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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ㅡ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1. '인식' 대 '재인식' ㅡ낡은 진영 대립을 넘어서 2. 차이와 반복 ㅡ 대립의 논리적 한계 3. 한국 근대에 대한 새로운 시선 4.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 낡은 근대, 젊은 비판 식민지 경험과 국민국가 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탈근대 역사학은 가능한가 5. 인문학의 근대를 넘어 ------------------------------ 1부 식민지 근대라는 문제의식 ㅡ 모든 근대는 식민지 근대이다 1부를 묶으며 / 윤해동 식민지인식의 ‘회색지대’ / 윤해동 29 1. 문제제기 ㅡ 왜 회색지대인가 29 2. 저항과 협력의 변증법 ㅡ 식민지적 공공성의 의미 32 3. 근대화와 규율권력 43 4. 결론에 대신하여 한국 의례담론의 형성 / 장석만 55 1. 문제제기 ㅡ 우리에게 의례란 무엇인가 55 2. 유교 허례허식 비판 58 진보적이지 못한 보수성 60 자연스런 감정을 억압하는 것 61 내면의 진정성에 어긋나는 허위와 가식 63 그 밖의 이유 ㅡ 비경제성과 사대주의 65 3. 개신교의 반反의례성 담론 67 4. 문명적 의례의 필요성 70 5. 결론 73 조회의 내력 / 오성철 77 1. 서론 77 2. 일본 근대교육과 조회 82 조회의 탄생 82 국가적 행사에 관한 의식 88 파시즘의 전개와 학교 규율 90 3. 식민지 조선 교육과 조회 95 조회의 도입 95 황국신민화 정책과 학교 규율 104 4. 일본 교육과 식민지 조선 교육의 연속성 108 5. 결론을 대신하여 113 식민지의 우울 / 이타가키 류타 117 1. 들어가는 말 117 2. 일기와 그 배경 120 S씨의 궤적 120 일기의 특징 121 3. 농촌의 우울과 ‘민족’ 123 4. ‘일본’은 어디에 있는가 130 ‘일본’이라는 존재 130 행정과의 거리 133 5. ‘중견인물’이 된다는 것 136 6. 맺음말 138 ------------------------------ 2부 ‘친일’의 논리 ㅡ ‘협력’은 사상이다 2부를 묶으며 / 윤대석 식민지 국민문학론 / 윤대석 149 1. ‘국민문학’ 논의의 수위 149 2. 차이와 반복(0) ㅡ 뒤틀림(ひねくれ) 152 3. 반복과 차이(1) ㅡ 김사량 157 4. 반복과 차이(2) ㅡ 최재서?김종한 163 5. 반복과 차이(3) ㅡ 이석훈 166 6. 반복과 차이(4) ㅡ 식민지 본국인 작가 170 7. 모순과 균열의 봉합 175 여자 스파이단의 신화와 ‘좋은 일본인’ 되기 / 권명아 181 1. 스파이 담론, ‘좋은 일본인 되기’의 엔진 181 2. 여자 스파이단의 신화 ㅡ ‘대동아’의 신체와 여성 184 3. 국민방첩과 스파이 담론 ㅡ 잠재된 적과 현실의 가상화 190 4. 스파이 담론과 ‘좋은 일본인 되기’ ㅡ 가상의 현실화 196 5. 좋은 일본인 되기 ㅡ 좋은 일본인으로 죽거나 나쁜 일본인으로 죽거나 204 조선인 내선일체론자의 전향과 동화의 논리 / 이승엽 209 1. 머리말 209 2. 정세 인식과 전망 211 조선독립의 가능성 211 조선 민족운동에 대한 인식 212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 213 3. 자기부정과 제국으로의 동화 215 자기부정의 출발점 ㅡ ‘조선적朝鮮籍의 개인’ 215 자기부정 ㅡ 역사 전통과 조선인 사회의 부정 217 제국으로의 동화 219 4. ‘평행제휴론’과의 대립 및 내선평등의 촉구 224 ‘평행제휴론’과의 대립 224 내선평등의 촉구 228 호적법 개정문제 ㅡ 내선일체 실현의 최종단계 232 5. 맺음말 234 해방을 전후한 주체 형성의 기도 / 홍종욱 237 1. 들어가며 237 2. 1930년대 중반 ― 식민지하 주체형성의 곤란 238 사회운동의 쇠퇴와 ‘비식민지화’ 238 조선연구?반제민족통일전선의 아포리아 241 사회성격논쟁과 식민지 문제 243 3. 전시기 ― 주체형성 기도로서의 전향 245 중일전쟁과 대량 전향 245 ‘협화적 내선일체론’이라는 기투 247 굴절된 ‘공동전선’으로서의 전향 249 4. 해방 이후 ― 주체의 굴절과 변용 253 해방을 전후한 연속과 단절 253 냉전체제의 형성과 주체의 변용 254 5. 나오며 256 ------------------------------ 3부 ‘대한민국’과 국민만들기 ㅡ 태초에 전쟁이 있었다 3부를 묶으며 / 황병주 여순‘반란’의 재현을 통한 대한민국의 형상화 / 임종명 269 1. 재현再現, 국가?텍스트(text) 269 2. 대한민국 ㅡ 민족 삶의 수호자 278 3. 대한민국 ㅡ 운명의 주재자 284 4. 대한민국 ㅡ 관념과 실천의 조직자 290 5. 균열하는 텍스트?충돌하는 대한민국들 297 해방 직후 정회町會를 통해본 도시기층사회의 변화 / 김영미 307 1. 머리말 307 2. 일제시기 정회제와 주민생활 309 3. 해방 직후 주민운동과 정회의 변화 316 주민자치와 정회 개조 316 정연합회의 변화와 정회의 정치세력화 320 ‘쌀 요구투쟁’ 324 4. 배급제의 정비와 기층 지배체제의 강화 328 배급제의 정비와 정회 주도세력의 변화 328 동회 개편과 기층 지배체제의 강화 332 5. 맺음말 337 한국전쟁과 사회의식 및 문화의 변화 / 강인철 341 1. 머리말 341 2. 국민 형성 및 통합의 ‘사회적’ 기초들 346 3. 국민 형성 및 통합의 ‘문화적’ 기초 ?? 시민종교의 등장 359 시민종교의 전사前史 361 시민종교의 신념체계 368 시민종교의 성인, 성소, 의례 378 4. 한국적 근대의 형성 384 도시에서 전통의 근대적 변용 384 도시의 근대화와 대중적 문화의 발전 395 농촌의 재전통화 408 5. 독자적인 청년문화의 형성과 4?19 416 6. 맺음말 423 한국전쟁과 여성 / 이임하 427 1. 무엇이 문제인가 427 2. 미망인이라는 용어와 전쟁미망인의 범주 429 3. 전쟁미망인의 실태와 국가의 구호대책 430 전쟁미망인의 수 431 전쟁미망인의 생활실태 434 수산장과 모자원의 운영 435 군경유가족 연금정책 437 4. 전쟁미망인에 대한 사회적 규정 440 보호의 대상 ㅡ ‘무력한’ 미망인의 이미지 440 성적 규제의 대상 ㅡ 도덕적 희생양 또는 깨어진 그릇 442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정조를 지켜라 445 5. 