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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운(風雲)
2. 천견충의군(天遣忠義軍) 3. 유성(流星) |
朴惠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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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땅 마탄촌이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라서 온갖 풋나무서리들이 땡볕의 기세에 주눅이 들어 생기를 잃고 힘없이 늘어지고 있었다. 순보는 소피를 보려고 밖으로 나왔다가 싸리울 너머 층층으로 들어서 있는 논에 시퍼렇게 자라고 있는 벼를 보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세를 바쳐야 하고, 남은 몇 톨로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방구석에 처박혀 지냈더니 논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집 안팎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잡초가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싸리울 바투 옆에 위치한 재우리의 이엉 위에도 어디서 날아온 풀씨인지 모르지만 물독 뒤에서 자란 것처럼 키만 껑충하게 솟구친 도꼬마리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재우리 곁에는 소매구시, 귀때동이, 나무장군, 자루바가지 등이 제멋대로 널려 있었다. --- "어머니!" 베틀에 눈씨를 고정시키고 있던 순보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그리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토해내는 절규였다. 그것은 어머니의 베틀이었다. 지붕의 틈새를 뚫고 쏟아지는 햇살은 베였다. 어머니의 모습, 앉을깨에 앉아서 부티에 허리를 받치고 왼손으로 바디를 잡아당기면서 오른손으로 북을 밀어넣곤 하던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어서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베틀노래가 귓전으로 날아들었다. -- p.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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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종교, 병법, 전통무예, 복식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역작!
작가의 의도: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언제, 누가, 무엇 때문에 조성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불가사의 그 자체이다. 천불천탑에 관한 사료가 발굴되지 않는 한 학자들의 손으로는 그 불가사의가 해결될 수 없고, 문학적인 상상력에 의해서만 복원될 수 있다는 기획 의도 아래 이 글이 쓰여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적인 역사를 바탕에 깔고 소설적인 상상력을 동원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가 필요했다. 시대적 배경이 고려조이기 때문에 역사, 불교, 풍수지리, 병법, 전통무예, 전통의술, 복습, 풍습, 지리 등등 한 수레쯤의 자료를 모았다. 필요한 지역은 계속 답사를 했다. 북한 지역(개경이나 평양 등)을 답사할 수 없다는 것이 실로 아쉽고 안타까웠다. 이젠 탈고가 되고 말았지만, 차후에라도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글의 무대가 되는 지역을 필히 답사하여 미진한 부분을 수정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글은 아직 미완성인지도 모른다. 미완이란 부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지상태가 아닌 계속적인 운동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 '출구'라는 화두는 영원한 것인가 작가의 화두: 이 글 속에 등장하는 민초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나 마찬가지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출구(出口)'라는 화두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가? 개경과 서경의 정치적 알력이나 지역감정은 시공이 다르고 모양새만 약간 다를 뿐 천년이 지난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묘청의 난에 의한 서경성 전투는 오월 광주의 10일 간 항쟁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묘청의 난에서는 민족의 자주를 보았고, 망이·망소이 난에서는 민중의 해방을 보았다. 오늘날도 이런 운동은 면면히 흐르고 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천년 전의 역사 속으로 자맥질했지만 사실은 현실이라는 발판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료도 부족하고 상상력의 제한도 받을 수밖에 없는 악조건에서 이 작업을 수행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좋은 의미든지 나쁜 의미든지). 그러나 우리가 역사를 바로 볼 줄 알면 새로운 역사는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또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