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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 하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청년정신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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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폭풍속의 실록청 - 8
사초납입 - 64
춘추필법 - 128
필화筆禍 - 184
재회 - 244
Epilogue - 318

저자 소개 1

소설가. 전작으로 장편소설,『악화의 진실 : 조선 경제를 뒤흔든 화폐의 타락사』,『재상의 꿈』,『사관 : 왕을 기록하는 여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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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56g | 150*200*20mm
ISBN13
9788958611561

책 속으로

“…계유정난 때의 사초를 과인이 좀 볼 수 없을까요?”
“예? 저, 전하!”
깜짝 놀란 한명회는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정광유 또한 크게 놀랐는지 손에 쥐고 있던 그의 붓대가 흔들렸다. 신숙주가 급히 나서며 아뢰었다.
“전하, 그것은 절대로 불가한 일이옵니다. 역대 어느 임금께 서도 사초를 열람하신 적은 없었나이다.”
황은 물러서지 않았다.
“왜들 그렇게 정색을 하십니까. 그냥 그때의 일이 궁금해서 그럽니다.”
최항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전하, 자고로 군왕은 사초를 열람하실 수 없나이다. 그것은 전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역대 임금들께서도 그런 유혹들을 잘 이겨내셨으니, 전하께서도 이겨내셔야만 하옵니다.”
“가볍게 한번 훑어보자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 됩니까?”
결국 한명회까지 나서서 임금을 말렸다.
“전하, 사초를 열람하시는 것은 군왕의 도리가 아니옵니다.”
--- p.68

어둠 속에서 날아온 난데없는 화살에 막동의 무리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방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던 사내들이 고함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함정이다!”
우왕좌왕하는 막동의 무리를 보며 이숭문이 우렁차게 외쳤다.
“자, 이때다!”
드디어 이숭문의 무리가 칼을 빼들고 달려가 담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숭문이 고함을 내질렀다.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 p.278

출판사 리뷰

역사에서 진실은 가릴 수 없다!

이화여대 역사학관련 교수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통해 “역사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학문이 아니다. 사실이 있으면 쓰고, 지도자의 공과는 엄정하게 평가한다. 이것이 사관史官의 정신이고, 사마천이 궁형宮刑의 치욕을 당하면서 세운 기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관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은 어떻게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뛰어난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해 왔을까? 사관은 붓 한자루에 목숨을 거는 사람, 그들에 의해 조선왕조실록은 쓰여졌던 것이다.

조선시대 실록 편찬을 담당한 춘추관의 관직은 전임專任 없이 모두 다른 직과 겸하였지만 춘추관의 기사관記事官을 겸한 예문관의 사관 8명(봉교 2명, 대교 2명, 검열 4명)은 역사 기록에 관련된 직무만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존재로 이들을 일컬어 한림翰林이라고도 하였다. 이들은 정7품에서 정9품까지 직위는 매우 낮았지만 항상 임금 곁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만인지상조차 눈치를 살피는 존재들이었다. 따라서 자격 조건이 매우 엄격해 기개가 높고 올곧아야 할 뿐 아니라 학문과 문장과 문벌까지 좋아야 했다. 그러므로 대개 과거에서 장원 급제한 사람 중에서도 문벌이 좋은 사람을 사관으로 임명하였다. 또한 결원이 있을 때에는 예문관 사관들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서 경사經史와 문장文章을 시험하고 문벌을 조사하여 흠이 없는 사람을 임명하였으므로 엘리트 코스에 접어든 선망의 대상이었다. 조선시대의 초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사관 제도는 정확한 직필直筆로써 국가적인 사건, 임금의 언행, 관리들의 공과, 그 시대의 사회상 등을 기록하여 후세에 정치를 하는 데 거울로 삼게 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관이 기록한 사초는 사관 이외에는 임금조차 볼 수 없었고,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수정도 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권력의 눈치를 실펴 스스로 검열하지 않도록 일종의 면책권을 주었다.
하지만 사관들이 쓴 사초로 인해 필화를 겪은 일이 없지는 않았다. 연산군 때 일어난 무오사화는 김종직이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난하기 위해 지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을 그의 제자 김일손이 사관으로 있으면서 사장史章에 올렸다가 일어난 것이며, 또 명종 때에는 을사사화 당시의 시정기時政記를 집필한 안명세를 죽이고 시정기를 고친 일도 있었다.

『왕을 기록하는 여인, 사관』은 죽음이 멀지 않음을 예감한 수양이 자신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일으켰던 계유정난과 단종의 선위와 죽음을 정당화 하고 역사 속에서 성군으로 살아남고자 노심초사하는 과정에서, 수양을 아예 역사의 미아로 만들고자 하는 의문의 무리 그리고 후세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관들의 이야기이다. 그동안 소설이든 드라마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폭풍의 시대를 살았던 사관들은 어떤 존재인지, 진실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관들의 맨얼굴과 역사가 갖는 의미를 이 소설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그것은 직접 혹은 행간에 진실을 담았던 사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은 결국 거짓을 부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실록청에 불을 지르려는 은후에게 세주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역사란,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들이 쓰지. 하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후인들이라네. 후인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을 것이네. 그들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할지라도, 후인들은 반드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어 엄중한 평가를 내릴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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