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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 봄
용문산(경기도 양평) | 용문사 은행나무에 얽힌 내력 칠보산(충북 괴상) |보배로운 일곱 봉우리에도 봄은 왔는데 삼정산(경남 함양, 전북 남원) |주능선 바라보며 불가의 길 걷는다 (...) 구름을 찾아가다 바람을 베개 삼고 / 여름 마니산(인천 강화도) | 민족의 애환 서린 한반도의 배꼽 청옥산, 두타산(강원도 동해, 삼척) | 신선 노닐던 별천지에서 탐욕을 버리니 노인봉, 소금강(강원도 강릉, 평창) | 이상향과 빼어남을 찾아서 도락산(충북 단양) | 아름다운 경관에서 즐거운 마음 싹튼다 (...) 오매 단풍 들것네 / 가을 치악산 남대봉(강원도 원주) | '은혜 갚은 꿩'의 전설을 찾아서 운길산(경기도 남양주) | 북한강과 남한강이 수채화처럼 다가오고 설악산 천불동, 수렴동 | 기기묘묘한 바위에 단풍이 물들 때 (...) 나목 위에 흰눈이 쌓이고 / 겨울 매화산(경남 합천) | 아기자기한 바위에 첫눈이 내릴 때 무등산(광주, 전남 화순) | 서석대에 핀 눈꽃과 웅장한 돌기둥 용봉산(충남 홍성, 예산) | 내포평야의 부드러움 위에 핀 바위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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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는 설악이 결국은 나를 불렀다.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12시. 평일이건만 설악은 단풍을 찾아 나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설악산 소공원에 접어들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왼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권금성이다. 권금성은 설악산의 깊은 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아 일주문 역할을 하고 있다. 소공원을 벗어나 비선대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여러 종류의 잡목들로 이루어진 숲과 향기 그윽한 소나무 숲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나뭇잎들은 초록 옷을 벗어 던지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비선대에 도착한다. 비선산장에서 비선대 위쪽으로 자리잡은 남성적인 기상이 돋보이는 장군봉(일명 미륵봉)을 바라본다. 장군 모습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거대한 관음보살상이나 인자한 할아버지 모양에 가깝다. 장군봉 중턱에 있는 금강굴이 철계단과 함께 그 입구만 바라보인다. 비선대 주위에는 장군봉뿐만 아니라 형제봉과 선녀봉 등 환상적인 모습의 암봉들이 바위 틈에 매달린 빨간 단풍과 함께 선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비선대의 맑은 물과 와폭 그리고 넓은 너럭바위가 함께 어울려 신선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있다. 비선대 위 다리를 건너니 천불동계곡 길과 마등령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나는 천불동계곡 길로 곧장 오른다. 비선대 가까이 오면서부터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던 나뭇잎들이 비선대를 지나자 완전히 옷을 갈아입었다. 갖가기 모양의 바위에 고고함을 드러내며 서 있는 푸른 소나무, 여기에 선홍빛 단풍이 어울려 있다. 이러한 모습이 맑은 물에 거꾸로 비쳐 또 다른 환상을 자아낸다. 이 곳에 살고 있는 물고기는 아마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 pp 220~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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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바위군상이며 좁은 터가 편안하게 수행하는 장소라기보다는 뭔가 고행을 통해서 깨달음에 도달하는 그런 분위기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그마한 절에 금강선원이라는 선방이 있고, 좁은 바위 사이에 토굴까지 마련하여 참선수행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탑산사는 천관산을 등에 지고 대덕읍을 바라보고 있다. 수행은 철저하게 하되 중생제도(衆生濟度)를 지향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젊은 스님 두 분을 만난다.
"스님, 절터가 참 좋은 것 같은데요?" "어디나 마찬가지지요."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다. 수행승에게 좋은 터, 나쁜 터가 어디가 있겠는가? 머무는 자리가 수행처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부처님인 것을. --- pp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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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산에도 산격(山格)이 있다. 사람의 인격이 비움이라면 산의 산격은 채움일 것이다. 사람은 욕심을 비움으로써 인격이 채워지고, 산은 기품 있는 나무를 채움으로써 산격이 갖추어진다.
붉은 색조를 띤 곧게 뻗은 줄기와 굽은 듯 뻗은 듯한 가지 그리고 푸른 잎이 만들어내는 적송(赤松)의 격조란 어느 나무도 따라올 수 없는 소나무만의 기품이다. 이런 기품 있는 적송이 울창하게 우거진 응봉산이야말로 훌륭한 산격을 갖춘 산이 아닐 수 없다. --- pp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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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경으로 만나는 계절별 테마산행
이 책의 매력은 편안하다는 것이다. 가식적인 수사나 과장이 없기 때문이다. 산길을 걷고 오르면서 보여지는 모든 풍경들과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쉽게 빠져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눈앞에 풍경들이 실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숲과 계곡과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팔을 벌려 껴안고 부비고 애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성급한 독자는 이때쯤 베낭을 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말쯤에는 만추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가을산의 어느 고갯마루에 서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동안 저자가 써놓은 130여 편의 산행기 중에서 계절별로 10편씩 40편만을 고른 것이다. 거기에 개념도와 산행코스, 소요시간, 교통편을 보충하여 실제로 그 산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성급한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을 산처럼 살기 위하여, 꼭 읽어야 하는 책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생활에 편리한 다양한 상품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풍족해지고, 그 영역도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지식과 정보의 양이 많아졌다고 인간의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의 삶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다르게 더욱 각박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우리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깊은 산 속 옹달샘'과 같은 것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산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고요한 산길을 걸으면서, 깊은 산 속의 청정한 암자를 만나면서, 아름드리 나무들의 상쾌함을 맛보면서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 맺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근본처방이 아닐까. 산을 오르는 것은 물질적인 것과의 대결인지도 모른다. 산에서는 대부분의 물질적인 것들이 별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차를 이용했던 움직임도 두 발과 다리를 이용해야 하고 필요한 짐도 두 어깨를 이용해 운반해야 한다. 텔레비전과 회색빛 건물과 아스팔트에 익숙했던 눈도 이제는 그 대상을 바꿔야 한다. 코나 귀나 살갗도 마찬가지다. 산에 오르면 우리의 오감은 오직 원초적인 것들과의 교감으로 대체된다. 두 발로 직접 체험한 산의 미학 "내가 산에 가는 것은 산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세상을 산처럼 살기 위해서다." 산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면서도 담담하게 묘사한 이 책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실제로 저자는 산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탐욕을 버리고 살아라는 교훈도 산에서 배우고, 남을 배려하며 생활하라는 가르침도 산에서 배운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만 갖추고 있다면 산은 수만 권의 책이 되기도 하고, 옛 성현들의 주옥 같은 말씀이 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산행을 하면서 받은 감흥이 커질수록 그에 대해 기록해야겠다는 의무감 또한 커졌다고 한다. 그래서 <산에서 나를 만나다>가 쓰여지게 된 것이다. 그는 지리산에 피어 있는 원추리의 담백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지고, 설악산 천불동계곡의 현란한 바위에 핀 오색 단풍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한자 한자 그려나갔으며 실제로 산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사실적인 묘사에 중심을 두었다고 했다. 또한 저자는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도 빼놓지 않고 담아내고 있다. 계룡산 고왕암에서 비구니 스님과 녹차 한잔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 태백산 문수봉에서 몇 년째 일념정진의 자세로 돌탑을 쌓고 있는 처사와의 만남…….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산과 함께해온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것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