사보다 “문화”에 있다. 그는 우리가 민중 사관을 중시하는 나머지 지식인 문화의 풍요한 자산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한류 열풍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물질이나 기술의 힘이기보다 우리의 오랜 문화 자산 안에 있는 인간적 가치, 보편적 가치가 한류의 원천이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만큼 우리의 문화에 뜨거운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책에서 그것에 특히 주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부드러움과 유연함으로 인간애를 발휘하여 진리를 터득한 노골부들의 이야기에서부터, 담양을 중심으로 성립된 정자 문화가 꽃피운 문화유산, 대동강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역사 속의 고구려, 경기도 광주에서 이어진 실학의 흐름, 오늘의 인사동을 만들어가는 우리 시대 문인들, 처용과 베어울프를 통한 민족성의 비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 소설 「임진강」의 소설 속 현장까지,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숨찰 것 같은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작가는 한 걸음 한 걸음 음미하면서 다가가고 있다. 또한 한 장소에 얽힌 시간을 넘나드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 장소의 역사적인 가치를 더욱 확대한다. 이 책은 각각의 편이 독립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가 역사 문화 산책이라는 한 가지 줄기에 어울려 있다. 그렇기에 각 편에 순서가 없고,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는 듯한 자유로움을 준다. 중간 중간 인용된 시구나 역사적 기록, 그리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들은 수박 겉 핥기식의 기행문에서 탈피하여 좀 더 깊이 있는 간접 기행을 하게 해준다. 또 8년간 이퇴계와 기대승의 편지를 배달하여 철학적 토론이 이어갈 수 있게 한 두 하인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생각이 독특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理)와 기(氣)에 대한 담론이 발전하지 못하고 묻혀갈 수도 있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역사의 일면을 포착하여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_시, 서, 화의 어울림 옛 선비들이 글과 글씨와 그림의 세 분야에서 전인적 품성을 추구했다면, 구중서 선생 역시 그들과 어울릴 수 있었으리라. 그의 힘차고 곧은 글씨와, 문화의 현장을 붓으로써 옮긴 각각의 그림이 선비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그의 글이 단지 자신의 정신적, 문화적 세계를 보여주는 데 한정하기보다 독자로 하여금 더불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미덕을 갖춘다. 이처럼 잘 어울린 글과 글씨와 그림이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