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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산아
시와 그림, 사진이 함께 하는 산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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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상의 쳇바퀴에서 미련 없이 나를 풀어 줄 때쯤이면, 나의 체력도 산을 걷기에 이미 늦어 있을 것이다

목차

북한산 - 새벽잠을 떨치고 백운대로 오르는 사람들
소백산 - 작은 꽃들이 모여서 지키는 큰 산
곰배령 - 곰배령 풀꽃 머리에 내리는 25시의 달빛
석룡산 - 안개의 심연에서
월출산 - 누가 이 산을 이름 없는 산맥 위에 서 있게 했나?
백두산 - 장백산 유람객으로 와서 천지를 보니
금대봉 - 풀꽃과 비의 계절에 찾은 한강 발원봉
설악산 - 내설악의 내밀한 비경들
두타산 - 고통과 환희의 뒤범벅을 견디게 해 준 일출
남해금산 - 바위마다 설화가 피어 내 걸음 더디고
가지산 - 가지 속의 뿌리를 찾아서
속리산 - 안개가 보여 주고 비가 들려 준 것들
지리산 - 비와 땀의 능선으로
오서산 - 서해의 등대산 물결치는 억새 너머로
태백산 - 별빛 아래 올라, 일출을 보다
한라산 - 황금모자 잡으려고 백설을 아프게 했네
고루포기산 - 산이 저기 있으니
가야산 - 해안을 지키는 능선들의 파도여 영원하라
아미산 -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하늘을 보며
무등산 - 시간의 신전에서 봄볕을 쪼이다
독도와 울릉도 - 동해를 지키는 등대들을 위하여
변산반도 - 여름의 절정에서 본 낙조와 일출
점봉산 - 너른이골 단풍숲에서 세상의 모든 잎새들에게
금강산 - 구룡폭아 너도 나를 기다리다 백발이 성성해졌느냐
상원산과 옥갑산 - 나의 산, 나의 강, 나의 도망

저자 소개 1

1942년 통영 출생으로 부산대학교 졸업하였다. 1989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 소리』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내 눈앞의 전선』이 있고, 산문집으로 『산아, 산아』, 연구서로 『북한 쪽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가 있고 2003년 현대시작품상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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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70g | 188*254*30mm
ISBN13
9788979192995

책 속으로

지리산의 화개재에서 세석평전까지! 나에게는 아직 미답의 구간으로 남아있는 능선을 연결시켜야 한다. 이것이, 쉰 세살이 되는 여름에 내가 내린 결정이며,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 이유이다. 그 동안, 몇차례 지리산을 찾았었지만, 이 끝봉우리 아니면 저 끝봉우리, 이 골짜기 길 아니면 저 골짜기 길을 헐레벌떡 남 따라 오르내렸을 뿐이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떠날 때는 여럿 중의 하나로 떠나더라도 걸음만은 나의 속도로 나의 길을 걷다 돌아오기로 하자. 가다가다 힘이 모자라면 며칠 더, 산에서 묵고 오더라도 지리산의 고샅고샅을 고즈넉이 내려다보면서, 오래 파먹을 수 있는 추억으로 담아오기로 하자. 일상이 자신의 쳇바퀴에서 미련 없이 나를 풀어 줄 때쯤이면, 나의 체력도 산을 걷기에는 이미 늦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뜬금없이 게릴라성 호우를 솓아붓는 장마철에 미루어 오던 종주를 계획하고 떠나는 나의 결심이다.

--- pp 147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하자개 김성학 씨네에 맡겨 둔 작은 보따리를 찾아들고 다시 절로 올라오니, 칠순 넘은 노보살이, 공양 드시우 한다. 땔감은 넉넉하여 아랫목이 절절 끊는데, 미닫이 문하나를 사이에 둔 노보살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 흐를 때까지 TV를 끄지 않으신다. 산중 절간에서 조용한 밤을 지내리라던 기대가 시작부터 빗나가 버렸다. 멀고 먼 해우소에나 함께 가 주실라나 보니 코를 골고 계신다.

창호지문 한 겹 밖엔 그야말로 심심산골의 어둠과 적막이 차지하고 있다. 풍경 끝 양철생선이 두어 번 땡그랑거린다.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 아차 내 신발! 그때야 마루 밑에 넣어 둔 내 등산화가 생각났다. 절간 쥐들이 두툼한 소가죽 신발을 검열하는 모양이다. 방안에서부터 랜턴을 켜들고, 문고리를 몇번 덜컥거리고야 문을 열고 나갔다. 신발아 미안하다. 나만 방안에 있었구나. 너 없이는 못 갈 길을 앞에다 두고, 나만 따뜻하였구나. 머리맡에 모셔놓고, 노루잠 끝에 아침을 맞는다.

작은 산새들이 요사채 앞 나무에 날아들어 낯선 사람을 보아도 놀라지 않는다. 나를 이 산의 일부로 인정해 주자는 건가? 샘터 찾아가 세수하고 비누 없이 양말 빨아 널었더니, 이내 꽁꽁 얼어붙는다.

--- pp 321~322

추천평

산은 늘 거기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거절하지도 반가워하지도 붙잡지도 않는다. 밟으면 밞히고, 무너뜨리면 무너져 준다. 나는 산의 우매에 깊이 빠졌다. 우매보다 큰 품이 어디 있으랴. 다 내어주고 결국은 다시 안아들인다. 나는 거기서 내가 온 곳과 가야 할 곳을 알게 되었다. 산은 대지의 가장 오랜 모습이다. 산은 가장 늦게 변한다. 나는 산의 딸이다. 나의 태를 받아준 어머니. 표면은 거칠지만 가슴은 한없이 깊고 따스한 대지. 해와 길이 다할 때까지 그 표면을 걸어서, 나는 나에게로 돌아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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