전쟁미망인의 생활 448 상업 449 전통적으로 여성노동으로 간주되었던 노동 및 일용노동 450 농업노동 451 첩 또는 내연의 관계 452 성매매 454 시댁이나 친정에 의탁 456 6. 전쟁과 여성 457 박정희체제의 지배담론과 대중의 국민화 / 황병주 461 1. 근대화의 덫 461 2. 박정희 정권의 지배담론 ㅡ 평등주의적 압력을 중심으로 465 3. 대중정치와 대중동원 475 새마을운동과 농민 476 ‘노동자계급’과 ‘산업전사?국민’ 사이에서 487 4. 대중의 국민화와 그 역설 497 박정희 정권기 저항엘리트들의 이중성과 역설 / 김보현 502 1. 머리말 502 2. 또 하나의 민족주의 505 3. 민주주의 회복론 510 4. 성사적聖事的 사고와 실천 517 5. 개발주의에 저항한 개발주의 526 5. 맺음말 538 <자료실> 논문이 처음 실린 곳 표 미주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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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경험과 국민국가 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20세기 한국의 근대는 크게 보면 식민지 경험과 국민국가(및 국민)의 형성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선으로서 ‘식민지 근대’라는 개념과 일제에 대한 ‘협력’을 재해석하는 것을 제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식민지 경험과 해방 후 국민국가 형성과정이 어떻게 연동되어 있으며, 그 특수성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했다. 1부, 식민지근대라는 문제의식 - 모든 근대는 식민지근대이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으며, ‘근대’의 고유하고 중요한 현상의 일부였다. 서구와 식민지는 동시적으로 발현한 근대성의 다양한 ‘굴절’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며, ‘서구=보편’이나 ‘식민지=특수’라는 도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근대는 특정한 지정학(서구)에만 결부시킬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모든 근대는 당연히 ‘식민지 근대’이다. 이는 사회진화론이나 문명론의 발전단계론에 따라 식민지를 서구 근대의 하위 단계에 위치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가 해방의 측면과 억압의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식민지 역시 수탈과 억압 그리고 문명화와 개발의 이중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식민지 근대’는 근대의 양가성과 식민지의 양가성을 동시에 설명하기 위한 문제틀이다. 또한 ‘식민지 근대’는 제국과 식민지를 관통하는 공시성, 그리고 식민지와 후기-식민지(신식민지)를 연결시키는 통시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2부, ‘친일’의 논리 - ‘협력’은 사상이다 ‘식민지 근대’에 대한 이 같은 문제의식은 ‘친일’이라는 개념을 ‘협력’ 담론에 대한 비판으로 바꿔 읽을 것을 제기한다. 무릇 모든 지배에 저항과 협력이 수반되었듯이, 식민지 지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민국가의 억압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권력 장치는 식민지인의 반발과 저항을 초래하는 한편, 부분적인 동의를 통해 식민지인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식민지 권력은 근대적 국가 장치를 이용해 식민지인을 협력의 주체로 구성하는 세밀한 메커니즘을 동원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식민지민은 ‘민족’을 단위로 저항하거나 협력한 것이 아니라, 저항과 협력의 축을 계급?성?인종?문화?언어 등 다양한 축으로 확장했다. 개인에 따라서 혹은 그(녀)가 소속된 집단에 따라서 저항과 협력의 축은 달라졌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라면 친일을 더 이상 ‘민족정기의 타락’, ‘민족에 대한 배신’ 등과 같은 국민윤리적인 관점에서만 읽을 수는 없다. ‘협력’은 해방 전후 한국 근대사상의 일면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결절점의 역할을 차지하기도 하다. 3부, ‘대한민국’과 국민만들기 - 태초에 전쟁이 있었다 해방 후의 국민국가 및 국민의 형성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는 없었다. 세계적으로 식민지화 때문에 국가 형성이 좌절된 역사 경험을 가진 지역과 민족의 경우, 국민국가는 무조건적으로 성취해야 하는 정언명령이 된다. 남북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해방 후의 역사를 건국과 발전의 영광으로 보든 ‘통일민족국가’ 건설의 좌절과 그 실현을 위한 투쟁의 과정으로 간주하든, 국민국가를 절대지상명제로 상정한 역사학은 일종의 목적론처럼 기술된다. 그러나 절대화된 국민국가를 상대화하여 그 형성과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근대화 과정을 ‘외부’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럼으로써 국가의 형성이 야기한 새로운 사회적 적대와 갈등이 어떻게 ‘상상적으로’ 해소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한편 국민국가 형성은 곧 국민 만들기였고, 그 과정은 근대화라는 더 넓은 맥락의 정치적 집중의 결과였다. 