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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혼례
짝짓기와 요란한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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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 머리에
프롤로그 짝짓기, 그건 꿀 아닌 소태

제1부 신랑 되기, 신부 되기
신랑 되기
그냥은 신랑이 될 수는 없었던 사내아이들 / 마장수 총각과 바보 총각의 벼락치기 장가가기 / 장난치기가 혼약의 빌미라니? / 누구는 공주로, 누구는 바보 못난이로 시집 장가 가는 그 사연 / 한 여자에게 두 번 장가들다니! / 신랑이 못난이 역을 맡아 하는 연극판?

신부 되기
곰처럼 굴속에서 시련을 겪어야 / 가짜 신부, 그 막중한 구실! / 신부는 얻는 것, 따는 것?

제2부 혼사는 곧 난공사
짝짓기, 그건 경사이기만 한 건 아니다
힘든 것만큼 버는 그 원리가 짝짓기에도! / 신랑이 당한 불공정 거래 / 미리 해내는 희한한 분풀이 / 서로 아옹다옹: 사랑싸움, 혼례 싸움 / 신랑 초행과 신부 신행의 엇박자

혼사는 익혀야 하고 삭혀야 하는 것
잔치는 어디 갔나? 왜 이렇게 허전하지? / 오늘의 결혼식이 의미하는 것 / 발 헛디디고 촛불 켜는 손이 떨리던, 신부 어머니 / 마을 전체가 장가가고 시집간다! / 혼사는 발효하는 일, 푹 익히는 일 / 나비의 얼림, 학의 짝짓기를 못 보았는가?

제3부 혼나고 기겁하고: 신랑의 초행길
이자야! 돌아서 오고 멀게 멀게만 오라!
초행, 그 무거운 길 / ‘꼬불꼬불’, 그리고 숨차게 / 곧장은 못 와! 멈춰! / 웬 놈의 난데없는 백일장!

청개구리 처가 사람들
노략질하는 신부 가족 / 사위, 그 지독한 놀림감! / 신랑 올 게 정한 이친데, 대문이 닫혔으니! / 대문을 가린 태산들 / 고난의 여행길 마무리 / 마침내 신랑은 1, 신부는 1/2

제4부 신행 가기, 고행 겪기: 신부의 신행길
뿌리 잘린 나무, 그 영이별의 길
꽃가마에 묶여 가다니! / 뿌리 뽑혀서 옮겨지는 나무: 신부의 신세 / 친정집 물병 들고 간 신부 / 신부는 없어지는 것

드디어 시가 문 앞
또 다른 타계 들기 / 턱 넘어서니 굴! / 시가 집의 처음 사흘: 최후의 과도기 / 새댁의 신고식

제5부 초례 즈음한 신랑 신부의 몰골
신랑을 기다리는 산, 그 너머 또 산, 산?
초례만 남은 혼례 / 몇 차례나 더 붙이고 떼고 할 건가? / 초야에 신방이라고 들어갔더니! / 미리 짠, 훼방 놀기: 문구멍 뚫고 장대 휘젓고 / 난센스 퀴즈가 혼사에서 한몫했으니

꼭꼭 가려라 신부야
강철 옹성 같은 신부 /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신부 / 신부 출! 그 나타나고도 안 나타남

제6부 짝짓기는 난관 넘는 듯이, 굴길 뚫듯이……
혼인은 우선 개척이고 모험이나니!
가출한 신부의 짝짓기, 그 당돌한 이야기 / 왕에게조차도 혼사는 난사였으니! / 혼사, 그 힘겨루기 / 사랑을 노동하듯 하라!

혼례, 그 모순 덩어리
갈등하는 만큼 화합은 익는 것 / 끊어져서는 합쳐지고 또 끊어지곤 하는 짝짓기의 끈
동화의 주인공 되어서 장가든 신랑들 / 싸워라! 투쟁하라! 신부를 따내라! / 사랑하면 기다려라: 외로운 신랑 / 인류가 겪은 가장 긴 과도기 / 장가가기냐? 모험 겪기냐?

