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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일족
사하시 진고로 사카이 사건 산쇼대부 다카세부네 모리 오가이 연보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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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문학 속에서 무사도를 읽는다
박진필 (blog.yes24.com/bluecran)
요즈음의 일본 작가들은 섬세한 감성과 고운 필치, 때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금은 일본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우리의 감성과 많이 닮아있는 일본 소설에 우리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런 일본 작가들을 쭉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유명한 작가가 있다. 바로 일본 근대문학의 선구자 '나쓰메 소세키'이다. 첫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그는 전업작가로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나쓰메 소세키과 같은 시대에, 약간은 빠른 시기에 일본 근대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모리 오가이' 이다. 나쓰메 소세키와는 달리 평생을 군의관으로 살며 아마추어 작가(전업 작가에 반하는 의미로)로서 많은 작품들을 써냈다. 그의 인생처럼, 그의 문학도 나쓰메 소세키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나쓰메 소세키가 시대적인 문제를 자신의 내면에 투영시켰던데 반해, 모리 오가이는 한발 물러선 관찰자적인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본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역사 소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모리 오가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바로 '무사 사회의 윤리, 즉 무사도' 이다. 일본에서 사무라이라는 존재는 명예롭고 아름다운 존재로 추앙받는다. 그 이유는 단순히 무기를 쓰는 무사라는 개념을 넘어, 그들이 추앙하는 정신, 바로 무사도 때문이다. 특히 사무라이를 칭송받게 하는 것은 바로 '할복'이다. 우리에겐 단순히 자살의 의미로만 생각되는 그 행위가 사무라이에게는 예법을 지키는 것이며, 명예를 지키는 행위이다.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배를 가름으로써 자신의 죄를 사죄하고, 자신의 성실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아베일족>은 주군과 사무라이와의 관계, 할복이 가지는 의미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주군인 호소카와 가문과 사무라이인 아베 일족은 주군과 가신의 관계에서 대립하는 관계로 변화하게 되고, 결국 아베 일족은 몰살을 당한다. 이런 사건을 일어나게 만든 이유는 단 하나 '주군의 허락을 받지 않은 할복' 때문이다. 주군을 따르는 충성심은 사무라이의 기본 정신 중 하나다. 죽음을 앞둔 주군에게 순사의 허락을 받지 못한 아베는 죽을 수 없었지만, 주위의 시선에 의해 할복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주군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의 할복은 불명예스러운 것이 된다. 아베 일족은 호소카와 가문으로부터 배척당하고, 결국에는 몰살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어찌보면 어이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일본의 무사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강렬한 이미지로 전달해 준다. 보통은 이런 내용이라면 사무라이의 할복을 장렬하게 그려낼 수도 있지만 모리 오가이는 시종일관 역사서를 서술하듯이 소설을 써내려간다. 마치 역사가가 사실을 기록하듯이 서술되는 이야기는 오히려 더욱 강한 느낌을 주어 소설 전체가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표제작인 <아베일족> 외에도, 할복의 이야기를 다룬 <사카이 사건>, 조선 통신사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사하시 진고로>, 인신매매 이야기를 다룬 <산쇼대부>, 안락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다카세부네>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일본 문학을 읽으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작가인 모리 오가이의 문학세계를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고, 일본 근대문학의 발자취를 엿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