그러나 국민적 통합을 이루어내는 일은 매우 힘들고 장기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은 국민 형성 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쟁 전후에 본격적으로 국민 형성과정이 진행되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는 대중을 국민화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이었던 바, 이는 대중들의 동의의 수준을 높이고 규율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형성된 국민국가는 사회적 적대와 갈등의 통합체이거나 그러한 통합을 지향하는 것으로만 이해될 수 없으며, 오히려 적대와 갈등의 현장 그 자체인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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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과제 - 『해방전후사의 인식』대『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낡은 진영 대립을 넘어서기 위하여
2006년 2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이 나오자마자, 이 책은 예상을 넘는 큰 관심을 끌고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와 함께 이 책의 논리와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해 많은 이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인식』의 공과와 사회적 ‘관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반면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은 1979년의 제1권을 시작으로 1989년의 제6권이 마지막으로 출간되었다. 이는 저 암울하고도 위대한 ‘80년대’라는 시대가 곧 『인식』의 자궁이자 터전이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제 『인식』의 세계해석과 역사인식은 현실에 대한 설명력을 다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재인식』의 영향력은 반사이익과 같은 것이고, 그것이 갖는 힘은 『인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진보학계’가 스스로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인식』 제6권이 나온 지로부터 17년, 생각해보면 그 사이의 변화는 마침내 『인식』 류의 민족주의나 민중주의의 관점을 ‘낡은 것(Out of date)’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우리는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역사학의 ‘서술’과 ‘지체’에 대해 다시 깊이 고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재인식』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명백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다. 물론 『재인식』에 수록된 논문들 가운데에는 애초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리고 새로 열리고 있는 한국사 인식의 지평을 보여주는 좋은 글이 여러 편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재인식』은 한국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인 진영 논리로 채색하고 말았다. 이는 단지 보수와 기득권 세력이 『재인식』을 부당하게 전유하거나 고의로 ‘오독’해서만이 아니다. 『재인식』은 스스로 김대중 정권 이후에 의식화?행동화한 이른바 ‘보수우익’의 정치적 이해에 복무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좌우 대립에 편승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 책이 소위 ‘뉴라이트’의 역사 교과서인 양 읽히고 있다는 것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우리의 실망은 『재인식』이 가진 ‘정치성’과 그 퇴행성에만 있지는 않다. 『재인식』의 그런 퇴행성에는 논리적 빈곤과 역사 해석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재인식』은 『인식』의 문제를 조금도 극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인식』을 다시 정당화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 우리가 굳이 이 책 『근대를 다시 읽는다 -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를 역사비평사와 함께 엮기로 한 것은, 역사인식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 그에 상응하는 논리적 빈곤이 우리 학계에서 움트고 있는 새롭고도 다양한 흐름마저 모두 묻어버릴 위험을 걱정해서이다. 『재인식』이 야기한 혐오감 때문에 그 책에 수록된 몇몇 좋은 논문이 이미 그런 피해를 보았듯이, 『인식』을 정당하게 극복해야 하는 우리의 과제 전체가 정치적 논란 속에 무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개발지상주의와 국가주의로 요약되는 근대주의와, 제국주의의 쌍생아로서의 민족주의, 이 양자를 모두 넘어서 역사를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새로운 시간의 지평에서 다시 한국과 ‘민족’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 지평을 다시 『인식』의 시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2. 