아랑과 춘향의 유언: 그 짝짓기에 부친 말
누가, 어느 여성이 아랑이 아니었을까? / 누가 또 춘향이 아니었을까?

제7부 짝짓기의 양대 서사시
가야 왕국, 결혼의 대경주!
하늘과 물, 그 어마어마한 짝짓기 / 장려한 혼사 행렬 / 그 무지막지한 옥신각신 / 맙소사! 바지 벗는 신부 / 스스로 하는 자기희생 / 신부, 남의 사람 되기 / 뜻밖에 사랑의 ‘편싸움’ / 혼례라는 굉장한 스펙터클!

부여, 고구려 혼사의 대서사시: 영웅의 영웅다운 짝짓기
약탈혼인지 뭔지가? / 자격 시험 보듯이 / 천하의 바람둥이 사위! / 고발당해 마땅한 신랑 / 신랑과 장인의 둔갑 겨루기 / 왕이면 왕이지 사위 되기는 쉽지 않았으니! / ‘합법혼’이라는 그 묘한 혼례

에필로그 오늘을 위한 마무리: 영원한 휘모리 가락

저자 소개 1

金烈圭, 필명:김정반

1932년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및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객원교수, 인제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원장,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등을 역임했다. 1963년 김정반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했다. 문학과 미학,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그의 글쓰기의 원천은 탐독이다. 어린 시절 허약했던 그에게 책은 가장 훌륭한 벗이었으며,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두고 간 짐 꾸러미 속에
1932년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및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객원교수, 인제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원장,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등을 역임했다. 1963년 김정반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했다. 문학과 미학,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그의 글쓰기의 원천은 탐독이다. 어린 시절 허약했던 그에게 책은 가장 훌륭한 벗이었으며,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두고 간 짐 꾸러미 속에서 건진 세계문학은 지금껏 그에게 보물로 간직되었다. 이순(耳順)이 되던 1991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자 고성으로 낙향했고, 자연의 풍요로움과 끊임없는 지식의 탐닉 속에서 청춘보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펼쳐 보였다. 여든의 나이에도 해마다 한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며 수십 차례의 강연을 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대표적인 한국학의 거장이다. ‘한국학’의 석학이자 지식의 거장인 그의 반백 년 연구인생의 중심은 ‘한국인’이다. 문학과 미학, 신화와 역사를 두루 섭렵한 그는 한국인의 목숨부지에 대한 원형과 궤적을 찾아다녔다.

특히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한국인의 자서전』을 통해 한국인의 죽음론과 인생론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주요 저서로 『김열규의 휴먼 드라마: 푸른 삶 맑은 글』, 『한국인의 에로스』, 『행복』, 『공부』, 『그대, 청춘』, 『노년의 즐거움』, 『독서』, 『한국인의 신화』, 『한국인의 화』, 『동북아시아 샤머니즘과 신화론』, 『아흔 즈음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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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74g | 153*224*30mm
ISBN13
9788992214087

책 속으로

사랑은 꿀물이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애정은 사탕물이어야 제격이다. 삼복 한철, 얼음을 탄 꿀물 같은 게 사랑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잘 식힌 감주 한 사발, 미숫가루 한 사발, 그게 사랑일 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단물만 빨다 보면 또는 달콤함만 탐내다 보면, 사랑은 어느 겨를엔가 ‘사탕발림’이 되고 만다. 속은 그게 아닌데도 겉메만 사탕을 칠해 대는 것, 그게 사탕발림이다.
겉 다르고 속 다름, 모순된 이중주가 사랑의 노래여서는 안 된다. 사탕발림은 허위일 n도 있고 기만일 수도 있다. 꿀맛에만 혀를 길들이다 보면, 그 사랑의 입에서 뜻밖에 뱀 혀가 나불댈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러기에 쓰기도 해야 한다. 아니, 바라건 바라지 않건, 마음을 쓰건 안 쓰건 간에 쓰디쓰게 마련인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이때, 단맛이 안 난다고 사랑을 내팽개치는 일은 꿀만 골라 챙기고는 벌집을 아예 박살 내는 것과 같다. 사랑에 다시는 내일이 없을 게 뻔하다.
그러니 쓰다고 뱉지는 말아야 한다. 싫든 좋든 씁쓰레함을 사랑은 꿀꺽 삼켜야 한다. 아니 사랑은 둥글둥글 혀를 젓고 야금야금 입술 빨고 울컥울컥 이를 깨물고 하면서 그 씁쓰레함을 맛보아야 한다.

