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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소녀의 기억
학교 가는 것보다 혼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작은 소녀. 준코는 소꿉친구들과 대문놀이를 하고, 가족들과 여름밤 불꽃놀이를 즐기던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비록 이따금 전투기가 마을 하늘을 날았지만, 그조차 전쟁 중인 일본에서는 익숙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평범한 일상은 순식간에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배가 아파 학교에 가지 않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빠는 기타를 치며 놀고 있었고, 큰 언니는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준코는 둘째 언니와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고 있었지요. 그 순간이었습니다. 엄청난 소리와 강한 빛, 그리고 곧이어 찾아온 완전한 어둠. 운 좋게도 준코와 그의 가족들은 모두 살아남았지만, 성한 건물을 찾아볼 수 없었고 평화롭던 히로시마에는 온통 상처 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준코는 학교 운동장에서 까맣게 불타버린 친구들의 뼈를 수없이 찾아내야 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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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히로시마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습니다. 그리고 3일 후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투하됩니다. 이로써 태평양전쟁은 5년 만에 종전을 맞았습니다.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전쟁은 일어나고 또 끝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치고 죽어간 평범한 이들의 삶과 생명은 너무나 쉽게 잊혀갑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모리모토 준코는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자이면서, 반전(反戰)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원폭이 있던 그날, 히로시마에서만 7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준코는 인터뷰에서 원폭으로 인해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330여 명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그로부터 70년이 흘렀지만, 방사선 피폭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은 아직 현실입니다.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나의 히로시마》의 저자는 자신이 겪은 엄청난 사건을 담담하게 서술함과 동시에 당시의 상황을 강렬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냅니다. 원폭 이후 불과 열에 데어 상처 입은 이들의 행렬과 엄마 잃은 아이의 비명은 일상의 평온함과 대비되어 전쟁의 끔찍함을 여과 없이 강조합니다. 이 책은 우려와 달리 일본인이자 피해자로서의 저자 입장을 감상적으로 그려내지 않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준코는 전쟁 자체의 참혹함과 핵무기의 위험, 삶과 생명의 가치에 집중합니다. 이 책은 호주에서 1987년 처음 출간된 이후,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어린이들에게 전쟁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알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어른들을 위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본은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군국주의 시대에는 만약 일본이 전쟁에서 진다면 우리가 ‘명예롭게 죽을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원자폭탄(원폭) 두 개가 일본에 떨어지면서 전쟁은 끝났지만, 그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지요.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원자폭탄을 터트리고, 무분별하게 핵발전소를 짓습니다. 이 모든 게 어른들이 저지르는 일입니다. 삶과 생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경외와, 자연 환경의 가치에 대해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무자비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나는 전쟁과 원자폭탄이 그저 오래된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잊혀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전쟁이라는 끔찍한 사건과 그 이후의 삶을 더 이해하고 관심 갖게 된다면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