낡은 대립을 지양하는 이유 『인식』과 『재인식』은 전혀 상반되는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기실 양자 사이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이를 1)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문제, 2) 근대와 탈근대의 문제, 3) 역사적 실증주의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뒤엉켜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별하여 정치적으로 윤색된 대립을 지양하는 것은 우리 학계 공동의 과제일 것이며, 이 점이 바로 우리가 이 책을 묶기로 한 이유이다. 우선 『인식』과 『재인식』의 대립 중에서 허구적이라 느끼는 것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애국주의)의 문제이다. 『재인식』은 『인식』의 민족지상주의에 맞서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건전한 애국주의’를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재인식』의 논리적 기저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무척 낡은 사고방식, 즉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 더욱 곤혹스럽고 황당한 것은 이 논리가 ‘대한민국=문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야만’이라는 사고를 정치적 배후이자 ‘의도’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다. 이 애국주의가 ‘건전’하거나 ‘열린’ 성질의 것이라는 가능성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의 형국은 변형된 국가주의가 통일을 절대시하며 북한체제를 무조건 긍정해온 구래의 민족주의와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는 무의미한 거짓 대립이다. 또한 『인식』과 『재인식』 사이의 대립선은 ‘근대’와 ‘탈근대’를 두고 그어져 있다. 『재인식』에는 탈민족주의적이고 탈근대주의적인 지향을 담은 글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어, 언뜻 보면 『재인식』 전체가 탈근대론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이다. 이것이 『재인식』을 『인식』과 달리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재인식』의 논리는 변종 근대주의에 불과하다. 이는 『재인식』이 논리적으로도 전혀 『인식』을 극복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여기에도 ‘대립’은 없다. 『인식』이 근거하고 있는 민족주의와 구 마르크스주의가 왜 근대주의의 일부인지는 여기서 구구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근대 초기의 국가 상실과 식민지 경험, 그리고 내전, 이어진 ‘대한민국’의 정치적 기형성을 경험하면서, 얼마나 절실하게 그런 이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 있다. 또한 그 논리가 강력한 탈근대론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이 끝내 현실에서는 ‘국가주의’로 전화되거나 ‘개발지상주의’의 주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음도 잘 알고 있다. 『재인식』의 『인식』에 대한 반정립은 이런 ‘틈새’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탈근대론으로서의 『재인식』의 기획은 실패했다. 특히 『재인식』의 편자가 운운하는 ‘문명론’은 근대주의를 극복하기는커녕 거기서 한 발도 못 나아간, 또는 그보다 훨씬 저열한 변종에 불과하다. ‘문명’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떠한 역사적 정황에서 어떻게 정초된 개념인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문명’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 왜 완전히 낡은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문명론이 서구중심주의와 국가주의를 벗어났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식』과 『재인식』 양자는 매우 중요한 공통점을 하나 갖고 있다. 그것은 실증으로써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실증주의이다. 실증주의는 역사인식의 근대주의 그 자체이다. 『재인식』 또한 발간의 가장 중요한 취지를 『인식』이 저지른 ‘사실의 오류’를 교정하는 데서 구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재인식』이 새로 발견한 그 사실들이 이 시점에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시야 전체를 바꾸어야 할 만큼 크고도 중요한 것일까? 『재인식』의 일부 필자들은 마치 새로운 고생대 생물의 화석이라도 찾아낸 듯 이를 과장하고 있다. 역사란 하나의 해석체계이며 사가에 의해 ‘서술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제는 두루 잘 알려진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계에는 근대적 실증주의와 이에 근거한 ‘역사’가 여전히 신화로 남아 있다. 적어도 이 대목에서는 『인식』과 『재인식』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근대의 사고체계와 학문사상인 실증주의를 넘어서야만 새로운 역사인식의 길이 열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