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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 보는 법을 배우다
1부 납빛 하늘 1 북부 목탄의 고장에서 2 빛을 찾아서 3 원근법 문제 4 천국의 분과 5 벼랑 끝에 서다 2부 빌린 빛 6 사물의 존재 7 아름다운 밀림 8 평형 9 베일에 가린 눈 3부 이 영원한 현혹 10 정확성이 진실은 아니다 11 집안에 깃든 침묵 12 있는 그대로가 아닌 세상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
James M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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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빛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유서영 (berrius@yes24.com)
"창조적인 삶은 멋진 삶, 그러나 그 대가는 쪼들리는 삶이다. 이건 신경질쟁이 상사가 내리는,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명령을 받드는 대신 하루하루 자기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기 위해 치르는 어쩔 수 없는 대가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꿈을 좇는 삶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힘겹게 일궈낸 현재의 안정 역시 허망한 꿈과 맞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원하는 자유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삶에 빠져들기도 한다. 여행과 드라마가 끝나고 돌아오면, 변함없는 현실이 우리를 반긴다. 공허함보다 불행한 것은 우리가 꿈꾸었던 것이 무엇인지, 또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스물한 살에 결혼, 스물넷에 취직, 스물다섯에 첫 아이 그리고 스물여덟에 집 장만. 거기서부터 완벽한 차, 완벽한 정원, 완벽한 양복, 완벽한 가방이 불안한 영혼을 치유하는 약'이라고 믿었던 저자는 마흔다섯에 봉급쟁이 생활에서 '탈출'해 글쓰기를 꿈꾼다. 그들의 삶은 낭만적이었지만, 빚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우울함을 계기로 삶의 빛을 찾아 마티스의 흔적을 좇기로 한다. 마티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그의 글을 따라가면 풍요로운 빛의 향연에 초대받는다. '죄악시될 정도로 무르익은 분홍색과 보라색, 진동하는 파란색, 달아오른 주황색'을 상상하며 어느새 마음 설렌다. 책은 여행을 선사한다. 조잡스런 길에서는 급히 서둘러 갈 수도 있고, 마음을 만지는 길목에선 하루고 이틀이고 내킬 때면 일주일 씩이라도 쉬어갈 수 있다. 그런 책이 있다. 빨리 읽어버리고 싶지 않은 책. 경험과 얕은 지식을 온전히 모아 한 대목 한 대목을 소중히 읽고, 그 안의 새로운 나를 찾고 싶은 책이 있다. 그것은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행과 같다. 빛과 삶에 대한 탐구, 파리의 골목과 프랑스식 정찬, 그리고 어느 섬의 형언할 수 없는 구름과 지중해의 햇살 말고도 이 책의 미덕은 하나가 더 있다. 빛을 찾는 여행이 가진 그림자를 감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금고지서를 정리하고, 고향의 집을 팔면서 스트레스와 슬픔에 괴로워한다. 돌아갈 곳이 없는 여행이라니. 한편으로는 귀족적인 휴양지에 어렵게 예약한 호텔방이 허름해서 도망친다는 비겁함도 숨기지 않는다. 빛을 위해서. 실은 그 허름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워서. 여행의 끝에는 빛이 있을까? 아니면 한결 더 허름해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생각해본다. 여행을 떠날 땐,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애써 확인하려 그 멀리 떠나는 것이라고. 혹은 환경과 나 자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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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기분으로 방 안에 들어선 나는 곧 바깥으로 야자수가 보이는 한 창문을 알아보았다. 「이집트 커튼이 있는 실내」「석류 정물」「작고 푸른 실내」에 나왔던 창문이 아닌가. 야자수는 예전보다 키가 컸지만 장면은 본질적으로 똑같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방의 나머지 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원래 1호실과 2호실은 하나로 트인 널찍한 방이었다. 이쪽 부분은 작업실이었고 다른 쪽은 마티스의 침실이었다.
