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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즉생 생즉사
2. 면천 3. 앞날을 읽는 사람 4. 색즉시공 공즉시색 5. 기방에서 찾은 법열 6. 특정기 사건 7. 원수의 아들을 스승 삼다 8. 도가 입문 9. 민이의 죽음 10. 화담 산방 11. 일시무시일 12. 빛을 잃은 태사성 13. 삼월 삼짇날 14. 화담의 임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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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돌탑을 쌓아야 한단 말인가? 돌 따위가 학문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함은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분기를 꾹꾹 누르고 다시 돌찹을 쌓기 시작했다. 지단을 튼튼히 해야 도탑이 높게 올라갈 수 있었다. 지함은 냇가에서 큰 돌을 들어다가 받침돌로 썻다. 그러고는 그 위에 차례차례 돌을 쌓았다. 방향을 바꾸어서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아 가며 동그랗게 모양이 나도록 세심하게 애를 썼다. 다시 쌓기 시작한 지 사흘 만에 돌탑이 완성되었다. 화담이 또 나왔다. "모양은 되었네. 그런데 이 돌은 무언가?" "예, 받침돌입니다." "어디서 가져왔는가?" "냇가에서......!" "내가 뭐라고 했는가? 마당에서만 캐어 쓰라고 하지 않았는가? 자네, 개울에 있는 돌까지 전부 뽑아 오고 싶던가?" "......" "이 받침돌을 빼 내게." 화담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산방으로 들어갔다. 아뜩했다. 바딤돌을 뺴 내라는 것은 다시 허물라는 말과 같았다. 지함은 더 이상 화가 치밀지도 않았다. 허무하기도 했으나 마음은 묘하게 편해졌다. 체념이었던 것이다. 지함은 다시 돌탑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다시 사흘. 지함이 돌탐을 또 쌓았을 때, 화담은 지함의 입실을 허락했다. "이걸 읽어 보게." 화담과 지함, 단둘이 마주 앉았을 때였다. 화담은 허엽이 써 준 서찰을 내밀었다. 「선생님, 유능한 젊은이가 있어 학인으로 천거합니다. 성명은 이지함으로, 대과에서 장원 급제한 수재입니다. 그해에 있었던 사초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정혼했던 약혼녀를 잃었습니다. 양주 봉선사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 도가에 입문했다고 합니다. 본시 영명하니 스승님께서 바로 이끌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옵니다.」 "이제 내 뜻을 알겠는가?" "짐작할 만하옵니다." "자네가 비록 북창이라는 사람에게서 도가를 배워 아픈 과거를 잊었다 하나, 자네 머리에서만 지워졌을 뿐 가슴 속에는 깊은 원한의 덩어리가 여태껏 풀리지 않고 뭉쳐 있었네. 내 말이 틀린가?" "맞긴 하오나, 어떻게 북창의 이름을 아시옵니까?" 허엽의 서찰에는 분명 북창의 이름이 없었다. "북창이 사신으로 중국에 드나들 때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었네. 그 사람이 자네를 큰그릇으로 기워 놓았네. 나느 그저 다 만들어진 그릇에 채워 넣기만 하면 되니 어디까지나 그이가 자네 스승일세." 화담은 지함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 주었다. "자네 마음 속 미망을 캐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여겨 주게." 지함은 화담에게 큰 절을 올렸다. --- pp.242~2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