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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의 역사
의학·종교·과학이 왜곡한 여자의 문화사
라나 톰슨 저 / 백영미 역
아침이슬 200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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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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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고대의 주제들
2. 이브의 유산
3. 중세의 자궁
4. 르네상스 시대의 자궁
5. 바로크 시대의 자궁
6. 계몽주의 시대의 자궁
7. 빅토리아 시대의 자궁
8. 20세기의 자궁
9. 포스트모던 시기의 자궁
10. 부록 1 난산에 관하여
11. 부록 2 우울증의 해부
12. 부록 3 피임약
13. 부록 4 출산복에 관한 편지

저자 소개

역자 : 백영미
서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과학의 파우스트』『황금두루마리의 전설』『타이타닉의 수수께끼』『사면』『티베트의 영혼 카일리스』 등이 있다.
저자 : 라나 톰슨
인류학과 여성학을 전공했다. 플로리다주 보카러틴에 살면서 여성 해부학과 여성의 건강 문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24g | 153*224*20mm
ISBN13
9788988996140

책 속으로

임신한 여자의 자궁은 초음파 모니터 위에서 관찰된다. 어떤 때는 직장에 다니는 산모의 스케줄이 비어 있을 때나 의사의 골프 경기, 휴가 혹은 수면 시간에 맞추어 아기가 태어나도록 강력한 호르몬 피토신을 엄마에게 정맥주사하는 일도 있다. 또한 아기의 생일이 다른 가족 기념일과 겹치지 않도록 혹은 겹치도록 제왕절개술을 계획하는 일도 있다. 플로이드는 이를 가리켜 기술지상주의라고 한다.

--- pp.187-189

고대 이집트의 어느 산파가 임신부의 자궁이 밖으로 밀려나온 것을 만져보고 "자궁이 빠졌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자궁이 골반 속의 제자리를 이탈하여 밑으로 빠질 수 있다면, 위로도 올라가고 어디로든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카훈 파피루스에는 자궁의 이동이 여자들에게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씌어 있다. 스스로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자궁이 간에 가서 부딪치고, 위장을 때리고, 췌장을 짓눌러서 통증을 유발하고, 폐를 압박해 호흡곤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 p.39

1817년 잉글랜드의 샬로트 오거스타 왕세자비는 거의 50시간 동안 산통을 겪고 나서 스물한 살의 나이로 죽었다. 왕세자비를 돌본 것은 남자 산파였다. 사망 원인은 '선천성 질환'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산모의 건강을 위협한 당시의 치료법에 있었다. 남자 산파 리처드 크로프트는 분만을 쉽게 하려면 왕세자비가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샬로트 왕세자비의 몸이 아주 약해질 때까지 피를 뽑았고, 분만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왕세자비가 진통을 하지 않자 또 한 번 피를 뽑았다. 진통하는 동안 왕세자비는 어머니와 친구를 불러 달라고 했지만 정치가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남자 산파 크로프트, 필요하면 겸자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왕실 주치의 매튜 베일리, 존 심스가 분만실에 들어왔다. 이들은 왕세자비가 48시간 이상 진통을 겪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은 사산된 아기를 끄집어냈다.
아기를 꺼낸 지 몇 시간 뒤, 왕세자비는 격렬한 복통과 이명(耳鳴)에 시달리다 죽었다. 언론은 크로프트, 베일리, 심스를 옹호했고 이들의 노력을 추켜세웠다. 그리고 왕세자비의 사망 원인을 '격렬한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선천성 질환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흥분하는 기질 탓으로 돌렸다.

--- pp.133-134

출판사 리뷰

왜 자궁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하려는 여성들의 시도는 현대 페미니즘의 초석이다. 서양의 역사에서 남자들은 자궁을 비롯한 여성의 해부학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취급했고, 여자들의 열등함을 증명하려 애썼다. 시몬느 드 보봐르의 말처럼,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자궁의 역사(The Wandering Womb)』는 모성, 즉 출산이 여자의 본성이며 신체적·정신적으로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궁극적으로 자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 책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궁이 스스로 몸 속을 돌아다닐 뿐 아니라 걸신들린 아귀처럼 배를 채우길(임신하길) 탐하고, 그렇지 못하면 히스테리를 일으킨다고 했다. 『자궁의 해부』를 집필한 그리스의 해부학자 갈렌은 자궁을 "뒤집힌 음낭"이라고 했다. 따라서 여자도 남자처럼 정액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17세기까지도 영향을 미친 이 체액이론에 따르면, 오랫동안 성생활을 못한 여자의 '씨'가 체내에 고여 부패한다고 했다. 월경은 일종의 기능 장애였고, 여자에게 결함이 있다는 증거였다. 사람들은 자궁이 독한 증기를 내뿜어 여자를 허약하고 불안정하고 변덕스럽게 만든다고 믿었다. 17세기에 인체 해부가 증가하면서 자궁이 스스로 돌아다니는 짐승 같은 것이 아니라 골반 속에 고정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19세기까지도 의학자들은 여성 정신병의 원인을 '월경, 출산, 수유'에서 찾았다. 여자들이 아내 노릇이나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하거나, 교육을 받으려 하거나, 여자답지 못한 직업을 추구하는 등의 비여성적 행위가 "자궁 이상을 불러와 정신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자궁발작증, 남자밝힘증, 우울증, 처녀음란증이 그런 정신병의 일환이었다. 이런 '불안정한' 환자들(여자들)에게 남편들은 클로로포름 마스크를 씌우고 웃음가스를 주입했으며, 의사들은 음핵절제술과 난소절제술, 클리토리스 절제술을 권장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너무도 당연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까닭은 의학적 무지와 종교적 미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시대를 지배하는 문화적 토대가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어떻게 여자에 대한 '차별'로 퇴보했는지, 그 사회문화적 배경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궁을 이야기해야 한다.

