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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으로 읽는 예술, 대중문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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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의 힘은 엄청나다. 기호학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텍스트를 분석하고 음미하는 해석의 방법을 준다. 우리가 그러한 힘을 배우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문화 텍스트들을 기호학을 통해 읽으면서, 그 속에 감추어진 의미들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 p.머리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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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호학의 힘은 엄청나다. 기호학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텍스트를 분석, 음미하는 해석 방법을 준다.' 저자의 이 말은 대부분의 기호학자들도 주장하는 바이다. 기호학 이론서들은, 세계는 기호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기호들을 읽어내는 방식에 따라 우리는 다른 세계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가?
세계는 어떤 기호들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가? 대부분의 기호학 이론서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겪는 '모든 것'에 대해선 침묵할 뿐이었다. 대신 그 이론서들은 소쉬르나 퍼스에서 시작되는 기호학의 위대한 계보를 외울 뿐이었다. 그 엄숙하고 빈틈없는 책들 앞에 선 우리들에게 기호학이란 그저 '기호'일 뿐이었다. 그러나 기호학이 정말 우리와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면, 기호학에 관한 책이 '기호학의 역사'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기호는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일상과 유리될 수 없다. 이미 『기호학이란 무엇인가』에서도 '당장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응접실 벽장에 모셔둔 보검은 그리 귀중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저자는, 이 책 『기호학의 즐거움』을 통해 '기호학이 예술, 대중 문화, 실천에 응용된 구체적 예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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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의 눈
'기호학의 엄청난 힘'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적 텍스트를 기호학으로 읽어낸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기호학적 이론을 치밀하게 적용하여 분석함으로써 그 매커니즘을 드러내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모레시계>의 인기 비결은 작품성이나 배우들, 독재 정권을 비판한 과감성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모레시계>라는 픽션은 그것이 가리키는 실제 과거 사실의 그림자이며, 그 사이의 공백과 긴장이 시청자들이 채워 넣어야 할 '여백'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그것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픽션인 '모레시계'에 현실 이상으로 열광했다는 것이 저자의 기호학적 독해이다.
이 '비어 있는 공간을 의미로 채우려는 욕구'는 실버먼의 '부재 원리'를 응용하여 다시 ABSOLUT VODKA 광고 분석에 적용된다. 저자는 ABSOLUT VODKA 광고에 주로 사용된 은유를 통해 '비어 있는' 것이 '특권항'으로 기능하면서, 우리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아래의 그림들은 모두 광고 제작자가 ABSOLUT VODKA와 결부시키고자 하는 이미지나 느낌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대상인 보드카는 보이지 않고, 부재의 표시들만 암시되어 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비어 있는 보드카의 자리를 채우려는 욕구, 광고 제작자가 의도한 기호 해석 과정에 말려들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ABSOLUT라는 브랜드 이름 자체도 E 자가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의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는 순간, 기호 해석 과정은 완결되고 '절대적인 ABSOLUTE 품질의 보드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된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기호 해석 과정을 드러내어 그 이면에 숨은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기호학의 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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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을 응용하는 즐거움
『기호학의 즐거움』은 몇몇 기호학 이론을 피상적으로 적용해서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식의 가벼운 문화 분석과는 다르다. 이 책은 풍부한 문화적 소양을 갖춘 전문 기호학자가 기호학 이론을 철저하게 음미하여 적합한 소재에 독창적으로 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어렵지 않은 말로 독자를 기호학의 세계로 차근차근 끌어들이고 있다. 저자가 이 과정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기호학을 현실 세계에 응용하는 방식과 감각이다.
이것은 저자가, <이 책은 기호학을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대한 이론서가 아니라, 기호학이 예술, 대중 문화, 실천에 응용된 구체적 예들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다루는 소재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다. 하나의 문화 텍스트 분석이 끝나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응용 가능함을 주지시키는 것에서도 실용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생각하는 <기호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기호학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배운 기호학 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응용하는지, 난립하는 기호학 담론들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 여인 천하와 태조 왕건을 보며 자신이 왜 열광하는지 궁금한 독자들, <텔레비전 사극의 역사성 시비>에 한 마디 거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