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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김훈
생각의나무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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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칼의 울음
2. 안개 속의 살구꽃
3. 다시 세상 속으로
4. 칼과 달과 몸
5. 허깨비
6. 몸이 살아서
7. 서케
8. 식은땀
9. 적의 기척
10. 일자진(一字陣)
11. 전환
12. 노을 속의 함대
13. 구덩이
14. 바람 속의 무 싹
15. 내 안의 죽음
16. 젖냄새
17. 생선, 배, 무기, 연장
18. 사지(死地)에서
19. 누린내와 비린내
20. 물비늘
21. 그대의 칼
22. 무거운 몸
23. 연보, 해전도

저자 소개 1

金薰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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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37g | 152*212*20mm
ISBN13
9788984980648

책 속으로

'죽을 때, 적들은 다들 각자 죽었을 것이다. 적선이 깨어지고 불타서 기울 때 물로 뛰어든 적병들이 모두 적의 깃발 아래에서 익명의 죽음을 죽었다 하더라도, 죽어서 물위에 뜬 그들의 죽음은 저마다의 죽음처럼 보였다. 적어도, 널빤지에 매달려서 덤벼들다가 내 부하들의 창검과 화살을 받는 순간부터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들의 살아 있는 몸의 고통과 무서움은 각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자의 몫들은 똑같은 고통과 똑같은 무서움이었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될 수 없는 저마다의 몫이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끝은 적막했고, 적막한 끝들이 끝나서 쓰레기로 바다를 덮었다. 그 소통되지 않는 고통과 무서움의 운명 위에서, 혹시라도 칼을 버리고 적과 화해할 수도 있을 테지만 죽음은 끝내 소통되지 않는 각자의 몫이었고 나는 여전히 적의 적이었으며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칼을 차고 있어야 했다. 죽이되, 죽음을 벨 수 있는 칼이 나에게는 없었다. 나의 연안은 이승의 바다였다.'

--- p.133

적들이 지나간 마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적의 말똥에 섞여 나온 곡식 낟알을 꼬챙이로 찍어 먹었다. 아이들이 말똥에 몰려들었는데, 힘없는 아이들은 뒤로 밀쳐져서 울었다. 사직은 종묘 제단 위에 있었고 조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 p.161-162

임금은 ‘덕령은 삼군에서 가장 용감한 장수다. 누가 능히 이자를 묶을 수 있겠는가?’ 라면서 발을 굴렀다고 한다. 김덕령은 용맹했기 때문에 죽었다. 임금은 장수의 용맹이 필요했고 장수의 용맹이 두려웠다. 사직의 제단은 날마다 피에 젖었다.

--- p.74

술취한 명의 하급 지휘관들이 히데요시의 유언시를 노래로 부르며 춤을 추었다. 술 취한 이국 군대들이 부르는 노래가 칼처럼 내 마음을 그었다. 그날 나는 취했다. 내 마음속에서 내 칼이 징징징 울면서 춤을 추었다. 저러한 노래, 저러한 시구를 이 세상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진실로 이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붉게 물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내 술 취한 칼은 마구 울었다.

--- p.150(제2권)