--- pp.14~15

출판사 리뷰

“사랑이 너무 쉬워져 가는 요즘, 한국학의 대가인 김열규 교수가
우리의 전통혼례에 기대어 전하는 한국인의 사랑학, 한국인의 짝짓기론!”

“사랑 그리고 짝짓기는 장애물경주 같은 것!”

“혼례와 짝짓기는 김치 삭히듯, 된장 익히듯, 막걸리 숙성시키듯 이루어져야 하는 ‘발효예식’ 같은 것!”

“전통혼례의 절차를 설계한 우리 옛사람들은 ‘에로스의 명장’이었다!”

1. 전통혼례라는 풍속화에서 빚어내는 한국인의 사랑과 짝짓기의 양대 서사시!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가장 세계적인 것을, 가장 전통적인 것에서 가장 현대적인 것을, 가장 투박한 것에서 가장 세련된 것을 발견해 내는 김열규 교수가 전통혼례라는 이름의 풍속화를 통해 한국인의 사랑학, 한국인의 짝짓기론을 질박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한국인의 혼례: 짝짓기의 요란한 만다라》는, 사랑이 그리고 짝짓기가 너무나 쉬워져 가는 요즘을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청춘남녀들에게, 사랑의 문맹(文盲)이라 할 수 있는 ‘애맹(愛盲)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학의 대가인 김열규 교수가 전하는 한국인의 사랑과 짝짓기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김열규 교수는 책에서 한국의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서 근세에 이르는 사이의 혼례를 안팎으로 훑어보고 헤집어 본다. 역사 문헌을 뒤적대는 한편으로 신화며 전설, 문학작품, 동화까지에도 귀를 기울인다. 물론, 신랑 신부 되기의 사전 절차들부터 신랑의 초행길, 신랑 신부의 초례, 신부의 신행길, 신부의 시집살이 등 혼례와 짝짓기의 실제 현장도 꼼꼼히 들여다본다. 전통혼례와 신식혼례를 나란히 또는 앞뒤로 놓고는 비교하는 듯이 살펴보는 일 또한 빠트리지 않는다.

저자는, 사랑과 짝짓기는 경사이기만 한 것은 아닌 곧 난공사(難工事)이고 갈등하는 만큼 그 속에서 화합하는 것임을 말하면서 남녀 관계의 근본을, 사랑과 짝짓기의 본성을 성찰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사랑은 노동’이라고 한 릴케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랑은 농사짓기나 토목공사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쓰고 힘들고 한 만큼 버는 원리가 사랑과 짝짓기에도 있으니 이 땅의 남녀들에게 “사랑을 노동하듯 하라”고 전한다.


2. 누구는 공주로, 누구는 바보 못난이로 시집장가 가는 그 사연!
우리 전통혼례는 결코 꿀단지가 아니었다. 우리 혼례는 특히 신랑에게 호되게 굴었다. 우리 옛 사회가 가부장제사회, 부권사회였다 보니까, 사랑의 주동세력은 아무래도 신랑이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신부를 얻는다’거나 ‘아내를 얻는다’고들 말하지만 그건 아주 나쁜 입버릇 탓이다. 신부는 얻는 게 아니라 ‘따내어야 하는 보물’ 같은 것이었다. 겨루고 싸워서 쟁취하는 귀물이었다. 전통혼례는 그것을 신랑에게 짐 지웠다. 막중한 고된, 소임을 신랑에게 맡겼다.