“1960년대에 파리 출신의 한 여자가 이 집을 사서 여학교로 만들었어요. 그녀는 건물을 작은 방들로 잘게 쪼개고 기숙사식 공동 화장실을 설치했죠. 각 방에는 샤워실을 넣고요.” 조엘이 말했다. 나는 그 여자가 흑백 타일 위에 깔개를 덮고 정방형의 방음 타일을 설치해 천장을 낮춘 것도 보았다. “원래 방마다 벽난로가 있었어요.” 조엘이 말했다. “지금은 이 집의 소유주가 누군가요?” 베스가 물었다. “방스 시(市)예요. 시에선 지금 이곳을 수리할 계획을 짜고 있어요.” (중략) 방에는 가구가 간소했다. 2인용 침대, 별도의 1인용 침대, 조그만 옷장, 안락의자, 책상 의자 그리고 창문 아래 탁자. 전화나 TV는 없었다. 아까 본 프랑스 도어는 우리 방에서 열리는 구조라, 우리는 짐을 정리한 다음 바깥으로 나가 테라스에 앉았다. 빛바랜 녹색 식탁보가 덮인 플라스틱 탁자 하나와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있었다. 테라스의 깨진 빨간 타일에는 비둘기 똥이 쌓여 있었는데, 지붕 가장자리와 만나는 지점에 특히 수북했다. 하지만 장미와 단철은 예뻤고, 머지않아 야자수 이파리 위로 금빛 햇살이 쏟아졌다. 이어 하늘이 포도주 빛깔처럼 자줏빛 도는 암청색으로 변했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삶은 얼마나 멋지게 낯설어질 수 있는지. 그날 밤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운 채 나는 창문이 뿜어내는 기묘한 힘을 느끼면서 몇 번이나 눈을 뜨고 야자수에 깃든 달빛을 쳐다보았다. 마티스가 저 청문보다 즐겨 그린 창문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마티스가 세월의 지혜를 지니고 밖을 내다보았던 창도 저 창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가볍게 흔들리는 야자수 이파리들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저 창문은 내가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제시하는 듯했다. ---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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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르디에서 방스까지, 마티스를 뒤좇다
이 책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여행기다. 그저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는 ‘관광여행’이 아니라 화가 마티스의 삶과 작품세계를 뒤좇아 가는 독특한 여행. 마티스의 고향 피카르디에서 저자는 펜과 잉크를 꺼내지 않고 목탄으로 스케치를 했다. 갈라진 틈마다 그늘이 진 굽이치는 대지와 새까만 나무들과 오랜 바위들. 한중간에는 잿빛 시골길이 지평선까지 닿아있는 풍경. 모건은 목탄이야말로 피카르디에 딱 들어맞는 재료라고 말한다. 그는 하늘이 날마다 흐린 회백색으로 드리워있는 파리에서 마티스의 무거운 북쪽 색조를 느꼈고, 마티스가 빛나는 원색을 발견했던 벨릴 섬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거의 신비스럽기까지 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또한 태양이 이글거리는 코르시카에서는 빛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며, 가장 고대하던 장소 콜리우르에 도착해서는 마티스의 그림 속에 나오는 해안 풍경을 바라보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한다. 또 내면의 비밀스러움이 가득한 모로코에 가서야 비로소 내면적인 화가였던 마티스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했다. 마티스가 말년을 보냈던 니스와 방스에서는 마티스가 살았던 방에 묵으며 정말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 순수한 열정으로 떠나는 여행 저자는 여행 내내 마티스와 함께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 마티스의 삶이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듯이 모건도 이 여행을 통해 내면에 깃들어 있던 우울함을 마티스의 색채처럼 밝고 화려한 빛으로 바꾸어 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1년간의 유랑생활이 부럽기 그지없다. 이는 단지 여행 자체만 부러운 것이 아니다. 기꺼이 여행을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저자의 삶에 대한 그리고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부럽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저마다의 마티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영웅들도 향이 무르익는다. 이제 내 나이 쉰아홉이 되어 세상을 둘러보니, 내가 생각하는 영웅은 마티스다.” 사람들이 늦었다고 생각하기 쉬운 나이에 그는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마티스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마티스의 발자취를 따라갈 계획을 세우고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떠난다. 그리고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이런 얘기를 한다. “콜리우르에서 보낸 그해 여름, 마티스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그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몽상의 세계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읽기, 쓰기, 그리기, 생각하기, 여행하기.’ 마침내 나는 표면적인 삶과 내면적인 삶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에게도 저마다의 마티스가 있는지 모른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나만의 영웅. 『마티스와 함께한 1년』은 책을 읽는 동안 모건과 함께 마티스를 뒤좇고, 책장을 덮은 뒤에는 나의 마티스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