아무리 은밀하고 개인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는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자궁 역시 그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자궁을 가리켜 "아이를 생산하고 싶어하는 짐승이며, 이것이 모든 암컷의 본질"이라고 했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임신을 하면 월경혈이 유방으로 가서 젖이 나온다고 믿었고 혈관이 유방에 연결되어 있는 자궁을 그렸다. 16세기의 대표적 의학자 파레는 두 번 임신해 스무 명의 아기를 낳았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고, 자궁 속에 똬리를 튼 뱀 같이 징그럽게 생긴 생물체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여자가 섹시하다는 것은 마녀이거나 악마와 교제하고 있다는 표식이었다. 마녀로 의심받은 여자는 '마녀 젖꼭지'가 발견될 때까지 샅샅이 몸수색을 당했는데, 그 마녀 젖꼭지는 바로 클리토리스(음핵)였다. 근세 서구 철학을 대표하는 임마뉴엘 칸트는 여자는 약함을 무기로 남자를 조종한다고 했다. 천부인권을 부르짖은 장자크 루소는『에밀』에서 "여자는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순종하도록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의 분노를 돋우지 않도록 입 속의 혀처럼 부드럽게 굴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역사가 미셸레는 19세기를 '자궁의 시대'로 일컬었지만, 여자들에 대한 통제라는 측면에서 모든 세기가 다 자궁의 시대였다. 짐승처럼 몸 속을 돌아다니는 자궁에서부터 히스테리, 무도광(舞蹈狂), 우울증, 상사병, 산욕열 등은 여자들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여자들에게 교육과 경제적 독립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청소부, 가정부, 하녀와 같은 미숙련·저임금의 직업은 여자들, 특히 유색인종의 여자들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므로 자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왕절개술, 자궁적출술, 난관결찰술이 무분별하게 행해진 20세기에는 의학지식과 기술을 독점한 병원이 환자의 능력, 프라이버시, 선택의 권리를 박탈했다.

만약 아담이 이브의 갈비뼈로 만들어졌고, 아담이 선악과로 이브를 유혹한 탓에 인류가 낙원에서 쫓겨났다고 한다면, 전립선을 자극했을 때 끈적하고 찝찔한 액체를 방출한 '마술사'를 고문하고 사형에 처하는 의식이 유럽 전역에 퍼져 있었다면, 오직 여자들만 교육을 받고, 남자들의 두뇌 활동은 생식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육체적으로 열등한 남자가 국가 수반, 의사, 변호사 등의 일을 하면 전립선을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비서나 가정부 같은 일만 해야 했다면 여자들의 역사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저자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고대에서 포스트모던 시기까지의 자궁을 고찰함으로써 '진보'의 이름에 가려진 서구 문명사의 이면을 들추어낸다. 또한 자궁을 통해서도 인간의 역사가 조명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과학적 이론이라는 것이 사회적 편견에 얼마나 심하게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추적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인식과 비슷한 예를 찾기보다는, 현재의 관점과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자궁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는 높아졌지만, 또 남녀의 지적 능력이 동등하다는 것과 성 호르몬이 개인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지만, 어쩌면 대부분의 여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문화적 관습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제적인 제왕절개술, '장애인 및 사회부적응자'에 대한 불임시술, 자궁적출술, 낙태, 대리모 임신 같은 현안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이며, 의학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그러한 지식과 기술을 소유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병원 치료의 무기력한 수용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그 예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매년 65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적출술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높다. 또 출산 때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비율이 43%로 세계에서 가장 높아 제왕절개왕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자궁이 적절한 관리를 받을 자격이 있고,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탐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의 진단이 이해되지 않을 땐 수술에 동의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대안을 다 알아보아야 한다. 수세기에 걸쳐, 남자 의사들은 여자 환자들에게 신으로 군림해왔고, 의사들이 그러한 태도를 바꾸기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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