저자는, 마장수 총각 서동과 바보 총각 온달이 신분 급상상의 사다리를 타듯이 벼락치기 장가를 가서 왕가의 사위가 된 이야기에 주목한다. 서동과 온달은 혼사 절차의 첫머리에서 천한 사람이고 바보로 대접 받거나 취급당하다가 자신의 자질이며 능력을 십분 보인 끝에 드디어 자격 갖춘 신랑으로 처가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서동과 온달이 실제로 마장수 못난 둥이고 바보고 한 게 아니고 다만 신부 측에서 그런 취급을 받은 것뿐이다. 사실혼이 치러지는 전후로는 사윗감은 하등 취급을 받은 나머지 그가 무슨 부당한 혼사를 치른 것 같은 대접을 받다가 드디어 합법혼을 전후해서는 사위 되고도 남을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저자는 명문 또는 귀문(貴門)으로 자처하는 신부 측과 아주 업신여김을 받은 신랑 사이의 줄다리기! 그 옥신각신이 바로 혼례라는 연극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신랑으로서 혼례는 무엇보다 먼저 간난(어려움)과 고행으로 뒤척여야 하는 시련이 아닐 수 없었다. 신랑은 박대 받고 홀대 받으면서 갖가지 어려움과 고비를 이기고 넘어서야 했다. 신랑에게 혼례는 경쟁이고 싸움이고 심지어는 전투 같은 것이었다. 그러자니 반사적으로 신부 측은 가해자, 박대하는 자의 처지에 섰다.

그렇다면 혼례 즈음해서 신부는 어떤 처지였을까? 물으나 마나다. ‘신부는 신랑이 스스로 뼈를 저미는 노력으로 또 그 땀으로 창조하는 존재’이니 만큼, 신부는 누구나 혼사에 다다라서는 귀하고도 또 귀한 공주였다. 하지만 신부는 잠깐의 희극적인 전반부가 끝나기 무섭게 영원한 비극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저자는, 혼례 첫머리에서 신부 측이 신랑을 박대하는 것은 신행 다음에 신부가 호되게 당하게 될 시집살이의 비극이나 참극, ‘눈물 극’에 대한 복수를 신부 측이 신랑 측에 미리미리 해치우는 것이라고 한다.

남녀는 영원히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관계다. 그 수수(授受)관계는 매우 성가시고 까다롭다. 한데도 남녀는 그걸 늘, 언제나 되풀이 되풀이 겪어야 한다. 서로 아옹다옹, 엎치락뒤치락, 그런 게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이니, 그게 그치면 그 남녀관계는 볼 장 다 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나가 땅바닥에 내리박히면 그 반작용으로 다른 하나는 하늘로 솟구치는 ‘널뛰기’와 마찬가지인 남녀관계를 가장 극적으로 몰아 올린 예식이 바로 우리의 전통혼례였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따위처럼, 인간 암수의 사랑에 또는 남녀 짝짓기에 무턱대고 찬미와 칭송을 요란스레 바치지는 않았던 우리의 전통혼례! 저자는 전통혼례의 절차를 설계한 우리 옛사람들이야말로 ‘에로스의 명장(明匠)’이었다고 한다.


3. 혼사는 김치 삭히듯, 된장 익히듯 이루어져야 하는 ‘발효 예식’!
저자는 혼사, 혼인을 인간의 ‘발효 예식’이라 말한다. 발효 음식이 맛이 나듯이 혼례 역시 푹 익어야 제대로 ‘맛’과 ‘멋’이 난다는 것이다.

