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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새로운 시대‥‥9
2부 도시의 몰락‥‥79 3부 잿더미의 길‥‥257 4부 부족장‥‥315 옮긴이의 말‥‥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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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열차 차체는 한 덩어리의 플라스테크에 압력을 가해 만든 것이었는데, 이 플라스테크라는 소재는 유리, 나무, 강철, 시멘트 등 거의 모든 물질을 대체했다. 투명하기 때문에 하늘과 땅을 향해 탁 트인 시야를 승객들에게 보장해주었으며, 내구성과 탄성이 뛰어난 덕분에 사고의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었다. --- p.18
라디오-300 방송국 스튜디오는 빛나는 도시의 97층에 위치해 있었다. 빛나는 도시는 파리의 인구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르코른뮈지에가 건설한 네 개의 고층 도시 중 하나였다. --- p.23 모든 종류의 투기성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예술가 조합에서는 미술품의 판매 가격을 그림의 크기에 따라 책정했다. --- p.26 텔레비전 화면이 사무실 벽 중 한 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2부 공연이 시작될 참이었고, 벽이 반투명해지더니 이윽고 투명해져 공기처럼 사라졌다. 잘게 자른 건초의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프랑스식 정원의 풍경이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 p.27 2026년, 물결처럼 밀려든 무기력증과 비관주의가 국가를 위협했고 이혼율과 자살율의 급증을 야기했다. 정부는 의료자문회의 조언에 따라 비상령을 내렸다. 모든 국민이 전기의자를 거쳐 갔고, 남녀노소 모두 데피쾨르 요법을 겪었다. (...) 너무 고된 노동 탓에 근로자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주류를 소비했던 몇몇 대기업에서는 아예 공장 안, 구내식당과 화장실 사이에 이 데피쾨르 장치를 설치했다. 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떨어지면 누구든 그곳에 가서 전기 충격을 받았다. --- p.230~231 “미쳤군! 세계를 멸망시킬 뻔한 재앙이 그토록 머나먼 일이 되어버린 것인가? (...) 인간이 쓸모없어진 것은 바로 수고로움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간은 수천 가지의 기계를 만들었네. 그것들 각각이 인간의 행위와 노력 각각을 대체했네. 기계들이 인간을 대신해 일하고 걷고 보고 들었네. 인간은 더는 자신의 손을 쓸 줄 몰랐지. 더는 노력하는 법도, 보는 법도, 듣는 법도 모르게 되었어. 그들의 뼈 주변으로 쓸모없는 살이 녹아내렸네. 그들의 두뇌 안에서 세계의 모든 지식은 이 기계들을 조종하는 데에 한정돼버렸네. 마침내 하늘의 뜻에 따라 기계들이 전부 동시에 멈추자, 인간들은 껍데기가 뜯겨져 나간 굴처럼 되었지. 그들은 그저 죽기만을 기다렸네…….” --- p.333~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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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을, 자연을, 세계를 저주했다.”
멋진 신세계의 가장 끔찍한 종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이 멈춰버린, 파리 상공의 비행기 수천 대가 지면을 향해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중력의 법칙이라는 단순한 법칙만이 이를 지배했다.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거나 멀리 떨어진 평야까지 기체를 이동할 만큼 속도가 받쳐주지 않는 경우, 항공기들은 도시 위에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_101쪽 지옥과 흑사병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 벌거벗었으며 뼈만 앙상했고 힘이 다한 채 반죽음 상태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달빛이 아무런 입체감 없이 그려낸 이 우글대는 생존자들의 광경에서는, 그들 앞의 덩어리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일체의 소리, 한마디 말도 올라오지 않았다. _299쪽 어마어마한 기술적 성장을 이룩한 2052년 여름, 프랑스 파리. 전력 공급 없이는 한순간도 돌아갈 수 없는 기술 의존적인 세계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파리 사이를 몇 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공중현수식 초고속 열차, 무인 조종 개인 비행기, 로봇이 일하는 무인 카페 등 사람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차 ‘인간적인 무언가’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 전체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전 세계는 끔찍한 대혼란에 빠진다. 물자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사람들은 금세 폭도로 돌변하고 가뭄에 대화재가 겹쳐 이제는 어느 누구도 도시 밖으로 살아 나갈 수 없는 대재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22세의 젊은 대학생 프랑수아는 본래 농사꾼 집안 출신으로, 기술 의존적인 사회에 평소부터 불만이 많은 터였다. 그는 약혼녀 블랑슈와 몇몇 친구들에게 인간의 손으로 구축해낼 수 있는 땅으로 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의 말에 따르기로 하는 구성원들. 이동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허기와 갈증, 더위와 광기로 죽어나갔지만 결국 그들은 새로운 땅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농사를 통해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기쁨을 알게 된다. 100년의 세월이 흐르고, 젊은이 하나가 ‘기계’를 발명해 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이에 반대하는 부족장 프랑수아를 죽인다. 프랑수아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선정된 폴은 ‘기계’가 어렵게 구축한 ‘인간성’을 훼손할 것을 두려워해 발명자를 죽이고 기계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현대성’을 거부하고 ‘인간성’을 보존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기계는 파괴될 것이야. 이것을 만들어낸 이의 두뇌 역시.” 원시시대로의 회귀―기술문명에의 반성 “용사들이여, 떠나라. 재로 뒤덮인 숲과 가시덤불, 불모지에 여러분의 땅을 개척하러 가라. 세계는 비어 있다. 무인지대에 여러분의 집을 짓고, 또 다른 마을을 세우러 가라!” _321쪽 인간의 오만을 향한 신의 분노가 현현한 대재앙은 불바다와 무자비한 질병에 관한 끔찍한 기억을 남겼고, 이 기억은 구전으로 전승되었다. 바람과 얼음, 씨앗, 그리고 볕이 잘 드는 마을에 집을 지을 재료를 구하러 온 인간의 손을 통한 느린 작업 덕분에 폐허로 남아 있는 것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_322쪽 《대재난》에서 세계의 종말을 겪고 난 뒤 간신히 살아남은 소수 인류의 선택은 원시시대로의 회귀였다. 새롭게 건설한 세계에서는 (시집을 제외한) 모든 책이 불태워진 뒤, (일부 지도자를 제외하고) 글을 배울 수 없게 되었으며, ‘과학’기술의 개발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땅을 일구고 베를 짜고 가죽을 두드리고 나무와 돌을 깎아 물품을 만들어내었으며, ‘상업’의 개념은 사라졌다. 맨손으로만 세계를 개척해가는 인류의 모습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와 같은 모습을 띤다. 1940년대 당시 ‘진보’의 개념에 경도되어 과학기술문명의 극한까지 밀어붙이고자 했던 현대인들은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두 차례나 겪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현대문명을 반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르네 바르자벨은 문명의 극한에 달했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철저히 파괴한 뒤, 인간성 회복과 자연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과학기술의 가공할 위협을 전 인류에게 알리는 계기였던 세계대전 이후 지식인들의 주요 화두가 된 ‘진보’ 개념에 대한 반성과 문제의식이야말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