면의 부고를 받던 날, 나는 군무를 폐하고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환도 두 자루와 면사첩이 걸린 내 숙사 도배지 아래 나는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바람이 잠들어 바다는 고요했다. 덜 삭은 젖내가 나던 면의 푸른 똥과 면이 돌을 지날 무렵의 아내의 몸냄새를 생각했다. 쌀냄새가 나고 보리 냄새가 나던 면의 작은 입과 그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아리를 생각했다. 날이 선 연장을 신기해하던 면의 장난을 생각했다. 허벅지와 어깨에 적의 칼을 받고 혼자서 죽어갈 때의 면의 무서움을 생각했고, 산위에서 불타는 집을 내려다보던 면의 분노를 생각했다. 쓰러져 뒹굴며 통곡하는 늙은 아내를 생각했다. 나를 닮아서, 사물을 아래에서 위로 빨아당기듯이 훑어내는 면의 눈동자를 생각했고, 또 내가 닮은 내 죽은 어머니의 이마와 눈썹과 시선을 생각했다. 젊은날, 국경에서 돌아와 면을 처음 안았을 때, 그 따스한 젖비린내 속에서 뭉클거리며 솟아오르던 슬픔을 생각했다. 탯줄에 붙어서 여자의 배로 태어나는 인간이 혈육의 이마와 눈썹을 닮고, 시선까지도 닮는다는 씨내림의 운명을 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송장으로 뒤덮인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그 씨내림의 운명을 힘들어 하는 내 슬픔의 하찮음이 나는 진실로 슬펐다.

--- pp.150-151

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

초야의 저녁들은 헐거웠다. 내 적막은 아주 못 견딜 만하지는 않았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마을의 길들은 끊어졌고 인기척이 없었다. 얼어붙은 세상의 빙판 위로 똥차들이 마구 달렸다. 나는 무서워서 겨우내 대문 밖을 나가지 못했다.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연민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나는 자주 아팠다.

눈이 녹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의사당에 여러 번 갔었다. 거기에, 장군의 큰 칼이 걸려 있었다. 차가운 칼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장군의 칼을 들여다보다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그 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이 가난한 글은 그 칼의 전언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一字陣)으로 적을 맞으리.

다시, 만경강에 바친다.

- 2001년 봄 김훈

출판사 리뷰

@ 소설로 만나는 이순신, 산문의 해전(海戰)!
눈에 불을 켠 염결한 산문가 김훈의 찬란한 미학적 전투
언어와 무기 사이의 거리를 채우는 불화살과도 같은 소설

기이한 소설 하나가 출전(出戰)한다. 이것은 세 겹의 갑옷을 입은 소설이다. 우선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그가 물러가는 적의 전면에 자신의 육신을 내던져 전사하기까지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당대의 사건들이 첫 번째 겹을 이룬다. 『난중일기』,『함경도일기』,『임진장초』, 이순신의 서간첩, 그의 사후에 나온 서지 등을 참조로 이순신과 그의 시대가 미시적으로 서술된다. 조선을 침탈한 왜적의 행보와 그에 응전하는 임금(사직)과 정치, 백성, 군대의 각기 다른 대응 방식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역사 동학과, 인간이라는 종족의 서글픈 '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두 번째로 김훈은 우리 역사가 가질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무오류의 영웅인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괘적을 실증적으로 복원하되, 신화로 남은 자의 내면의 전투까지도 형상화하려 애쓴다. 철저한 이순신 자신의 1인칭 서술로 일관된 시점을 통해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무의미와 그것의 폭력성,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무장으로서의 고뇌,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꼼꼼한 전투 준비와 전투 와중의 급박한 상황, 풍경과 무기, 밥과 몸에 대한 사유 들이 채색된다. 그것들이 융합되어 만들어가는 이순신이라는 영웅의 아우라는 순결한 영혼의 노래이자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의 몸을 입은 표현이다.
여기에 겹쳐지는 세 번째 갑옷은 바로 김훈의 미려한 문체이다. "아름다운 한국어의 밭" 김훈의 문체는 이순신의 이미지와 필사적으로 대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언어의 날개를 펼친 듯한 학익진(鶴翼陣)의 문체로, 때로는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일자진(一字陣)의 문체로 극도로 통제되고 절제된 이순신의 생의 국면을 끌고가는 김훈의 문체는 그 실존적 사유의 밀도는 물론 집중력에 있어서 전범을 찾을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문장의 소실점 이면을 향해 꽂히는 김훈 육성의 화살은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이순신의 생과 더불어 끝을 두렵게 만든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독자들은 이순신과 김훈이 겹치는 아름다운 순간, 비감을 느끼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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