혼례와 짝짓기는 마치 김치 삭히듯, 된장 익히듯, 막걸리 숙성시키듯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면서, 저자는 요즘의 인스턴트 사랑, 벼락치기 결혼이 놓치고 있는 남녀 간 사랑의 철학, 짝짓기의 원론들을 짚어낸다. 어렵게, 어렵게 또 힘겹게 간신간신 치러낸 한 시대 전까지의 전통혼사가 남녀의 사랑에 그리고 남녀의 짝짓기에 무엇을 어떻게 이바지했는가를 따져보면서 오늘의 사랑, 오늘의 반려 구하기의 참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학의 주 키워드인 ‘혼사 장애(婚事障碍)’란 말을 떠올리면서, 혼사는 장애물경주 비슷한 성격을 갖추고 있음을 설파한다. 혼사에 장애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것이라기보다는 혼사 그 자체가 아예 에누리 없는 장애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개인의 합일이자 양가지합(兩家之合), 양성지합(兩性之合), 양성지합(兩姓之合)인 혼사가 합일의 의례이기 전에 먼저 갈등과 마찰의 예식임을 강조한다. 혼례는 그 화사한 겉치레와는 아주 딴판으로 말썽의 의례가 되고 갈등의 예식임을 아는 일이 혼례를 뜻매김할 때 매우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4. 마을 전체가 장가가고 시집가던 우리 옛 혼례의 공동체성, 사회성!
한 두어 세대 전까지만 해도 혼례는 집안 잔치에 겹쳐서 마을 잔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인이 관습적으로 써온 ‘결혼'이란 말이 우리의 '혼례'란 말을 내몰았을 바로 그때, 혼례 잔치의 판도 깨지고 말았다. 오늘의 남녀는 결혼식은 올려도 잔치는 하지 않는다. 결혼식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예식이 되고 만 것이다. 그게 현대의 결혼식 다르고 전통혼례 다른 대표적 징후의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잔치라서 옛날 혼례는 거룩했다. 엄숙하고 까다로웠다. 따라서 시일도 무척 길어야 했다. 거룩한 데 포개어서 거나했다. 온 마을, 온 일가가 신바람을 피워댔다. 장가들고 시집가는 본인들 저리 가라고 하고는 옆에서, 이웃에서 더 아우성을 쳐댔다.

혼사는 그래서 신랑 신부 개인만의 것은 아니었다. 혼사는 가족의 것이면서 가문의 것이기도 했다. 집안과 집안이 어울려서 혼사를 감당해 내었다. 혼사로 두고서 ‘양가지합(兩家之合)’이니 아니면 ‘이성지합(二姓之合)’이니 하는 말이 일컬어져 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경우, 이성의 성은 성(性)을 의미하는 것 말고도 당당히 성(姓), 곧 성씨(姓氏)까지도 의미했다.

우리 옛 혼례는 남녀 서로 다른 성(性)의 하나 되기이면서 동시에 성씨가 다른 집안과 집안의 하나 되기도 겸했다. 온 집안의 일인 것만 해도 큰일인데 더 나아가서는 온 마을의 것이기도 한 것, 그게 곧 혼사였다. 마을과 마을이 신랑 신부의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사귐의 길을 트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옛사람들은 신랑 신부의 보람을 온 마을, 온 동리의 것으로 누렸다.

이처럼 개인적 인간관계에 겹친 가문관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관계가 제구실을 맡아냈던 우리 옛 혼사는 공동체의 단결, 쇄신 등에 이바지하게 된다. 혼사 자체가 아예 두레고 품앗이가 된다. 마을 공동체 및 씨족 공동체를 위한 공동작업이고 협업인 것이 곧 혼례였다. 그 거나한 잔치판이 끝나면, 마치 한 해에 한 번씩 치르게 마련인 마을 굿을 하고 난 뒤처럼 새삼스레 마을은 그리고 집안은 똘똘 뭉치게 된다. 저자는 우리 옛 혼사는 그만큼 커다란 공동체성, 사회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요즘의 신식혼례가 신랑 신부 단 두 사람만을 위한 개인적인 행사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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