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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 어린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고 그린 책
이 책은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에리트레아와 수단에서 각각 태어나고 자랐지만, 제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네 아이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그린 것입니다. 네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된 여정과 신산한 난민촌 생활을 거쳐 이스라엘에 머물게 되었고, 이 책의 저자 타마르 베레트-제하비는 이스라엘 언어인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들을 만났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육심리학과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관용을 위한 교육’ 분야에서 일하며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모두 사용한 이중 언어 어린이 책을 내서 관용 정신을 실천한 공로로 예루살렘 재단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저자는 오랜 연구와 실천을 통해 어린이 문학이 외국인 혐오와 같은 편견을 바꾸는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 속에서 문화가 다른 외국인, 외국 이주민, 그리고 난민 문제를 종종 책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저자는 난민 아이들과 2년 동안 만나면서 매주 한 번 진행되는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히브리어로 쓰게 하고, 그다음 시간에 자기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네 아이의 이야기를 합쳐 물루와 차가이의 이야기로 새로 구성했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실비아 카비브도 수업에 합류하여 난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의 삽화를 그려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집, 옷, 짐승 등 각자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그렸고, 일러스트레이터는 그 그림들을 바탕으로 물루와 차가이 이야기를 형상화했습니다. 그림에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색깔이 물씬 풍겨나고, 독특한 문양이 배치되어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꾸밈없는 진정성 때문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스토리 물루와 차가이가 몇 날 며칠 걸어서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난민촌에 이르는 길에는 저자가 만난 네 명의 난민 아이들의 체험이 녹아 있습니다. 제 나라에서 보낸 어린 시절, 전쟁을 겪고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도망쳐야 했던 기억, 사자와 하이에나가 어슬렁거리는 캄캄한 밤에 두려움에 떨며 어린 동생과 숨죽여 걷던 이야기, 짐승보다 더 난폭한 군인의 눈을 피해 국경을 넘은 이야기, 늘 허기지고 목말랐던 난민촌에서의 생활이 스토리의 디테일을 꼼꼼하게 채웁니다. 쌍둥이 누나 물루는 손톱을 물어뜯어서 긴장을 푸는 남동생 차가이의 버릇이 부러울 만큼 국경을 넘는 일은 긴장과 초조감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위험이 닥칠 때마다 쌍둥이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주술사 할머니가 준 뼈와 돌을 아껴둡니다. 고작 열 살이지만 두 아이는 앞으로 부모 없이 낯선 곳에서 지내면서 만날 위험이 사나운 짐승이나 무장한 군인보다 결코 덜하지 않을 거라 짐작한 것입니다. 주술사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준 하트 모양 씨앗은 엄마 아빠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 딱 한 번 쓰기 위한 것입니다. 두 아이는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삼촌 집에서 이제는 더 이상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견딜 수 없어 씨앗을 꺼내 서로의 가슴에 올려놓고 가까스로 잠을 청합니다. 험난한 길을 용케 헤쳐 왔다면 적어도 난민촌에서나 삼촌에게서 부모의 소식을 들을 줄 알았는데,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비록 객지이지만 열 명이나 되는 사촌들이 부모와 함께 지내는 모습은 두 어린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짙은 그리움을 부추겼던 것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물루와 차가이의 여정 물루와 차가이 같은 난민 아이들의 힘겨운 여정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터키 해안으로 떠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소년의 죽음은, 줄을 이어 밀려드는 난민 행렬로 몸살을 앓는 유럽뿐만 아니라 그 반대편에 사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구 저편의 전쟁과 폭력은 이제 우리와 무관한 남의 나라 뉴스가 아니라 지구촌이 일시에 당면한 현실임을 알리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수백 명의 시리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난민 신청을 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뒤로 난민 신청자 가운데 소수만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제 나라에서 평범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던 쌍둥이 물루와 차가이라는 두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난민으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아이의 눈에서 담담하게 다루었습니다. 두 아이가 자신들에게 맞닥뜨린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 앞에서 보여주는 담대함은 놀랍기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열 살짜리들의 천진한 모습에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난민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보내 주길 바라며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이 책은 ‘휘영청 둥근 달이 뜬 밤이었어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하늘에 둥근 달이 떴어요.’로 마칩니다. 그림마다 길을 걷는 물루와 차가이의 머리 위로 둥글거나 이지러진 달이 그려져 있습니다.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어서 전쟁이 끝나고 위험이 사라져 두 아이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를 달에게 기원합니다. 아울러 그 날이 올 때까지 모든 난민들이 난민으로서 머무는 나라에서 적어도 손님으로 대우받고 지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 또 호소합니다. * 함께 볼 만한 그림책으로 초록개구리에서 출간한 [아지의 마나먼 여행]이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영국으로 이주한 중동 지역의 한 난민 가족 이야기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난민 생활의 두려움과 상실감, 낯선 나라에서 적응해 가며 일구어내는 희망을 세심하게 그린 책으로 만화 형식을 채택해 누구나 친근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의 권장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