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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수상한 이웃 오리, 날다 낭만 고양이 등에 아내의 신부 석구 서울 야곡 방 씨의 하루 물 속에서 걷다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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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수상한 이웃」에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막상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열지 않는 삶을 영위하는 아귀 다툼의 현장이 돌올하게 잡힐 듯 그려지는 변두리 위성 도시의 어설픈, 그러나 그 어설픔으로 인해 더 비인간화되어 가는 을씨년스러운 삶의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생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현실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변두리 인물 군상들의 삶을 포착함에 있어 김혜정은 삶의 위기 국면에서 그러한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환시 또는 환청을 이야기의 단초나 결말 부분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동요하는 의식을 보여 준다. 이것은 「오리, 날다」, 「등에」, 「아내의 신부」에서 잘 드러나는데 이러한 환청이나 환시 경험은 그들이 풀어 내야 하는 모순 자체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는 긍정적 단서라기보다 그들의 인성 구조의 허약함 또는 자신마저 놓쳐 버릴 수 있는 어떤 붕괴의 조짐으로 읽히고 이러한 작법은 그 자체로 오늘날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현대성의 한 질병의 진단으로서 매우 심각한 의미를 띤다.
「수상한 이웃」은 한 노파의 살인 사건을 두고 아파트 주민들과 경찰이 보여 주는 뻔하디 뻔한 의심과 오해는 같은 모양새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 우리 사회의 굳건한 편견과 그러한 편견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지난함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삶의 물적 조건과 평등이라고 하는 환상에 맹목으로 매달리지 않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는 이런 공동체의 편집증적 인식 틀 속에서 어떤 문제적 개인의 삶이 깊이 있게 관찰되고 또 꼼꼼히 해석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이는 「아내의 신부」라는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불임의 아내가 신경 과민으로 인해 여제자에게 갖는 과도한 애증과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개인에게는 엄청난 무게를 지녔을 삶의 사건이 사건, 사고의 일상화라고 해도 무방한 우리 사회의 신문 지면을 채우는 정보 그 이상으로 간주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 준다. 「석구」라는 작품에서도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사내를 두고 동창들이 재구해 내는 그의 삶을 통해 우리 시대 삶의 위기의 한 전형을 보여 준다.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이 토로하는 다양한 일화를 보면 그는 온전한 생활인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동창들에게 유형무형의 부담을 지우며 살아간 부정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약삭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그를 오히려 주변에서 이용함으로써 왜곡된 삶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소설 속에 삽입된 ??방어 능력과 도주 본능이 쇠퇴한 오레오피테쿠스?? 이야기를 통해 보다 풍부한 울림을 간직한다. 자신의 삶의 인식이 다른 이들의 삶의 인식과 너무나 어긋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상처를 받거나 희생자로 전락하고 마는 인물 군상들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양심과 비양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그것으로 모아짐으로써 우리 시대 삶의 한 단면을 재구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서울 야곡」은 가정 형편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 한 가정 주부의 삶의 전락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 사회 장삼이사들의 내면과 도피의 욕망이 얼마나 서로 삼투하면서 개인의 주체성을 녹여 내리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는 북경대학에 진학한 딸아이를 위해 한국에 건너 온 한 중국 교포 여인의 도피행을 그린 「물 속에서 걷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설 속 여인은 불법 체류를 미끼로 임금 지불을 하지 않고 성폭행까지 일삼는 동포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급기야 임금을 받기 위해 일을 벌이다 식당 사장을 칼로 찌르고 도망친다. 그러다 자신을 차로 친 한 여인의 권유로 남도의 한 섬에 들어가 치매에 걸린 노파의 간병인으로 있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사람들의 눈을 피해 유랑의 길에 나선다. 한국에 공연 비자로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 무희 나타샤의 비극적 최후를 다룬 「등에」 역시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도모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인간적 노력이 얼마나 고된가를 보여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방 씨의 하루」는 김혜정의 현실 인식이 다소 비관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기에 저어되는, 이 소설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과 매우 이질적인 경향의 작품으로서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 일정한 넉넉함과 여유마저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용역 회사를 통해 어느 학교의 숙직 전담원으로 들어간 인물이 그 학교의 교장과 형제간인 것처럼 얼굴이 닮음으로써 빚어지는 의외의 사건을 그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처럼 삶에서 별다른 위안을 얻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할 나이에 이른 노인의 삶을 배면에 깔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배면일 뿐, 오히려 삶의 궁지에 몰린 방 씨가 한순간 장난끼를 발동해 자신을 멸시한 교장을 골탕 먹일 작정으로 교장을 샤워실에 가둔 채 하루 동안 교장 노릇을 하고, 또 교사들도 그것을 알면서 짐짓 그를 교장으로 알고 온갖 결재를 완료하는 교묘한 공모의 현실이 훨씬 더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는 학교 사회에서의 부조리를 제시함에 있어 학교 사회에까지 만연된 어떤 모순으로 인한 긴장을 일소할 만큼의 희극성을 내보인다. 이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편협한 리얼리스틱한 전망에 의해서만 포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어떤 작가적 입장의 선회를 보여 주는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현실 인식에 대한 자유로움과 폭넒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이 진취적으로 시도된다면 분명 김혜정의 소설을 통한 인간 이해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